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어르신들
상태바
노후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어르신들
  • 이흥섭 실버기자
  • 승인 2011.06.23 0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6일 종곡리 김홍원 선생을 통해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서예교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 서예교실은 송전 정기옥 선생이 90줄에 든 어르신들을 담당하고 박준하 어르신이 반장을 맡고 있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열심히 붓을 잡고 심신을 모아 서예에 열정을 담아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이에 정기옥 선생은 한분 한분 글씨체를 조사하며 한문자에 미흡한 획을 정성스레 지도하고 있었다.
정기옥 선생은 서예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고 벌써 신문지상에도 여러번 보도 된 분이라고 했다.
이날은 어르신들의 한자 글쓰기가 끝나는 날로 옛날에 학동들이 천자문을 한권 띄면 떡 한 고리를 해가는 식으로 어르신들이 한문 서예를 완전히 연마하여 익숙한 붓글씨로 마감하는 날인 것 같았다.
떡과 맛있는 음식들이 벌써 배달되어 왔다. 다음은 서예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명단이다.
김숙모, 구춘서, 김계형, 김기춘, 김순규, 김인칠, 김종훈, 김홍원, 박준하, 송일헌, 이문웅, 이응모, 장옥분, 최옥수, 최종분, 최호근 어르신이다.
한문 서예 붓체가 어르신들의 마음에 잔잔한 호수같이 청명한 하늘의 꽃구름같은 정신력을 모아 노후를 아름답게 단장하는 모습들을 보니 정말 부러웠다.
김순규 할머니는 83세로 서예 솜씨가 할아버지들 못지않게 정교한 솜씨를 보였다.
얼마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서예를 연마했으면 이렇게 솜씨가 좋으냐고 여쭸더니 김순규 할머니는 의외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김순규 할머니는 그 옛날 너무도 가난해서 12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일본 말만 배우고 우리 한글은 하나도 배우지 못하고 5학년에 학교도 끝마치고 정신대를 면하기 위해 시집을 왔다고 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고생하고 이렇게 늙었다며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 후로 스스로 공부하며 한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읽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무슨 책이든 다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백발이 성성한 시골 할머니이지만 붓을 든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자랑스러운 노후를 보내는 서예교실 어르신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 구절 좋은 글귀를 많이 써서 족자도 만들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길 바란다.
/이흥섭 실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