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가슴으로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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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가슴으로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5.1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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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황균 보은자영고등학교 교사
5월은 보은의 달이다.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1년 중 가장 힘들어하는 달이기도 하다. 물질보다는 마음의 선물이 더 가치를 발하는 때이기 때문이리라. 예부터 군사부일체라고 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恩惠)는 똑같다는 말이다.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도 언제나 밝은 웃음, 역동적인 몸짓으로 학생들과 가슴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며 실천적인 자세로 교육현장을 누벼온 30여 년 경력 노장인 오황균(57) 교사를 만났다.
<편집자 주>

◇농사꾼의 자식 소꼴 베며 2남3녀 중 둘째로 성장

“청주시 가경동이 제 고향이죠.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발전 되었지만 그 옛날에는 그야말로 ‘깡촌’이라고 해야 하죠. 지금은 모두 작고하신 농사꾼 집안의 2남3녀 중 둘째로 자랐어요.
소꼴 베는 일을 하두 해서 낫질 솜씨는 지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보세요. 이 상처요.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죠.”
엄지손가락에 굵고 진한 낫에 벤 상처를 훈장처럼 간직한 그는 여전히 농부의 자식으로 살아온 그 때의 어려웠던 교육환경을 여실히 반증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그때의 가난에서 오는 어려움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힘들게 살아가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안쓰럽죠. 성적위주로 재어지는 현 교육의 잣대는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고문과도 같을 겁니다.”

◇8·12대 전교조지부장 파란만장한 역사현장 간직

1984년 충북대학교 사범대학(영어교육과)을 졸업한 그는 경기도 장호원종합고로 초임 발령을 받고 1년 후 영동의 황간고등학교로 전입했다.
김영세 전 교육감 시절 전교조가 불법이라 해서 따끔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정직 3개월로 시작해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제천 오지의 수산중학교로 발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식들과 부인과는 기러기 가족이 됐지만 오래 떨어져 살았던 노모와 함께 지내게 된 계기가 된 것을 가리켜 “전화위복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곳을 시작으로 충북지역 곳곳을 두루두루 3번 정도는 돌았다고 자부합니다. 제게 주어진 전교조지부장 역할을 맡아 일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지역 내 초·중·고교의 골목길 하나하나까지도 낱낱이 안다고 봐야죠. 그만큼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크죠. 그 때의 생활이 진정으로 교사로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어려움을 통해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된 시기이죠. 그 시절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픈 사건들도 많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닌 오해로 비롯된 교육현장의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일 수밖에 없지요.”

◇아이들과 함께 고민 나누며 맺어가는 관계 행복해

“도시와 농촌을 떠나 교육적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부적응 상태를 보이는 예가 많이 눈에 띄어 무척 안타까움을 갖게 될 때가 많아요. 이 지역에는 결손가정이나 경제적으로 불우한 아이들이 상당수가 됩니다. 이들은 홍보매체를 통해 이 세상에 좋은 것도 많고 화려한 것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항상 격차가 있듯이 현실과의 차이를 느끼면서 아이들은 ‘무기력’이나 ‘의욕상실’같은 부작용을 겪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통한 건전한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특활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테니스나 축구, 배드민턴 등을 가르치고 있어요.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농업특성화학교에 전문과인 ‘농과’ 없어 아쉬움 커

“모두들 생각하는 대로 전문계고인데도 인문계고 못잖게 대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요즘은 대학문이 넓어서인지 아이들이 가고자 노력하면 가능하거든요. 또한 우리 학교는 전문계고로서 농업과 관련한 실습을 통해 전문 영농인을 길러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것을 반증하듯이 이번 제40년차 청풍명월 영농학생 전진대회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식품분야에 박지원, 박효진 등이 금메달을 땄고 식물분야에서 은메달, 식품, 제과제빵분야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어요. 또한 우리 학교는 농림수산부에서 자연농업 특성화학교로 지정되어 1억 원을 지원받을 정도인데도 오히려 농업전문계고답게 농업경영나 농과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죠.”

◇언제나 아이들 편에 서서 실험적 교육에 치중

올해로 12년째를 맞고 있는 어린이 날 큰잔치인 ‘얘들아 노올자’ 이벤트 추진위원장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보은지회장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마음을 먼저 선뜻 내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자취가 없어진 ‘열린 교육’이 상당히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 현재 추진되는 수준별 교육은 1%대의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이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학교 때 학교성적이 꽤 좋았어요. 그러나 사회에 나와 사회적 리더가 되는 층이 꼭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최근의 수준별 교육은 상위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고 보니 중하위권 아이들이 가야할 방향 설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성적지상주의가 맞는 것이라면 사회적 정치리더들이 좀 더 잘해야 하는데 어쩌면 사회를 망치는 요인들로 가끔 튀어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교육은 ‘더불어 사는 길’에 있음을 알아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병은 병인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죠. 성적만 좋다고 다 좋은 인격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현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은 모순이 많아 이미 결과론적으로 실패작라는 실험을 끝낸 상황입니다. 1%를 위한 수업일 뿐이죠. 어쨌든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균등하게 교육적 기회를 주고 서로 협력하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인 교육형태라고 봅니다. 못하는 아이가 잘하는 아이를 따라하는 교육환경, 예를 들면 글씨가 예쁜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 글을 잘 배우기 위한 분위기 같은 것 말이죠. 어쨌든 교육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적지상주의로 빠질 때 아이들은 열등감에 시달리고 반 교육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결과로 알 수 있지요. 성적지상주의는 신자유주의의 경쟁의 극대화로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며 반인간적 상태의 교육적 환경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죠.”

◇‘자연문화유산탐구반’ 운영 동아리 활동 펴

전에 재직했던 보은중학교에서 그는 ‘자연문화유산탐구반’을 운영해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지역의 역사와 자연의 보고들을 틈틈이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꼼꼼이 알아야만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자부심을 함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사가 꼭 학문만을 가르치라는 법은 없지요. 두루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에 대한 의식 고취로 동학정신 함양과 고장에 유명한 한강 발원지인 삼파수가 흐른다는 지리적 특성을 확인시키는 것이죠. 더 나아가 보은의 천재시인인 오장환 시인, 옥천의 정지용 시인 등 지역을 잇는 충북문학벨트화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수학 여행지나 테마여행지로의 발전을 꾀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고장을 소중히 생각하게 하는 귀중한 열린 사고의 체험의 장이 된다고 봅니다.”

◇지난 2006년 내북면에 정착 문화마을 형성

그는 지난 2006년, 도종환 시인이 사는 마을인 내북면 법주리에 집을 짓고 정착을 했다.
제일 처음 도 시인이 사는 집을 지은 김희동 씨를 비롯 성방환, 윤석위(문화사랑방 대표)씨 등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자칭 문화마을이 됐다.
언제나 자유로운 사고와 아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교육의 길을 추구하며 사는 그의 교육관이 요즘 더욱 빛을 내고 있는 시점이다.
가정의 달과 보은의 달인 5월에 아이들을 위한 그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임에 틀림없다. 가족이자 인생의 응원부대로는 학교동창인 부인 박상임(57·간호사)씨와 취업준비로 분주한 딸과 대학재학 중인 아들을 두고 있다.
그의 머리 속은 요즘 복잡하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딸을 통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를 방관해서는 결코 안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분명 우리 아이들의 문제인 청년실업 해결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수년 안에 맞아야 할 우리의 과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자연과 생명을 연구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제가 몸담고 있는 자영고의 특성화된 교육이 더욱 필요할 때이죠.”
그는 “참 교육이란 아이들의 자발적인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 정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참교육 실천의지를 마음으로 다지고 있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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