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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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의 사회적 책임
  • 김용우 한미기부행동연구소장
  • 승인 2011.02.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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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프랑스어로 “귀족, 가진자의 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이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규범을 제시하는 말이다. 사회적 삶에서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도 함께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의 사회지동층과 달리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사회지도층 인사나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각종 자선활동과 기부, 솔선수범, 문화진흥을 위한 활동 등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특히 부자들의 자선과 기부를 통한 사회 기여는 단순히 조세 혜택을 위한 수동적인 차원을 넘어 가한 사회적 의무감과 도덕적 책임감에 기초하고 있다.
자선활동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억만장자 톰 헌터(Tom Hunter)경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지속적인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각종 자선활동을 해온 그는 2007년에도 10억 파운드(1조 9000억원)를 새롭게 기부했다.
그는 “역사상 지금처럼 소수의 주머니에 부가 집중된 때가 없었다. 엄청난 부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며 영국 역사상 최고액을 기부했다. 기부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미국의 워렌 버핏(Warren Buffet)도 “사회 자원이 일종의 특혜가 되어서 귀족 왕조처럼 대물림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의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이라면 미국의 부자들은 모금 전문가로부터 기부요청 받는 것을 ‘자신이 이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기준’이 되는 의미로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는 사실이다.
워렌버핏 자신은 최근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출연한 인물이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총 406억 달러(우리나라 돈으로 1달러당 1300원 기준으로 약 52조원)이고, 그 뒤를 빌 게이츠(William H.Gates), 조지 카이저(George Soros)등이 잇고 있다.
최근 미국 자선연감은 2007년 상위 50위 부자들의 기부총액이 73억 달러 (6조 84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미국의 최대 기부자는 12억 달러(1조 1400억원)를 기부한 윌리엄 베런 힐튼(William Vallon Hilton) 전 힐튼호텔 회장이다. 그는 사치와 낭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세간의 주목을 받던 손녀 패리스 힐튼이 아닌 사회에 전재산을 환원하기로 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미국은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역대 기부자 순위와 부자들의 순위가 거의 같기 때문에 그만큼 기부문화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도 모른다.
돈만 많다고 부자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때문에 존경 받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부를 위한 부자들의 클럽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공동모금회가 1984년 설립한 토크빌 소사이어티 (Tocqueville Society)가 모델이 그것이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연간 1만 달러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으로 빌 게이츠 회장 등 2만 여명이 참여해 연간 약 5000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는 단지 사회지도층만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다.
미국의 대충 연예이들 역시 기부에 열성이다. 미국의 대충 연예스타들은 저마다 그들만의 자선기관을 만들어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국 연예인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자선기관에 기부한 연예인은 ‘토크쇼의 여왕’이라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이다. LA타임스는 2007년 자선기관에 가장 돈을 많이 기부한 윈프리가 최고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이어 허브 앨퍼트(1천3백만달러), 바바라 스트라이샌드(1천1백만달러), 폴 뉴먼(1천만달러), 멜 깁슨(990만달러)순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의 부자들은 존경받고 있는가, 한국의 부자들은 그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한국의 부자에 대한 의식은 부의 축적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게 현실이며 부자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병역 비리로부터 떳떳해야 한다는 독특한 한국적 특수성을 적용 받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존경받는 부자란 첫째, 돈을 번 목적이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둘째, 돈 버는 과정과 부의 재생산이 정의로워야 하며 셋째,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 기여를 하여야 하고 넷째, 병역비리, 개인비리, 부동산과 같은 투기 등으로부터 떳떳해야 하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다.
한국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기부에 대한 의식 조사와 같은 경험적 연구들에 의하면 한국 부자들은 고액기부를 위한 사회 문화적 환경이 구축이 안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자들은 아직 고액기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고액기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부자들은 기부금 운영에 직접 참여하여 사회 변화를 실현하거나 다른 사회지도층과 지속적 교류와 만남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부자들의 기부행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기관의 신뢰성이다.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부자들의 기부의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부자들은 기부를 결정할 때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사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자학연구학회가 공동으로 2008년 7월 50억원 이상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AIG생명보험 고객 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고액을 기부하는데 지원분야의 시급성보다는 기부받는 기관의 투명성(50%)과 사명(25%)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자들의 기부를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인의 전통적 재물관●유산관에 있다. 우리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재산을 상속●증여하려고 하고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간혹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가족과 친구를 잃을까봐’ 익명을 요청하기도 하는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고액 기부자는 대부분 기업이나 김밥 할머니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기부자들은 익명으로 가려져 있거나 익명으로 남아 있는 것을 미덕으로 간주하고 나눔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우리의 옛말처럼 기부는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고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기부를 통한 문제 해결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미래의 경제활동에 힘을 더해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사회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나눔으로 사회에 투자한다면 사회 변화와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존경 받는 진정한 부자로 우리 사회는 그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존경받는 부자가 많으면 그만큼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부는 ‘유한한 재산’이 아니라 ‘무한한 마음’, 즉 인류 진화의 동력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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