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어머니의 한 오롯이 정한의 시로 승화’
상태바
‘못다 한 어머니의 한 오롯이 정한의 시로 승화’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12.09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 ‘창조문학’ 등단, 올 충북여성문학상 수상
시집 ‘흙’ 발간, 어머니 모티브로 한 작품 대다수
시인 유영삼씨
“첫 시집이 나오기 전까진 항상 어머니란 이름만 떠올려도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의 못 다한 한이 기억 될 뿐이었지요. 어머니의 음성은 기억나질 않아요. 다만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을 아껴라’라는 교훈만은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살아 꿈틀댑니다.”
오늘은 청천 장, 내일은 청산 장...매일 새벽 5시, 보은을 비롯 타 시군의 5일장을 찾아다니며 옷 장사를 나가는 장돌뱅이 시인 유영삼(52·보은읍 교사리 3구)씨의 남다른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기억은 오매불망 가슴에 묻은 남편과 자식을 잊지 못하는 한 맺힌 눈물이셨고 침묵의 언행을 강조한 바다 같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운명 같은 감수성 문학소녀로 키워

“어릴 때부터 문학소녀답게 감성과 눈물이 많았어요.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운명 같은 것이었고 언제나 가녀린 식물에게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며 자연스레 소통의 문을 열어 보여주셨던 어머니의 힘이 많은 작용을 했어요. 그 속에서 키워졌던 문학에의 열정이 저를 문학소녀로 키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올 8월에 5회 충북여성문학상에서 작품 ‘못’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작품 역시도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한 많은 73세의 노모가 ‘더 이상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가슴앓이만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나간 처절했던 어머니의 아픔을 지켜보았던 자식으로서의 회한을 그린 시다.

◇300여 편 시작 후 2005년 ‘창조문학’에 등단

충북 청원출신으로 4남 3녀 중 다섯째였던 그는 어머니의 놀라우리만치 예민했던 감수성과 예술적 재능을 오롯이 물려받았다.
혼자만의 글을 쓰던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빛을 보게 한 것은 17년 지기 친구(수필가 임선빈씨)의 권유에서 부터였다. 지난 1999년 열린 충북여성백일장에서다. 우연찮게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시 ‘찔레꽃’으로 차상(장원 수상작 없음)을 받았고 2003년에도 역시 충북여성문인협회 주관 ‘너희가 엄마를 아니’ 공모전에서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 ‘쑥대밭’으로 장원을 차지했다.
‘내 죽어서도 일터로 갈란다/게으름도 죄가 된다고 쉼 없이 부리시던 몸/...〈중략〉...아우야 넌들 뽑아낼 수 있겠느냐, 이미 어머니 없는 세상은 쑥대밭인 걸’(쑥대밭)
그는 300여 편의 시를 써놓은 후에야 등단의 결심을 세운다. 2005년 ‘창조문학’에 ‘진달래’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비로소 시인의 첫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2008년에는 어머니를 모티브로 한 시집 ‘흙’을 발간한다.
‘자궁이 뜨거운 여자지/낙하한 씨 온전히 품을 줄 아는/모두를 낳고/모두를 기르는/다산의 여자...〈중략〉... 뜨거운 여자가/차가운 여자를 끌어안는다//’(흙)

◇바쁜 일상에 쫓겨 2집은 아직 준비작업 중

“이제 돌아보니 등단 작품을 빼고 난 그 많은 작품들이 이젠 소품이 되었어요. 1집에 이어 2집을 내야 하는데 하루하루 일상에 젖다보니 이제는 쉽지 않은 작업이네요. 그러나 항상 마음속으로는 2집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는 나의 친구이자 치유제이며 또한 버팀목

“내게 있어 시는 친구이자 치유제이며 삶의 버팀목입니다. 만일 시가 없었다면 세상 속에 또 하나의 상처 입은 영혼으로 남아 힘들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의 시집이 나오기 전에는 내게 있어 모든 것이 눈물이었고 시를 써놓고 많이 흐느껴 울었던 적도 많아요. 그러나 시집 한권이 묶여져 나왔을 때는 저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더군요. 바로 시는 나의 친구이자 치유이자 버팀목 이었으니까요.”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과 두 아들은 ‘스승’

결혼을 시작으로 26년 째 타 시군으로 5일장을 전전하며 새벽 장사를 함께 해온 친구 같은 남편 나형태(55)씨와 대학생인 용현(25), 정현(23)씨는 그의 시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친근한 독자이며 날카로운 비평가다.
“제가 첫 시집을 내려 할 때 당시 군대에 가 있던 둘째아들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보여주기 위해 시를 쓰냐고요. 출판기념회 때도 오지 않았어요. 제 생각은 외롭고 슬플 때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공감대를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는 또 “남편은 추운겨울 새벽에 일을 나갈 때면 ”소풍가서 찾은 보물을 다 가져라“고 말하는데 ”소풍은 5일장이고 보물은 하루 번 돈을 뜻하는 거래요“라며 환한 웃음을 웃는다.
◇요즘 동시 쓰는 재미에 푹 빠진 유 시인

유년 시절, 집안에 소를 키웠던 그는 어머니로부터 온통 시감의 소통을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어머니는 소의 엉덩이를 툭툭 치시며 ‘오물 치러 간다’하면 소가 자리를 피해주고 소가 볏짚을 먹을 때 유난히 머리를 흔들어 흩으면 ‘먹을 게 적어진다’ 하면 고갯짓이 잦아드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런 소통의 느낌들이 바로 저의 모든 창작의 원천입니다.”

◇문학평론가, 시인의 유 시인에 대한 시평

애지 주간 및 문학평론가인 반경환씨는 유영삼 시인의 ‘흙’에 대한 시 세계에 대해 “상징과 은유를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시인이며 그 수사법을 가장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시적 기교가 제 일급의 경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송찬호 시인은 “그의 시에는 어머니를 통한 그리움과 따뜻함의 세계가 있다.”고 말했다.
/천성남 기자


<약력>
△1959년 충북 청원 출생. △1999년 충북여성문학상 수상 △2005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충북작가회의·비존재 회원, ‘새와 나무’ 동인 △시집 ‘흙’ 발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