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얼굴을 보고픈 마음에 첫 날 새벽 산에 올라 그대를 맞이하였을 때 그 순간 온 누리에 가득히 내리는 그대의 찬란한 빛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누리게 하였고 벅찬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그대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땅에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다짐하는 마음의 기도는 그대에게 바라는 나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합니다.
2011년 그대여 그러나 나는 그대의 위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존재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이처럼 그대에게 한 해의 소망을 염원하면서도 무엇을 잃은 듯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못난 나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일까요? 아직도 내가 이기적인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한 까닭일까요? 아집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마도 지난 세월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그대에게서도 찾지 못 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세월 따라 가야만 하는 인생의 여로에 남기는 발자국들이 언젠가는 어느 누구의 대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듯 그대와의 올 한 해는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날들로 채워주는 평화로운 날들로 다가 왔으면 좋겠소. 인생은 젊을 때나 늙었을 때라도 언제나 그 삶의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거역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면 당당하게 늙어가는 것이 내 남은 삶을 아름답게 엮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이렇게 말 하지요. 황혼 빛이 아름답듯 노년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지만 황혼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그 빛의 아름다움을 기억하지 않듯이 먼 후일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을지라도 나 사는 날 동안 나만이라도 내게 와주는 시간들을 아름답다 여기고 싶어 이제 내게 찾아와 준 그대 2011년을 반겨 맞이하고 싶소.
지난 세월 속에서 때로는 마음 아파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그 세월들이 내 삶의 순간순간들이었기에 좋은 만남이라 여기며 감사하고 싶습니다, 나와 내 가족 모두가 큰 시련 없이 그 시간들과 더불어 평안을 누리며 살아 왔으니 나 어찌 고맙지 않겠소.
그러나 한편 이러한 나의 생각은 잘못된 사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된 행복이나 평화는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행복과 평화에서 이루어져 가야 하는 공동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언제나 새 해가 되면 이 땅에 전쟁이나 질병, 압박이나 굶주림 같은 불행이 없는 한 해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 했듯이 그대 2011년에게도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지난해에는 봄부터 천안암 사건으로 온 국민을 분노케 하더니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우리를 경악케 하였습니다. 북한의 권력 망령들은 6.25의 회갑잔치쯤으로 여길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과 우리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얻는 그대의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지난해에는 기상이변으로 농사가 잘 되지 못하였고 농촌의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 있지만 금년 그대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 해 봅니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구제역도 그대 앞에서 멀리 떠나버려 바람 따라 가버린 낙엽처럼 다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소. 2011년 그대라 하여 어찌 눈서리 비바람 맞지 않고 평탄하기만 바랄 수 있겠소만 그래도 이러한 불행이 그대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 해 봅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게 됩니다. 이는 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2011년 그대여 소박한 이 소망들이 이루어지게 도와주시오.
이렇듯 삼백 예순 날 금년 한 해를 그대와 함께 다 하고 그대가 다시 못 올 어디 론가의 길을 떠날 그때 나 또한 “그대와 함께 정말 행복 하였노라며” 손 흔들어 그대를 보낼 수 있을 것이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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