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143포…어려운 이웃에 쾌척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밥한 끼 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 탄부면사무소 직원들은 이른 아침 한 노인으로부터 진한 감동을 선물 받았다.
이 면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아침 근무시간이 막 시작된 시간 면사무소로 한 노인이 들어왔다.
이 노인은 “내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 추석 명절도 다가오는데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밥한 끼 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면장한테 꾸깃꾸깃한 봉투를 내밀고는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얼떨결에 봉투를 받아 든 한정수 부면장은 그 어르신이 누구신지 또 누구와의 약속인지를 물어보기 위해 뒤쫓아 나갔지만 누구인지를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거듭 약속하고 면사무소를 방문하게 된 사연만을 어렵게 들을 수 있었다.
이 노인이 면사무소를 방문한 이유는 몇 해 전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와 80세가 되는 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꼭 한 번 도움을 주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생전의 아내는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수 있다는 것에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래서 그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에게 되돌려 주고자 80세가 되는 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노인의 아내는 3년 전 병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어 혼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소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푼푼이 모았으며 지난 29일 팔순을 맞아 자식들이 특별히 잔치를 해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오히려 잔치비용을 보태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노인은 “비록 아내는 없지만 아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8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며“아마 아내도 하늘에서 보고 기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노인이 기탁한 500만원 상당의 쌀 143포(20㎏)를 탄부면내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 질 예정이다.
한정수 부면장은 “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며 “살기가 참 팍팍하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도 있다”고 말했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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