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동화 이렇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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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동화 이렇게 읽자
  • 보은신문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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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공기, 땅에 있는 생물들, 바다와 강이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환경운동이 뿌리내리기 시작하여 '우리 환경을 이대로 두어서는 정말 안 되겠구나'하는 것을 깨닫고 쓰레기도 분리해서 버리고 일회용품도 쓰지 않게 되었다.

식당에서도 한 번 쓰고 버리는 나무젓가락 대신에 거의 쇠젓가락을 쓰고 물을 더럽히는 샴푸나 세제도 덜 쓴다. 그런데 환경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속은 없으면서 그럴듯해 보이는 환경 의식 탓일까? '그린'자 하나 붙임으로써 환경을 살리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폐수 정화 시설을 움직이는 돈이 아까워서 비 오는 날이면 몰래 폐수를 내보내는 기업이 허다하다.

여섯 개의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우리가 숨쉴 산소 여섯 개를 내보내는 나무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자동차를 사는 우리들이 늘어만 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하나밖에 없고 우리는 지구를 떠날 수 없다는 사실에서 환경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최초로 원생생물이 나타난 35억 년 이후로 지구 생태계는 수많은 종들이 새로이 진화하고 새로이 소멸해 가면서 오늘의 지구 생태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하여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부수어 버리는 일을 하지말고, 지구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과 무생물처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 것은 어른들부터 몸소 실천해야 할 터이지만, 미래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이들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웃처럼 여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환경 문제 해결의 큰 기둥을 교육 개혁에 놓아야 할 것이고 그 길잡이가 될 만한 것이 바로 환경 동화이다.

환경 동화를 선택할 때 살펴보아야 할 것은, 환경 동화 출판이 1994년 이전에는 주로 환경 오염을 부문에 따라 설명하고 어린이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나열하는 책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앞에 놓고 문제를 파헤치기보다는 주로 외국 책을 번역하고 사진이나 도표 몇 개를 우리나라 것으로 바꾸는 수준에 그쳤는데, 1994년 이후에 나온 환경 동화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중심에 놓고 기획 출판되었다.

『최열 아저씨의 환경 이야기』, 『어린이 생태학』과 어린이가 직접 쓴 『뒷뚜르 이렁지의 하소연』, 외국 환경 동화로 『숲은 누가 만들었나』, 『신기한 식물 일기』들이 돋보인다. 이젠 환경 동화도 골라서 권해 주어야 한다. 1994년 이전에는 '지구를 사랑하자'는 구호 아래 어린이들이 주변 생활 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그때는 잠시 쓰레기도 제대로 버리고, 물도 아껴 쓰고,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그러나 정작 바뀌어야 할 생활 태도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요즘의 세태는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친구의 자존심은 쉽게 무시한다. 친구가 피아노를 배우니까 지지 않으려고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옆의 짝꿍이 영어를 배우니까 나도 영어 공부를 한다는 식의 선의의 경쟁을 넘어서 남보다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기적인 욕구는 날로 커져만 간다.

환경 동화는 이런 이기적 욕구를 자제할 필요를 깨닫게 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각자의 욕구만을 앞세움으로써 빚어진 오늘의 결과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남을 해치면서까지 제 욕심을 채우는 게 왜 나쁜지를 알려 주어야 하고, 빠르고 힘센 자동차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 주어야 한다. 생태계의 구조와 원리를 알기 쉽게 알려 주는 환경 동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개발을 앞세워 사람이 저지른 생태계의 파괴를 알려 주고 생태계의 조화를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알려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앞서 정말 환경 동화를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의식을 뿌리부터 조금씩 바꿀 수 있을 만한 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동화 속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으면 좋겠는데 아직 환경 동화로 선뜻 권할 만한 책은 많지 않다. 환경 동화라는 깃발은 안 달았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태도를 다룬 동화나, 정도를 넘어선 욕심이나 물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생활 태도를 버리고 ‘가난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

‘물이 썩어 가고 있어요' 라고 쓴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이는 것도 좋지만 직접 물놀이를 하며 뛰노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놀이를 하면서 물과 친해지고 물고기도 잡아 보고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환경을 직접 체험하며 살아 꿈틀대는 자연을 느낄 때 환경 교육은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아이의 수준에 맞아야 하듯이 환경 동화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저학년이라면 글은 짧고 그림이 풍성한 책을 골라 주는 게 좋은데 『아툭』,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가 그런 책이다. 3학년 이상의 고학년이라도 환경에 관해 처음 권하는 책으로는 만화로 된 『하나뿐인 지구』도 괜찮은데, 우선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후 다음 소개하는 생태학 책을 건네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환경 동화를 권할 때 그저 남들이 다 아는 것 하나쯤 알아 둘 필요에서 권한다는 수준에서 뛰어넘어, 정말 우리 사회를 건져 낼 사람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키워 낸다는 사명감에서 권하고 이것저것 따져 골라서 꼼꼼히 함께 읽고 함께 실천할 바를 찾아야 하겠다.

*.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우리 교육)
*.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 글, 새터 출판사)
*. 『어린이 생태학』1, 2권(최형선 글, 최달수 그림, 현암사)
*. 『최열 아저씨의 환경 이야기』1, 2권(최열 글, 청년사)
*. 『아툭』(미샤 다미안 지음, 최권행 옮김, 한마당)
*.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콜린 맥노튼 글.그림, 네버랜드)
*. 『하나뿐인 지구』(신명식 글.그림, 푸른산)
*. 『신기한 식물일기』(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 미래사)
*. 『숲은 누가 만들었나』(윌리엄 제스퍼슨 글, 척 에커트 그림, 다산 기획)

<정해자의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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