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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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앞과 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1.06.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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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허위기재 논란으로 정계와 문화계 등 충북지역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강 대표는 지난달 2일 충북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내정됐지만 허위학력이 문제가 돼 내달 1일 출범을 한달 남기고 하차했다.
강 대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 시민단체, 정당이 나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성명서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럴 경우 지역에 미치는 파문이 커질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화합을 해오던 지역 문화·예술계가 분열되고 진보와 보수 등 정당간 갈등으로 비화할 것으로 생각했다. 충북문화재단 하나 때문에 지역 전체가 혼돈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대표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퇴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도 ‘언론재판’이라는 용어를 3회나 사용한 데 이어 특정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보도내용에 오류가 있었다는 식의 지적을 여러 차례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표출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허위학력 논란이 이슈화됐을 때 개인적으로 지역신문사들이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란 호기심과 보은신문사 같으면 어떤 각도에서 사안을 대하고 보도가 나가야 될까 적지 않은 고민을 가져보았다. 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양날이 있어 관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본질이 바뀌거나 흐려질 수 있다. 특히 뉴스나 의견의 논리에 따라 독자들의 이해력이 달라지기도 하고 언론의 위상과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였다고 생각했다. 또 강 대표는 보은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고 최근 보은지역에서도 색채 있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어 이런 의미에서 지난 일이지만 상반된 두 신문사의 보도를 소개해본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강태재씨! 허! 참! 어찌하오리까’란 제목으로 기자수첩에 실린 A지방일간신문의 글이다.
<“소신을 지키며 살고자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나날이 새롭게 이 길을 가려는 저에게 공인신분을 망각한 무지한 인간으로 낙인찍는 것은 나 개인은 물론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25개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허! 참! ‘어찌하오리까’입니다.”
허위학력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가 한 언론에 기고한 글 중 한 부분이다. 참으로 가증스럽고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학(短學)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니다. 단학을 딛고 사회적으로 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됐다면 오히려 자랑스럽고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강씨는 자신의 단학을 수십 년 동안 부끄럽게 생각했다. 잘못된 일이다. 단학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속여 온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학력을 속였다”는 말로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행태는 더욱 비난받아야 한다.
입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자신이 취업하기 위해 허위학력을 내세우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취업 기회를 빼앗은 것은 더 큰 ‘사회적 범죄’다. 정치나 행정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회단체에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도덕성이다. 수 십 년간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덧칠해 온 사람이 그런 사회단체의 장을 맡은 것도 문제지만, 사회의 허울과 거짓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해 온 행태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스스로 멍에였다면 참회의 고백을 통해 용서를 구했어야 옳다. 그러나 강씨는 그럴 용기도, 고민도 없었다. 결국 타의에 의해 벌거벗겨지자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이하 생략)>
반면 ‘문화는 간데없고 정치만 남다’란 제하의 B주간신문이 게재한 내용이다.
<충북문화재단이 비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이사진 성향분석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강태재 대표의 허위학력 논란이 불거졌다. 대전고등학교를 중퇴했다면 졸업한 것처럼 행동해 왔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충북도는 강 대표를 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내정하면서 약력사항을 기자들에게 돌렸다. 여기에는 64년 대전고 졸업이라고 표기돼 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선임된 이후 제출한 자필이력에에는 대전고 중퇴라고 표기했다는 게 충북도 관계자의 말이다. 기자들에게 돌린 프로필은 도에서 작성한 것이다.
(중도 생략) 강 대표는 지난 79년 8월 청주상공회의소에 취업해 2004년 6월까지 근무했다. 허위학력 문제는 이때 나온 것으로 지금부터 30년이 지난 일이다.(중도생략) 강 대표의 학력문제는 논란거리가 될 소지를 안고는 있지만 이미 주변에서는 중퇴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도 “강의하러 가서 고등학교도 못 나왔다고 밝힌 적이 여러 번이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을 수십년전 취업당시 했던 거짓말을 문제삼을 것인가, 아닌가로 좁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을 비롯한 일부 강경론자들은 대표 및 이사진 구성 철회를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문화재단을 둘러싼 일련의 일이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하 생략)>
두 신문은 같은 사안임에도 의도한 메시지는 분명 다르다. 기자나 신문사의 시각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지 않나 싶다. 가장 중시 여겨야할 공정성과 객관성은 성향에 따라 달리할 수 있고 이슈와 쟁점도 생성해 낼 수 있다. 우문일지 모르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 사건의 본질은 허위학력이었을까 성 스캔들이었을까.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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