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유령 동화,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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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유령 동화, 무엇이 문제인가?
  • 보은신문
  • 승인 2002.03.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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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한다. 아이들이 가진 호기심을 포기하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올바른 영향으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동화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공포·유령 동화가 붐을 일으키고 있어 여러 가지로 염려스러운데, 어릴 때는 누구나 호기심에 차있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호기심은 상상력을 자극하여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하며 무한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요즘 나오는 공포·유령 동화들도 과연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을 키워 주는지 의문스럽다. 대형 서점의 어린이 책 판매장에 가 보면 많은 아이들이 공포·유령 동화를 열심히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비싼 대형 서점뿐 아니라 동네 도서 대여점이나 작은 서점에만 가봐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 어떤 이유로 이러한 공포·유령이야기들이 많이 출판되는 것일까?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으라고,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고 강요만 해 왔다. 이렇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모들의 요구는 아이들로 하여금 아무 책이나 읽게 하여, 결국 책을 읽는 것이 상상력을 키워주거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다란 해를 끼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그 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또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독서 능력에 맞지 않는 책들을 숙제 때문에 읽어야 하며 또 억지로 독후감을 쓰면서 오히려 책에 대한 재미나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즉흥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이러한 공포·유령 동화들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한다. 이제는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이 책을 많이만 읽으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좋은 책과 나쁜 책들을 골라내도록 하는 안목을 길러 주어야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억지로 쓰는 독후감보다는 자기의 생활을 바탕으로 솔직한 느낌을 살려내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독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TV의 영향이다. 더구나 일본에서 방영된 TV내용을 아무 여과 없이 교묘하게 국내에서도 방영하면서 아이들을 더 자극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아이들이 즐겨 보는 코미디 프로에 이러한 귀신이야기나 공포 이야기가 등장해서 아이들을 흥미 중심으로 끌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에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는다고 본다.

방송이 취미와 오락 기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 방송이 가져야 하는 자리는 더욱 크다고 본다. 더구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재미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진지하게 생각한 후 제작해야 할 것이다. 또 어린이 신문에 이러한 공포·유령 동화를 많이 사서 보기도 하는데, 신문에 광고가 실렸다는 것으로 그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교육이 주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그 현실을 풀어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시험이 주는 억압 때문에 적지 않은 아이들이 목숨까지 잃고 있지 않은가? 잘못된 교육 제도와 이것을 아무 비판 없이 따르는 부모들의 무모함이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퍼지는 이야기도 주로 공부나 시험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는 내용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귀신이야기나 공포 이야기에서 우리 아이들을 벗어나게 먼저 잘못된 입시 제도나 교육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건전한 놀이 문화를 활용함으로써 해소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문화는 배움의 문화이다.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것들에 맞서서 올바르고 정상적인 문화를 가꾸어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그 기회를 아이들의 것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어린이와 청소년 문화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험 공부로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를 살려내어야 하며 이것은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에게 권할 만한 무서운 이야기는 없는가? 무서운 이야기들을 가슴 조이면서도 즐겨 보는 것은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오랜 옛날부터 있어 왔던 일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고 가슴 조이며 들었던 이야기로는 도깨비 이야기, 멍석 귀신 이야기, 달걀 귀신 이야기, 빗자루 귀신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많이 듣던 이러한 이야기들은 서양 귀신 이야기와는 달리 무서우면서도 따뜻한 정이 담겨 있는데,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장난이 심하지만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가 우리의 도깨비·귀신이야기로, 우리 민족의 아픔과 백성들의 어려움을 도깨비라는 상상의 인물을 통해서 이겨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거나 책으로 나와 있는 도깨비 이야기에는 일본 도깨비 이야기가 우리 도깨비 행세를 하고 있는 게 많은데 일본의 문화침략의 한 면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도깨비 이야기로 시작해서 도깨비 이야기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도깨비 이야기의 뿌리가 깊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고, 현실에서는 어렵게 살지만 마음만이라도 위안 받을 수 있는 이 좋은 우리 것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찾아내서 읽도록 해야겠다.

<신나는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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