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중 6번째 동물, 재산·지혜·아름다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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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중 6번째 동물, 재산·지혜·아름다움 상징
  • 곽주희
  • 승인 200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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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꿈은 재물늘고 사업확장, 자손번창 등 좋은 꿈
올해는 신사년(辛巳年) 뱀의 해다.  사실상 새 천년이 시작되는 밀레니엄의 새해가 밝았다. 2001년(단기 4334년)은 1881년, 1941년에 이어 60년만에 찾아온 신사년(辛巳年)이다. 뱀은 십이지 동물중에서 유일하게 손과 발, 털이 없으면서도 나무·땅·동굴·사막·물에서도 살 수 있는 환경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이다.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중 여섯째인 뱀은 방향으로는 동남쪽, 시간으로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달로는 음력 4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뱀을 나타내는 한자 사(巳)는 뱀이 편안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뱀은 우리에게 깨끗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지혜로운 동물인 동시에 징그럽고 사악한 동물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같은 뱀에 대한 인식의 양면성은 우리 민속문화에도 잘 반영돼 있다. 각종 설화에서 뱀은 죽은 사람의 영혼, 명부(冥府)의 수호신, 간교한 지혜와 애욕, 다산, 불사, 재생, 영생, 풍요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또 민간신앙에서는 재물을 지켜주는 업신으로 모셔졌으며, 민속예술의 소재나 민간약재로도 애용돼왔다.

호랑이·용 등과 함께 우리 민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인 뱀에 대한 이미지는 생태학적 특징과 많이 결부돼 가늘고 길며 다리·눈꺼풀·귓구멍 등이 없는 뱀의 신체구조상의 특징에서 「징그럽다」,「사악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독니를 보고서는 「날까롭다」,「무섭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두가닥으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긴 혀에선 「유혹」,「여자」,「말조심」 등의 개념을 연상했으며, 겨울잠을 자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 것을 보고 는 변신의 귀재 또는 죽음으로부터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라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알(한번에 100개 이상) 또는 새끼를 낳아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도 인식됐다.

뱀에 대한 역사기록은 삼국유사에 실린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관련된 내용으로 박혁거세가 죽은 뒤 하늘로 올라갔던 왕의 시체가 7일만에 흩어져 땅에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합장하고자 했으나 큰 뱀이 쫓아와 방해하므로 오체를 각각 장사지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현재 오릉 또는 사릉이라 불리는 무덤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으로 후대의 용신앙과 필적하는 삼국초기의 뱀신앙을 엿볼 수 있다.

뱀이 없으면 편안히 잠을 자지 못했다는 신라 48대 경문왕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은 흥미를 끈다. 화랑출신으로 뱀을 자유자재로 부렸던 경문왕이 자신의 경호에 사람대신 뱀을 이용했거나 뱀 문장이나 군호를 가진 무사집단이 왕을 경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로왕의 설화를 보면 도적이 왕릉을 파헤치려하자 구렁이가 나타나 릉을 보호했으며, 고구려 고분인 삼실총에는 동남쪽 벽에 뱀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뱀은 수호신이자 풍요의 상징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집안의 구렁이를 죽이지 않는다. 이 구렁이는 가족과 재산을 지켜주는 「업구렁이」, 즉 수호신이다.

용비어천가에도 뱀이 등장하는데 「뱀이 까치를 물어 나무 끝에 앉으니 성손(聖孫)이 바야흐로 일어나려함에 가상(嘉祥)이 먼저 있게 되었다」고 뱀을 찬양한다. 뱀이 길상(吉祥)과 동의어임을 알 수 있다. 이와함께 뱀은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의 대명사이다.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아스프(asp)」란 뱀의 독으로 자살했다고 하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침실에 뱀을 풀어놓고 지낸 것과 신라 경문왕의 침소에도 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뱀은 요즘 부정적인 이미지가 훨씬 강하다. 사람들이 뱀이라면 먼저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을 떠올린다. 또 모함과 중상, 음험(陰險), 냉혹, 간특 등의 표상으로 인식한다. 서양에선 에덴동산의 뱀은 아담과 이브를 죄악의 나락에 빠뜨린 원흉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의 뱀도 마찬가지로 유혹의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 「뱀처럼 지혜로와라」(마태오복음 10장 16절)라고 했듯이 뱀은 지혜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또 알렉산더 대왕도 보화를 쌓아둔 창고를 사신(蛇神)으로 지키게하는 등 뱀은 부(富)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밖에 조선중기에 사람을 제물로 받아먹던 금녕사굴의 뱀을 활로 쏘아 죽이고 돌아오다 뒤따라온 구렁이의 독기운을 등에 맞고 죽은 제주감사의 이야기나 중국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이 본래 우리나라사람이었고 뱀의 정기를 타고난 사람이라는 내용의 설화, 치악산을 무대로 까치를 살린 선비가 암구렁이에 혼난 이야기, 우물에 있던 백년·천년묵은 뱀(이무기)을 죽이거나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보아 무슨 일만 있으면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 등 뱀과 관련된 설화·전설·민담이 수두룩하다.

뱀꿈에 대한 해몽도 여러 가지다. 뱀들이 우글거린 꿈을 꾸면 사업이 확장되고 재물이 늘어난다, 뱀이 치마속으로 들어온 꿈은 태몽으로 건강한 자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앞에 있던 뱀이 사람으로 변한 꿈은 협조자나 동업자를 만난다는 뜻으로 해몽한다.

뱀한테 물린 꿈은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고, 태몽이면 훌륭한 자손이 태어나며, 남자는 직장동료와 결혼한다는 징조다. 미혼 여성이 뱀으로 몸을 감은 을은 꾸면 결혼할 징조며, 태몽이면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 뱀이 강을 건너온 꿈은 지모가 뛰어난 협조자를 만난다는 암시며, 구멍속을 쑤셨는데 구렁이가 튀어나온 꿈은 시험에 합격하거나 취직한다는 징조로 본다.

꿈에 황색 구렁이를 보면 최고의 걸작을 창작하거나 관람하고 흰뱀을 보면 유산을 상속받거나 뜻밖의 행운을 잡는 것으로 풀이한다. 뱀을 잡거나 죽인 꿈은 사기꾼이나 경쟁자의 계략을 물리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될 징조이며, 큰 뱀을 칼로 토막낸 꿈은 경쟁자나 장애물을 제거하고 사업을 확장한다는 뜻으로 해몽한다.

뱀은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다. 그저 앞만 보고 똑바로 간다. 기민하고 슬기롭게 상황판단을 잘하는 뱀처럼 신사년 올한해 각 개인과 가정은 행복과 안정을, 그리고 국가와 민족은 통일과 번영이라는 공동의 바램을 향해 전진해 가라는 뜻이 뱀의 상징성 속에 들어 있다. 사실상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1년 신사년 새해를 활기차게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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