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동 공동체’에 둥지 튼 젊은 귀농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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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동 공동체’에 둥지 튼 젊은 귀농부부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7.1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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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진 백록동 공동체 회원
정들었던 도시생활을 떠나 아이들과 함께 농촌생활을 선택한 한중리의 백록동 마을의 젊은 귀농부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귀농 인이 되었다. 그토록 모질게 퍼 붓던 비가 그치자마자 미처 캐내지 못한 감자로 온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 그들은 가슴 졸였다. 본지와의 취재가 끝나자마자 조금이라도 더 감자를 캐기 위해 산비탈에 조성된 감자밭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1년 전 백록동 공동체로 귀농했던 서울 한 살림의 지역조직 사무국장이었던 전경진(39·보은군 마로면 한중리 78-1)씨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편집자 주〉

◇9회째 대청호보전마을 우수마을로 선정

보은군 마로면 한중리의 ‘백록동’은 하얀 바위가 마치 사슴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9회 째 대청호보전마을 우수마을로 선정이 됐다.
20여 년 전, 단독으로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집하며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작고한 새 생명 공동체의 이철희 대표의 정신을 이어받아 마을 전체가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하고 있다.
15가구(28명)의 백록동 공동체는 농사체험 및 교류프로그램인 감자 캐기(6월), 감따기 베벼기(10월), ‘한살림어린이생명학교’를 8월과 1월에 초등생 대상으로 한살림자원교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군 농촌체험마을로 선정, ‘도농교류체험관’이 건립됐다. 현재 이곳에는 논 면적 8만9256.6㎡, 밭 1만9834.8㎡, 과수 1만322.2㎡에서 친환경 유기농법과 한우 100여 마리 등을 사육하고 있다.

◇결혼 전부터 농사짓는 계획에 마음 합쳐

“도심 속에 살다가 우연히 한 살림 사업 진행을 맡기 위해 찾았던 백록동 마을은 그저 내겐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가난한 마을 풍경, 시설사업 낙후, 자연훼손 없이 설치된 도로 등 미개발된 시골정취로 마음을 사로잡았죠. 결혼 할 당시 아내와는 이미 시골로의 귀농이 예약된 미래의 전초전이었지요. 당시 단오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행사에는 가을걷이 행사(생산자가 서울로)와 단오행사(소비자가 직접 산지로 내려옴)가 있었지요. 그 행사의 진행기획을 맡았던 것이 이주하게 된 계기가 된 거죠.”

◇마을주민과 ‘한 마음’ 되는 것 큰 소망

“오히려 지금은 경관농업으로 도농교류체험관이 생긴 것이 마을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인정 나눔의 저해를 가져왔다고 생각돼 안타깝죠. 체험관이 서기 전에는 생산자의 집에서 숙박하고 먹거리도 함께 했지만 지금은 체험관에서 따로 숙박과 먹거리가 해결되다보니 생산자와의 교류가 단절됐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귀농1년 밖에 안돼서인지 힘들지만 마을주민과의 적응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마을 주민과 하나 되어 함께 농사짓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예년에 비해 비가 많이 와 아직 캐내지 못한 감자가 밭에서 그냥 썩어가는 현실을 보며 무척 마음 졸여지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농부가 되어가는 것임에 틀림없어요.”

◇미래엔 농업만이 에너지·식량 등 활로가능

“도심 속에 살면서 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족한 식량과 에너지 문제 등을 생각하며 농촌만이 이러한 모든 것을 해결할 방편이 될 것 이라는 생각 말이죠.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중요한 인생테마죠. 마을의 공동체를 통해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미래의 대안이나 농촌 환경운동으로 진일보하는 진보적 농업운동으로의 활로 모색이 가능하게 되리라는 견해입니다. 우리 부부는 도시에서 살면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러한 미래적인 준비를 위한 절차로 이 백록동에 이주한 것이죠.”

◇전공은 다르지만 농촌 살리기에는 ‘공감’

“농촌 속에 들어와 살아보니 많은 중요한 것을 느낍니다. 오히려 농사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더군요. 무언가 도움을 받으면 갚아야 하고 또한 도움을 주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농업적 제도적 현실 속에서 마음이 어려웠어요. 귀농지원 사업에서도 제도적 멘토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스스로 필요한 지원이 아닌 돈을 주는 개념은 오히려 자립을 방해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이웃 관계로서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겠죠. 그런 환경 속에서 본다면 부부가 귀농을 했다는 게 큰 힘이 되었죠. 아내는 사회복지, 전 산업공학을 전공했는데 농업과는 아무런 관계는 없지만 농촌을 살리는데 공감하고 유기농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서로 공감을 합니다.”

◇귀농 인에겐 ‘상담자’ 아닌 ‘행정통’ 필요

“혼자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귀농 인을 위한 보조사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착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않거든요.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과정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공무원조차 행정 과정에서 필요한 형식적 서류형식에 대한 것을 잘 모르더라구요. 지금까지 제가 받은 귀농지원 혜택에는 ‘면세유 정도’랄까요. 귀농 인을 위한 시 단위 행정과 면 단위 행정과의 관계는 무척 다르죠. 오히려 정책지원 면에서 귀농담당자는 기존농업인 지원체계는 알지만 조례제정을 통한 새로운 지원체계는 잘 알지 못해요. 귀농인들이 원하는 건 귀농인을 위한 일관된 특별한 지원시스템이 절실합니다. 보은군의 귀농귀촌인을 위한 조례제정에는 무척 감사드립니다만 실질적으로 귀농한 소농들에게는 지원되는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죠. 평수 제한에다, 자본금에다, 기준이 되는 한도를 정하다보면 결국 기존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더라구요. 결국 귀농 인에겐 특히 소농들을 위한 ‘맞춤 귀농정책’을 진행하는 전문 행정통이 꼭 필요합니다.”

◇농촌 교육문제 다양한 프로그램 절실

“세중초 3학년인 딸 영주(10)와 세중초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영화(7)는 오히려 학업에 있어서는 도시와 큰 차이가 없으나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는 체험학습도 규격화 되고 다양성은 떨어져서 오히려 도시보다 시골의 메리트를 십분 이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딸애 한 반이 겨우 3명에 불과하니 구성원이 적어 외로운 6학년을 보내야 한다는 안쓰러움도 있고요. 그래서 방학 중에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었어요.”
이들 부부가 귀농하여 얻은 집지을 땅 628.10(190평)㎡은 이제 새로운 그들의 희망이다.
현재 운영되는 백록동 공동체를 통해 주민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기존 바꿀 수 없는 인식체계 안에 서서히 녹아드는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 일원이 되어 기여하고 싶은 것이 야무진 그의 소망이기도 하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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