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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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선물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1.05.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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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머리에는 언제나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과 막내가 “기도 하는 손”을 수놓아 액자로 만들어 준 것이 걸려 있다.
그런데 오늘 부터는 또 다른 하나가 놓여 있게 되었는데 그 것은 나의 고희 생일을 맞아 아이들 삼남매가 내게 준 감사패이다.
원래의 제날 생일은 며칠 남았지만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낼 수 있는 요일을 택하여 가족 끼리 가까운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당초에는 어디 여행이라도 보내 줄 요량이었던 것 같았으나 나이 칠십이 무어 그리 대수냐고 내가 극구 반대하며 정 그러면 큰 댁 어른들 모시고 저녁 식사나 함께 하자는 내 뜻을 아이들이 받아들여 그렇게 한 것이다.
물론 조그만 생일 케이크가 준비 되어 촛불 7개가 켜지고 다섯 살배기 손자가 축하 송을 부르고 또 촛불도 끄면서 의례적인 절차가 끝났음으로 형님들께 식사를 하시도록 권하려는 순간 큰 아이가 일어나 우리 삼남매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드리겠다고 하며 내 앞으로 와서 패를 들고 읽는다.
“하늘 아래 생명을 주시어 태어나게 하시고 앞서 세상사는 지혜를 일깨워 주시고 한결 같은 사랑과 정성으로 가족을 늘 아껴주신 당신의 위대한 사랑과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주신 사랑을 갚을 수는 없지만 물려주신 믿음의 유산을 가슴에 되새기며 늦게나마 깨달은 어버이의 사랑 앞에 정성을 모아 조금씩이나마 보답 해 나가겠습니다. 아버지 평생을 사랑 합니다. 그리고 참 감사 합니다. 존경 합니다”
자리를 함께한 모든 이들이 박수를 쳐주며 축하 해 주었지만 정작 나의 뇌리에는 고마움과 회한이 교차 되면서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마음이 저려 오기도 하였다.
나도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자식들의 아버지가 되어 그 사랑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정작 자식으로는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순간 나를 조여 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이 자식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며 사는 것은 다를 바 없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보답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뒷바라지를 잘 해 주지도 못하였는데 그래도 잘 자라서 제 몫 감당하고 살아가는 것이 고마울 뿐이지만 나의 아버지 어머니께 너무 죄스러워 이 선물을 받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당신들 살아 계신 생전에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 한 것이 이 시간 내 마음에 이처럼 큰 회한이 될 줄은 미쳐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나는 내 생애의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전에도 몇 개의 패를 받아 본 적이 있지만 오늘 이처럼 나를 감격케 하고 보람을 느끼게 한 적이 없다. 또 어느 누가 자식들에게 감사패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자식들이 나를 사랑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존경 한다고도 했다.
그러니 내가 어찌 감격 하지 않고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조금은 과장 되었을지 모르나 나는 이패에 담긴 말들이 진심 어린 자식들의 마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설령 진심이 아닌 형식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을 담은 감사의 표시보다도 의례적이나 관례에 따라 주는 감사패도 있어 이를 기념품으로 간직 할 수는 있어도 볼 때마다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감사패는 그리 많지 않은듯하여 오늘 자식들로부터 받은 이 패는 지난날의 나의 삶을 보람으로 일깨워주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로서 언제나 내게 힘을 주고 나를 지켜 줄 것이다
오월이 되었다.
신록이 절정에 이르려면 조금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모든 생명들이 환희의 찬가를 합창하기에는 충분한 계절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을 중심으로 함께 기념할 날들과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도 이 달에 속 해 있어 내가 받은 사랑과 은혜, 그리고 주어야 할 사랑을 모두가 깊이 생각 해 보며 그 사랑과 은혜를 기리는 오월로 맞이하였으면 한다.
또한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하늘도 싱그럽고 땅도 싱그럽고 마음도 싱그럽다. 시녀 철쭉이 붉은 당의를 입고 여왕을 맞이하고 나면 순백 아카시아의 아련한 향이 푸른 석양의 들로 나를 부를 것이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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