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욕심 버리고 공심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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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욕심 버리고 공심으로 돌아가야”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1.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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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老玄) 스님(속리산 법주사 주지)

큰 사람을 만나면 향기가 난다. 담백하고 자연스런 웰빙 음식인 산채 같은 향이라고나 할까. 올해로 임기 3년을 맞는 주지스님의 “보은은 제2고향과도 같다.”는 인정어린 답변에 어느 덧 대 자연 속에 녹아 든 것처럼 몸도 마음도 편안해 진 직격 인터뷰가 됐다.
‘글쎄, 몇 회인지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나도 수정초, 속리중을 나왔노라”며 ‘보은사랑’을 은근히 내비친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인 속리산 법주사의 큰 어른 노현 스님을 만나 짧은 시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던 심중 이야기를 통해 새해안부와 그동안 편치만은 않았던 최근에 그가 바라본 요지경 속 세상이야기에 대한 착잡했던 심경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다문화시대 맞아 문화·종교는 구분 존중돼야 

“연평도 사건이다, 천안함 사건이다 등으로 온 나라가 매우 어지럽고 시끄러웠지요. 또한 신묘년 새해부터 난데없이 전 국토에 불어 닥친 구제역이다, 신종플루다 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이런 재앙이 또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이런 때 일수록 공심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서로의 욕심을 버려야 하지요. 이미 보은지역에서도 200쌍이 훨씬 넘는 다문화시대를 맞아 우리 또한 다종교 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이지요. 그러나 마치 세상은 하나의 종교만 존재하는 듯 타 종교를 탄압하려 드는 것은 옳지 않아요. 문화와 종교는 엄밀히 구분되고 존중되어야만 합니다.”
MB정부 들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인 네비게이션에서의 불교사찰 제명 건은 물론 민족문화유산 몰인식에 따른 정부·여당의 템플스테이 관련 국회예산안 날치기 통과, 4대강 관련 예산강행처리 등 국가 현안에 대한 불쾌감과 안타까움을 어느 덧 토로하고 있었다.

 ◇새해 ‘국민과의 대화’로 복된 한해 이끌어 가야 

“이런 저런 이유로 사찰 지원금도 전에 비해 현격히 줄었어요. 4대강 사업이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닌데 환경단체들과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을 서둘러 4대강 사업에 온 예산을 다 쏟아 붓는 식의 강행처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요.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예산이 다 그곳으로 집중되다 보니 예서제서 부작용이 나고 있지요. 그로 인해 도·군비 예산이 삭감되다보니 지자체 역시도 추진하던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구요. 모쪼록 신묘년 새해는 욕심을 버리고 국민과의 대화 속에서 화합하는 복된 한해가 되어야 할 것으로 압니다.”

 ◇11세 속가 떠나와 82년 탄성 스님 은사로 출가해

법랍 44세, 세수 55세인 노현(老玄)은 인연법에 따라 속가를 홀연히 떠나 각화사로 올 당시 나이 11세였다.
그는 1982년 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고운사 재무국장, 각화사 주지와 14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각화사는 높은 계단으로 가는 길이 험한 반면, 산정기가 맑아 성철스님 등 내로라하는 큰 스님들이 수도한 도량이지요. 하루 3시간 잠을 자고 선방수도를 했어요. 그곳은 하안거 동안거가 9개월이지요. 그래서 모든 사찰행정이 3개월 동안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컸지요. 그곳에 4년간 머물면서 그야말로 열심히 불사 했어요. 내겐 어떤 신통력도 없었던 터라 남이 비질 5번 하면 나는 10번을 했고 정진 또 정진하며 나의 부족함을 메우려 안간힘을 썼지요. 그래서 그런 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따라주었어요. 건강도 선방생활 할 때는 매우 좋았지요. 4㎞ 오르면 금봉암이란 사찰이 있는데 처음엔 기와지붕이었던 것을 함석지붕으로 이어놓아 다시 불자들의 힘을 빌어 기와지붕으로 바꿔놓고 험한 길도 펴고 나름 많은 불사를 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지역 초중고생에 장학사업·다문화가정 행사 개최

3대사찰의 하나로 조계종제16교구본사인 고운사말사 각화사 태백선원장이었던 그는 2008년 2월 임기를 끝내고 그 해 3월 10일 법주사 제30대 주지에 만장일치 합의 추대됐다.
“철저히 ‘나’를 없애고 공심으로 마음을 비우고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지역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 받을 수 있는 사찰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깨닫지 못하면 절집이나 세상집이나 똑같지요. 인재육성에도 욕심을 버려야 해요. 인재육성은 공익을 위해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하지요. 주지로 와서 제일 먼저 보은지역 초중고 학생을 위한 장학금 사업을 3년 째 해오고 있어요. 신정 1월 1일에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사 등도 마련하고 있고요.”    

 ◇신미대사 박물관·청소년 쉼터 등 추진계획안 마련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불교교육관 건립을 비롯 3년 간 수백 억에 달하는 불사를 해온 그이지만 그동안 도와 지자체간 크고 작은 마찰도 없지는 않았다고 일심 토로한다. 또한 군정 7개월여를 맞는 정상혁 군수와 의견을 나눈 바 있는 속리산 민판동 지역의 '야생화단지 테마공원도 관광활성화의 기대를 걸게 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또한 지역의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 가정 등 가족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위해 그는 청소년 쉼터 등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속리산은 단일사찰로 큰 메리트를 가진 절로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국보 3개, 보물 15개 등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유적을 갖고 있어요. 지자체도 이를 활용한 속리산 관광활성화에 역점을 두어 현 50만 관광객을 10여 년 전 150만 관광객의 영화를 되살려야 지역이 삽니다. 3, 4월이면 매표소 앞 홍보관 건립 준비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타 지역인 경북에선 나옹스님에 100억 투자한다 뭐한다 하는데 우리도 한글창건에 공헌한 신미대사 등을 부각시켜 전통문화 사찰에 대한 역사 심을 갖고 박물관 등 지역발전을 위해 할 것이 많아요. 군수의 정책공약이 자꾸 바뀌면 안 되죠. 소신을 갖고 욕심 부리지 말며, 이해하며 돕는 마음을 가지면 우리 지역도 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를 낮춰야 남이 나를 더 낮추지 않는다’ 깨달음
                 
“세상에는 이미 답이 다 나와 있어요. 내가 스스로 낮추어야 남이 나를 더 낮추지 않는다는 말이죠. 군과의 관계도 그래요. 법주사 땅이니 법주사 마음대로 한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공연장이나 주차장 문제 등도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결정해야지 결정하고 상대방을 맞추려 하면 결코 되지 않아요. 부처님에 절하는 것이 부처님을 위한다기보다는 자기마음을 깨달아 스스로가 부처가 되는 이치지요. 공심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한 단초입니다. 10억 들여 건립하려 한 목욕탕 문제도 지역에서 나를 뜯어 말립디다. 대전, 유성도 안돼 문들을 닫는다구요. 그래서 그만 둔 거지요. 법주사 땅이니 투자 못한다 그건 아니죠. 서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모든 일을 모색해야 합니다.”
속리산 전통문화사찰로의 맹주로서 새해에 던지는 해법은 결국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하는 최상의 키워드’임을 밝히고 있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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