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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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반성문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0.12.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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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새해야! 했던 것이 얼마 전 같은데...... 어~한해의 마지막 달이네. 참 세월 빠르지.” 요즘 부쩍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시간의 빠르기는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제 내게는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
12월이 들어서면서부터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내 자신과 가족관계 주변의 친지관계 등 인간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 생활도 진단해 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특별한 일 없이 쉼 없이 반복됐지만, 수많은 시간 속에 우리는 많은 말을 쏟아냈고 또 엄청 많은 것들을 보고 겪었다.
10여 년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새로운 내 생활에 대한 목표를 세웠다. 제일 순위는 내 아이 둘에 대한 뒷바라지를 철저히 해서 성공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일은 계속 진행 중이고 올 해도 서울을 오고 가며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 일을 하면서 나에 대한 존재감도 느끼게 되었고 그리 후회와 반성할 일은 없는 것 같다. 두 번째 순위는 남편이 직장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내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것에 대한 만족도는 남편의 몫이지만 내 태도가 예전과 차츰 달라져 그냥 보통쯤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 다음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책을 많이 읽고 내 생활의 모델이 되었던 에밀리 부런테의 “폭풍의 언덕”과 같은 좋은 소설을 쓸 것이라는 목표를 가졌다. 그러나 내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은 소홀히 하여 좋은 글은 미완성이고 갈 길이 멀다.
남편과 자녀에 대한 내 역할은 나름대로 충실히 하고 있지만 내가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누구의 아내와 그 누구의 엄마로 사는 것에 안주하여 내 자신일보다 가족 구성원들 위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가족이 잘되면 내 자신도 기쁘고 또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
앞으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향해 좀 더 충실해질 것을 다짐해 본다. 그래도 잘 한 것은 있다. 하루 일과 중에 시간을 내어 거의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한 것이다. 그것은 내 자신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는 의미도 있다.
또 세부적으로 가족관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 본다. 남에게는 잘 웃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말하면서, 내 가족에게는 가깝다는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화내며 말하고 행동하고 때로는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그 태도가 이미 습관화되지는 않았는지...세상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내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에게 가장 잘 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를 갖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로 생각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지만 자기의 의사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때로는 편지도 가족관계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 말을 하다보면 감정이 되살아나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화를 이끌어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남편한테 회원이 둘인 모임을 갖자는 제안을 한 일이 있다. 즉 회원은 남편과 나 둘이고, 한 달에 한 번씩 월례회도 갖고 각자 회비도 내자고 했다. 집에서 매일 보는 얼굴로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무궁무진하지만 그냥 입을 닫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분위기를 바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그리고 월례회 안건도 만들어 기록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올해 이야기로 끝났지만 내 년부터는 꼭 실천해 볼 것이다.
부부는 늘 함께 살고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경우도 참 많다. 예전에 했던 방법으로 12월이 들어서면서부터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열 가지씩 써서 서로에게 설명하기로 한 적도 있었다. 그 결과, 내 남편이 내게 원하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예외란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한 적이 있었다. 부부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적해 주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곤 한다.
올 한 해,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떠올려 본다. 내 안에 갇혀 편중된 생각으로 남을 함부로 평가한 건 아닌지, 상대방에 서서 생각해 보지 않고 내 입장에서 나의 주장만을 펼친 건 아닌지, 그랬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데 심각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꾸준히 못마땅해 하고, 내 자신은 훨씬 더 부족하고 결점 덩어리면서 말이다. 이제는 늘 좋은 생각으로 좋은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사람들에게 대할 것을 다짐해보고, 소원해진 사람에게 자존심이란 이름으로 그냥 방치했는데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봐야겠다.
따스한 웃음을 지으며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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