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꽃나무로 ‘무주상보시' 실천 ‘괴짜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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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나무로 ‘무주상보시' 실천 ‘괴짜인생’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4.07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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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준(산외면 이식2리 448-1)씨
무조건 노는 땅이나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유휴지 등이 눈에 띄기만 하면 왕벚꽃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다. 집 주변은 고사하고 흉물스럽게 버려진 공터나 마을길에다 그동안 힘들게 길러놓은 8~9년 생 왕벚나무를 심어 몇 년 후엔 사람들이 늘 찾아와주는 아름다운 공원화를 꿈꾸며 나무를 심는 사람. 세상 사람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일컬어 흔히‘괴짜인생’이라고 부른다. 산외면 이식2리에 ‘수성농원’이라는 작은 둥지를 틀고 도도히 물 흐르는 자연을 앞에 두고 오리 키우고 나무묘목 가꾸며 또 키워진 묘목들은 아낌없이 내어다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괴짜인생 안재준(60)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내 이름 ‘안명조’가 아닌 ‘안재준’으로 불러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쩌면 굽이굽이 넘는 인생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삶을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살게 마련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곧 숙명이다. 그러나 그는 양반가문의 ‘안명조’라는 이름은 무조건 봉사만을 하며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헛헛한 이름이라하여 지난 2005년 고향인 보은에 내려오면서 법원에 ‘안재준’으로 개명 신청을 직접 냈다.

“그나마 노력한 만큼은 이뤄져야 한다는 소망 속에서 그렇게 결정했어요. 도통 명운이 열심히 일했지만 남는 것 하나 없고 그저 나가기만 한다니 조금은 심각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내린 결정인데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믿고 가야죠.”

청춘시절, 그는 뉴코아 백화점 관련사업 뿐만 아니라 동아그룹을 통해 해외 8개국을 다니며 통신 텔레콤 사업에도 손을 댔던 그는 배포 큰 사람인 적도 있었다.
또한 사우나 사업도 해보았고 그밖에 등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댄 그였지만 결국은 23억이라는 사업실패의 낙인을 찍히고 말았다.
이후 그의 인생은 많이 바뀌었다.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비우고 난 후에야 그렇게 괴짜인생을 받아들였다.

◇경기도 부천서는 내로라하는 ‘봉사인생’ 실천

그의 이력에는 빼곡히 봉사만으로 살아온 인생도 점철돼 있다. 제2의 고향인 부천에서의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선행과 봉사의 삶이었다.
지난 1996년 원미구 도당동에서 삼성가전랜드를 운영하던 시절, 그는 어떤 대가도 없이 선행실천이 하나의 인생철학이 됐다.
온갖 궂은 일을 마다않고 내일처럼 발벗고 나섰던 사람이었다. 청소년 선도는 물론 소년소녀가장돕기, 결손가정아이돕기 등을 실천했다.
이렇듯 그의 튀는 행동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때론 그의 선행에 질시의 눈총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저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나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당동 사무소에서 ‘국토대청결 운동’ 일환으로 실시된 유휴공한지 무료주차장화 사업에 동참했지요. 포클레인 2대와 덤프 등 중장비를 지원해 그야말로 꿈같은 12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일은 지금도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

◇마을 분들에 도로가 왕벚꽃나무 식재 호응 부탁

그의 손에 의해 지금까지 8~9년 생 왕벚꽃나무 400그루가 볼썽사나운 불모지나 또는 도로가에 아름답게 식재되어 있다.
“참 마음이 어렵더군요. 내가 사는 고향인 산외면 사무소에서도 도로가에 심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네요. 어쩌면 당연한 일인 줄 알지만 아무 속뜻 없는 나이고 보면 그냥 섭섭하지요. 마음에는 나무를 심어 3~4년 후에 아름다운 숲으로 변모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숲을 즐기기 위해 찾아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바로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하려한 일인데...”
조건 없는 마음, 특히 계산 없는 마음이 그렇게 하도록 시키는데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계산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그것이 무척 힘이 든다는 안 씨다.

◇살고 있는 방벽 한 면 빼곡히 메운 표창장, 감사패

“아들만 둘을 두고 있어요. 한 애는 해군 상사이고 또한 애는 해병대 군인입니다. 자식들이 삐따닥하게 나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게 된 것이 나의 이런 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큰 위안을 삼고 있지요.”
특히 그의 관심은 결손가정 아이들과 소년소녀가장이었고 그래서 그의 자식들은 합쳐서 14명이라고 말했다.
그가 학자금 내지는 생활비 보조를 통해 관심을 들여 키운 그 아이들이 대학에도 가고 나쁜 길을 가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지금은 군대도 갔다 온 젊은이들이 되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상패는 청소년 선도관련 부천시의회 안익순 의장으로 받은 표창이며 해외국외선양으로 무슬림들과 협의를 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도와 받은 상들이죠. 마트를 털어 나오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여 다시 돌려주면서 마트주인의 용서를 받았던 아이들은 지금 모두 정상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주변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주신 상들이죠.”

◇멈추지 않은 왕접꽃나무 식재열정 막지 말았으면...

지난 1일 그를 찾았을 때, 산외면 중티 교차로 앞 세모난 유휴지 국유림에 그는 왕벚꽃나무를 식재하기 위해 포클레인과 일손들을 동원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열심히 심어야죠. 이렇게 가다보면 자연환경이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국토 공원화 사업을 앞당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다른 분들이 이것을 나쁘게 생각 말고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일 산외면사무소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식교회~오대리 구간까지 왕벚꽃나무를 심게 한다면 정말 행복할 텐데요. 이식리 저희 집 변 강가를 식재하려해도 허가가 나질 않아요. 그러나 저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 한마음으로 식재를 하게 도와주신 신함리의 김병구 이장님을 비롯 마을 분들이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누구라도 공원화에 필요하다면 묘목 200그루 증정

“조금 서운할 때는 제 마음을 몰라 줄 때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금방 위로가 되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는 말입니다. 나무를 심을 때 저는 항상 넉넉히 심어요. 혹시라도 왕벚꽃나무가 아름드리 커졌을 때 군에서 가로수라도 심을 라 치면 비싼 돈 내고 살 것이 아니라 이런 여유 있는 나무들을 가져다 심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누구라도 공원화에 필요하다면 키워놓은 8~9년생 묘목을 200그루정도 줄수 있지요. 개인용도로 사용하면 안되구요. 면사무소에 부탁이 있다면 아름다운 고향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공중화장실을 치워달라는 것인데 벌써 여러번 부탁을 드렸는데 어렵다고만 하시니...”

◇집안 공간 반이나 차지하는 오리 사료부대들

그의 집안에는 오리 사료부대가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오리 사육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수성농장’으로 명명된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안 씨의 고집처럼 세월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변모할 것이다.
부인 송시영(58)씨는 “어쩔 때는 남편의 괴짜인생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러나 이해하며 서로 살아가는 동안 줄거움도 많다.”고 말한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자연을 벗 삼아 그러나 대책 없이 왕벚꽃나무를 자투리 땅이나 유휴지, 국유림 등등 가리지 않고 심어대며 무보시행을 실천해가는 안 씨의 인생이야 말로 메마른 세상을 밝혀주는 인간애가 느껴짐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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