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辛卯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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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辛卯년에게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1.01.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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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강물처럼 숱한 세월의 흐름 속에 삼백 예순 다섯 날 금년 한 해를 나와 함께 하여줄 그대여, 이제 또 지나는 바람처럼 경인(庚寅) 한 해를 보내고 2011신묘(辛卯)년 그대를 맞이하게 되었구려. 칠십여 성상을 살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그대를 맞이하면서도 마음 한편 여전히 내게 남는 아쉬움에 혼자서 애태우고 허전 해하는 것은 지난 세월에 대한 나의 미련이나 후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대 얼굴을 보고픈 마음에 첫 날 새벽 산에 올라 그대를 맞이하였을 때 그 순간 온 누리에 가득히 내리는 그대의 찬란한 빛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누리게 하였고 벅찬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그대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땅에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다짐하는 마음의 기도는 그대에게 바라는 나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합니다.
2011년 그대여 그러나 나는 그대의 위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존재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이처럼 그대에게 한 해의 소망을 염원하면서도 무엇을 잃은 듯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못난 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일까요? 아직도 내가 이기적인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한 까닭일까요? 아집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마도 지난 세월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그대에게서도 찾지 못 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세월 따라 가야만 하는 인생의 여로에 남기는 발자국들이 언젠가는 어느 누구의 대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듯 그대와의 올 한 해는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날들로 채워주는 평화로운 날들로 다가 왔으면 좋겠소. 인생은 젊을 때나 늙었을 때라도 언제나 그 삶의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거역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면 당당하게 늙어가는 것이 내 남은 삶을 아름답게 엮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이렇게 말 하지요. 황혼 빛이 아름답듯 노년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지만 황혼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그 빛의 아름다움을 기억하지 않듯이 먼 후일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을지라도 나 사는 날 동안 나만이라도 내게 와주는 시간들을 아름답다 여기고 싶어 이제 내게 찾아와 준 그대 2011년을 반겨 맞이하고 싶소.
지난 세월 속에서 때로는 마음 아파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그 세월들이 내 삶의 순간순간들이었기에 좋은 만남이라 여기며 감사하고 싶습니다, 나와 내 가족 모두가 큰 시련 없이 그 시간들과 더불어 평안을 누리며 살아 왔으니 나 어찌 고맙지 않겠소.
그러나 한편 이러한 나의 생각은 잘못된 사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된 행복이나 평화는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행복과 평화에서 이루어져 가야 하는 공동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언제나 새 해가 되면 이 땅에 전쟁이나 질병, 압박이나 굶주림 같은 불행이 없는 한 해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 했듯이 그대 2011년에게도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지난해에는 봄부터 천안암 사건으로 온 국민을 분노케 하더니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우리를 경악케 하였습니다. 북한의 권력 망령들은 6.25의 회갑잔치쯤으로 여길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과 우리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얻는 그대의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지난해에는 기상이변으로 농사가 잘 되지 못하였고 농촌의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 있지만 금년 그대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 해 봅니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구제역도 그대 앞에서 멀리 떠나버려 바람 따라 가버린 낙엽처럼 다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소. 2011년 그대라 하여 어찌 눈서리 비바람 맞지 않고 평탄하기만 바랄 수 있겠소만 그래도 이러한 불행이 그대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 해 봅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게 됩니다. 이는 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2011년 그대여 소박한 이 소망들이 이루어지게 도와주시오.
이렇듯 삼백 예순 날 금년 한 해를 그대와 함께 다 하고 그대가 다시 못 올 어디 론가의 길을 떠날 그때 나 또한 “그대와 함께 정말 행복 하였노라며” 손 흔들어 그대를 보낼 수 있을 것이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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