마른 고추 가격은 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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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고추 가격은 내렸는데…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1.10.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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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시장 건고추 1만4000원 거래
작황 부진에 농민도 소비자도 울상
▲ 보은 장날인 지난 1일 고추 시장에는 고추를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보은장날인 1일 보은읍 동다리 하상주차장. 장날이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고추시장이 서는 곳이다. 대게 고추를 직접 재배한 농민들이 경운기와 트럭 등에 20근(12㎏) 단위로 비닐포장에 싣고 와 판다. 이날은 고추가 나오는 끝물이어서인지 농민과 소비자간 직거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중간상인들이 대부분 시장에 나온 고추를 구입했다. 멀리서 경운기 소리라도 들리면 먼저 발견한 상인이 달려가 팔 것이냐고 묻고는 가격 흥정이 시작된다.
“아줌마 이 고추(20근 당) 얼마. 27만원은 받아야지. 26만원에 합시다. 27만원 이하는 절대 안 되는데. 고추가 안 맵고 색도 안 들었어. 피도 두텁고. 근당 1만3000원씩 26만원에 합시다.”
산외면에서 60근을 갖고 나온 아줌마와 상인이 한 시간 가까이 1만원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시장이 파할 때쯤이 되자 상인이 농민의 당초 부른 가격대로 갖고 온 60근(20근에 27만원)을 81만원에 모두 샀다. 고추 한 근(600g)에 1만3500원에 거래가 된 셈이다.
올해는 작년 고추출하의 절반도 못 했다는 이 농민은 “상인도 마진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살 땐 이 가격에 근당 1000원이 더 붙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입고추를 들여와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날 40근을 들고 나온 보은읍의 한 농민은 “한 근당 1만4000원으로 계산, 56만원에 팔았다”며 “8월 말 처음 고추를 따고 7~10일 간격으로 두세 번째 따는 고추가 좋은 고추다”라고 소개한 뒤 “지금 나오는 고추는 끝물로 질이 떨어진다”고 귀뜸했다. 이날 시장도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이날 시장상인은 “얼마전만해도 2만원 가까웠던 마른고추가 최근 상인들이 사는 좋은 고추는 600g당 1만3000~1만4000원, 소비자가는 1만5000~1만7000원에 거래되는 추세지만 비싸 사는 사람도 없다”고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고추값이 600g에 1만5000원을 호가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올랐음에도 농민들에게 신바람은 찾기 어렵고 거래 또한 한산하다. 지난여름 자주 내린 비와 탄저병 등 병충해로 올 고추수확량이 극히 부진한데도 수입고추에 가격이 하락했다며 농가들의 속이 편치 않고 소비자도 가격부담에 불만이다.
고추 1000평을 짓는다는 민판동의 한 주민은 “올해는 작황이 나빠 가족이 먹을 것 외에는 시장에 내놓을 고추가 없다”며 “고추농사로 돈벌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외면의 다른 농민은 “중국산 고추가 쏟아지면서 중국산을 국산과 섞어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하면서 “작황이 나빠도 가격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어떤 이는 “농사지은 이후 고추값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은농협 하나로 마트는 추석 전 구매한 괴산 청결 고춧가루 1㎏을 5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나 “물건이 비싸 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원의 설명이다. 읍내 A마트는 국내산 1㎏를 2만65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역시 고객이 외면하고 있다.
8월 중순부터 급등했던 고추가격이 추석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때 건고추 소매가가 2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조금씩 하락, 600g당 소비자가 1만5000원~1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매가격은 3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물가정보망 홈페이지에 따르면 600g당(중품) 8월 하순 1만2000원 - 9월 상순 1만6000원 - 10월 3일 1만3700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생산량 증가 및 수입량 등가 등 공급량이 확대되고 김장을 대비해 물량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감소돼 가격은 하락 보합세로 전환되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고추생산량이 작년보다 17% 감소한 7만9000톤으로 예상했으나 8월 하순부터 기상여건이 좋아져 고추 생산량이 작년보다 5% 감소한 8만70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올해 고추 생산량이 당초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주 500톤의 수입고추를 공급하는 것 외에 추가로 8200톤을 저율 관세로 도입하기로 해 향후 고추가격은 하락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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