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린이들에게 독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이전에 우리 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는 첫째, 어린이 독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첫걸음은 바로 부모들이 동화를 읽는 일이다. 우리는 자녀들과 늘 함께 있긴 하나 사실 내 아이를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느 새 우리가 아이만 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고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군림한다. 그래서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아이의 일상을 간섭하고, 판단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비난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동화에는 어린이의 심리가 아주 잘 그려져 있다. 늘 곁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내 아이의 고민, 관심사, 소망 등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에게 독서 지도를 하기 전에 동화를 읽으면서 내 자녀와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렇듯 부모님이 먼저 동화를 읽어야 자녀들이 책을 읽고 난 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둘째, 어린이에게 좋은 독서 환경을 만들어 주자.
(1) 자녀에게 이야기 들려주기
자녀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이를 다그치기 이전에 우리 부모들이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도록 기회를 주었는가, 책에 친밀감을 갖도록 분위기를 마련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 사회로 바뀌면서 있었던 가장 큰 손실 가운데 하나는 이야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긴 겨울밤 화롯가에서, 여름밤 평상 위에 누워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던 우리 세대이건만 우리의 아이들은 한글만 배우고 나면 혼자 책을 읽도록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즐거워 할 것이다. 알고 있는 옛 이야기가 없다면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좋고, 또 전래 동화집을 보고 준비를 해도 좋다. 먼저 책을 읽고 대강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 다음 책 없이 자녀에게 들려준다. 책과 똑같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것인가 만 생각하면 된다.
(2) 부모가 책 읽어 주기
학교 교육이 국어 교과 과정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으로 세분화되었고, 또 대입 시험의 변화로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도 가정 안에서의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 우선 자녀가 읽고 싶어하는 동화를 부모가 읽어 주어도 좋고, 또 자녀가 읽기 싫어하는 종류의 동화를 읽어 주는 것도 좋다.
오히려 평소에 싫어하는 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편 동화를 한 번에 다 읽어 주어도 좋고, 또 중편이나 장편을 날마다 조금씩 읽어 주어도 좋다. 동화를 읽어줄 때 전체를 다 읽어 주지말고 절정까지만 읽어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상상해서 이야기를 꾸며 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자녀가 꾸민 이야기, 어머니가 꾸민 이야기 그리고 동화의 내용을 견주어 보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3) 학교 독서 환경에 관심 갖기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치원과 학교의 독서 환경은 어떤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학기초가 되면 학급 문고를 만들기 위해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는데, 자기 집에서 필요 없는 책을 보낼 것이 아니라 여러 아이들에게 반드시 돌려보게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자녀 교육면에서도 내게 필요 없는 것을 학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것을 학급 동무들과 나눈다는 것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새 학기엔 많은 어머님들이 학급 미화를 위해 학급 비품을 마련해 주시는데, 쾌적한 교실 환경 못지 않게 어린이들의 삶을 가꾸어 줄 수 있는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는 책에 관심 갖는 일 또한 중요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지역 사회 독서 환경 조성에 참여하자.
현재 보은 도서관에서 "어린이 독서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과연 아이들이 올까 우려했던 불안을 말끔히 씻어 주면서, 오히려 정원보다 훨씬 초과되어 후보자까지 받아놓을 정도로 출발이 좋았다.
물론 온 아이들 중에는 토요일이라 학원에 안 가서 엄마 성화에 온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말 책이 좋아서 수업시작 전에 미리 와서 도서관에 올라가 책을 보는 아이, 수업이 끝나고도 남아서 책을 보고 가는 아이들이 꽤 많다.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독서 환경에 우리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더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2001년 09월 22일(560호)부터 게재된 정해자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은 584호로 마감합니다. 정해자님께 감사드립니다.신나는 글쓰기 교실정 해 자의정해자씨는 여성회관 글쓰기 교실과 문화마당 아사달 한글 배움터의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cdheyo@hanmail.net)
<정해자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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