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건축학교가 있어요
상태바
나무 건축학교가 있어요
  • 송진선
  • 승인 2002.03.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규생 한국 나무 건축학교 학장
통나무집. 듣기만 해도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실제 가보면? 정말로 좋다. 그대로 눌러앉고 싶을 정도로… 나지막한 산자락이나 호숫가에 자리잡은 그림 같은 집. 이물감이 전혀 없는 그 자체가 자연인 집.

그런 통나무집을 짓기 위해 열심히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사람들이 있다. 회남면 분저리71번지. 회남면 조곡리에서 굽이굽이 비포장 대청호길을 따라 8㎞ 가까이 들어가면 폐교된 분저분교가 한국 나무건축학교(http://www.namuhakkyo.com)로 변신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학교의 학장인 엄규생(55)씨. 서울대학교를 나와 2개의 석사학위까지 취득하고 삼성본사에서 근무한 엘리트인 그가 서울에서 살다 통나무집에 매료돼 지난해 1월 홀홀단신 분저리로 이사와 아예 이 길로 접어든 이 학교의 주인이다.

엄규생씨와 통나무 집과의 인연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에 자주 출장을 다니며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목조주택의 효과를 새삼 터득한 그는 그동안 관련 자료를 보고 직접 현장도 다니고 건축학교를 다니며 목조주택 건축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습득했다.

미국식 목조주택 뿐만 아니라 통나무 주택, 전통 한옥교육까지 같이 배웠고 원서로 된 이론서도 볼 수 있는 차원까지 이른 그는 그야말로 이론과 실기까지 겸한 나무 건축분야의 전문가가 돼 직접 교재를 만들어 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이렇게 통나무 건축학교를 마친 뒤 5년전 그는 아예 직업도 바꿨다.엄규생씨는 나무 건축학교를 세우기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우리나라 중심부에 위치해 부산이나 서울쪽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회남면을 물색했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생활을 오래해 목조주택의 효과를 알고 있는 연구원들이 있는 대덕 연구단지와 가까운 곳인 회남면은 적지중의 적지로 판단, 지난해 1월 분저분교를 임대했다.

장기간 방치됐던 곳이라 교실 바닥이 뒤틀린 곳도 있고 창틀이 없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엉망인 이곳을 겨우 손봐 7월1일 개강했다. 월240만원에 숙식까지 제공하며 2개월 과정으로 교육하고 있는 건축학교는 3기까지 많지는 않지만 1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현재 4기생 4명이 수강을 하고 있다.

이중에는 자신의 집을 짓기위한 사람도 있지만 취업을 알선 아예 건축가로 전업한 수강생이 회남면 거교리에 목원대 홍모교수의 목조주택을 직접 건축, 이 학교를 찾는 수강생들에게 좋은 견본품이 되고 있다.

현재는 미국식 목조주택반만 개강하고 있는데 통나무 주택과 한옥주택반도 개설할 예정이다. 나무건축학교가 완전히 정착되면 가족들도 모두 이곳으로 이사를 올 계획이라고 말하는 엄규생씨는 목조주택을 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도 갖게 됐다.

물직적인 풍요를 쫓아 달려왔던 지난 삶과는 달리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절감하고 비록 통나무 집 교육을 하면서도 나무하나 베지 않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통나무집의 특성도 실감하며 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