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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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할게요.”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01.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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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 세월이 쏜살처럼 간다고 했던가? 묵은해를 보내고 하얀 새해를 맞이한 지도 여러 날이 흘렀다. 새해에 대해 기대와 꿈을 갖고 목표와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 올 해는 우울한 가운데 새해를 맞이한 것 같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확산해 가는 구제역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축산농가는 물론,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에 임하는 공무원과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하고 무겁기만 하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폭풍우처럼 구제역의 재앙이 전국을 강타하여 많은 사람이 좌절하고 과로사도 발생하였다. 우리 보은지역도 구제역 의심신고를 받아 바짝 긴장을 했으나 정말 다행이 음성판정으로 나와 한숨을 돌렸다.
지난해 연말, TV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한 드라마에서 연기를 열심히 했던 주인공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의 이름이 호명됐는데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리에서 바로 나오지 못했다. 주변사람들의 손짓으로 무대를 향해 가는 그는 얼굴표정에서 가슴이 벅차 흥분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상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내용은 드라마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자신은 부모님과 같은 분이 여럿이라며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 키워주신 조부모님, 그리고 연기를 부모님처럼 가르쳐주신 선배연기자에 대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걸 보는 나 역시 가슴이 뻐근해짐을 느끼며 눈물을 쏟았다. 그런데 더 감동적인 것은 객석에 앉아 있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동료들도 모두가 울고 있었다. 그 중 라이벌로 나왔던 젊은 친구는 정말 흐느끼도록 울고 있었다. 그렇게 대상을 받으면서 동료들이 아낌없이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는 정말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우리는 행불행을 접하게 된다.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나쁜 일이 생기게 되면 함께 슬퍼해준다. 그럴 때마다 혼자가 아니란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군민 아니 국민들은 누구나 구제역이 멈춰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질 것이다. 그 간절한 염원은 굴리면 커지는 눈덩어리처럼 꽁꽁 뭉쳐 공동의 적인 구제역을 물리쳤으면 좋겠다. 그렇게 됐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다시 이겨냈다는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마냥 흘리고 싶다.
전화벨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외출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양돈농가 아내의 말도, 요즘 경사로운 행사가 많이 취소되고 결혼식마저도 축소 예약한다는 예식업에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도 모두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렇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아픔의 시간이 지나면 꼭 기쁨의 시간이 올 것이고 이 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백신이 준비되어 있다니 좀은 안도감이 든다. 자칫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다 해도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그에 따른 경비와 인력을 대비한다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바다 속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아주 많다고 해도 비상사태나 폭풍이 거세지면 배를 띄울 수가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기잡이를 떠난다면 생명에 대한 보장을 자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업인 축산농가의 최선은 구제역이 오지 않는 것이지만 완전한 확신이 없기에 차선인 백신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이미 불안감이 지속되어 지쳐버리고 웃음을 잃은 분들을 위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그래도 말하고 싶다. “힘내세요!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할게요.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지난해 건강검진 때, 스트레스지수가 아주 심각한 결과로 나왔던 남편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며 출근하던 뒷모습을 떠올리며 남편에게도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남편의 동료분들께도......
새해벽두부터 침울함으로 시작하여 독자들한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일부 요약하여 소개하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위안이 되길 소원해 보며 “새해에는 바라는 소망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 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준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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