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아침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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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아침에는...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12.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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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읍 이평리에 사는 난, 시내를 가려면 동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늘 자전거를 이용한다. 요즘 연이은 추위에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뚤뚤 말았지만 쌩쌩 부는 겨울바람에 얼굴이 얼고 시림을 느낀다. 그리고 보청천도 꽁꽁 얼어붙었는데, 그 속에서 놀던 물고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그런 눈보라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정원의 화초들은,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을 피우며 활짝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가는지 어떤지 모르는 화초가 너무나 평화롭고 사랑스러워 아주 잠시지만 부러웠다.  
 사실 시간이 흘러야 꽃이 피므로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화초도 시간의 흐름을 똑같이 느낄 텐데 말이다.
숨을 헐떡거리며 덥다고 했어도, 차츰 더위는 물러가고 바람이 불며 추위가 오듯이 시간은 흘러 2009년은 물러나고 2010년이 자리를 했다. 단 하루의 일과도, 장편소설로 쓸 수 있듯이, 365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누구나 다사다난 했다고 한다. 그 많은 시간 속에 우리는 많은 상반된 일들을 했을 것이다.
 나도 2009년을 마무리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반성과 후회 속에, 한 가지를 꼭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며칠 전에 친구와 두 시간 가깝게 전화통화를 하면서 애증에 따른 오해와 이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계기를 갖게 되었는데, ‘용서’라는 것이다. 지난 시간 속에 상처받으며, 내 안에 꽁꽁 숨겨 놓았던 배신감과 원망을, 그리고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의 응어리들을 용서하며 이제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용서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나 역시 용서 받고 싶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 선다면 사람관계에 있어 갈등은 빚어지지 않을 텐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늘 내 위주로 나 우선으로 하게 된다. 이제 나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습관을 가지고, 오해는 자꾸 부풀어 지니까 미리미리 화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제 2009년은 갔다. 어두웠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았던 일이 있었으므로, 새해에 대해 밝은 기대와 설계를 해본다. 새해에는 먼저 자질구레한 가정의 틀에서 오랫동안 중단했던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지출을 통해 알뜰살뜰한 주부가 되어, 남편에게 훌륭한 가계운영자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며, 연소득과 지출 등 가정경제에 대해, 남편한테 보고를 했는데, 그냥 통장을 갖다 놓고 몇 시간 기억하며 작성한 결과라 좀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는 나의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서울과 보은의 두 집 살림을 하면서 힘들다고, 또는 나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하며 나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며 생색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내 자녀가 잘 되는 것은 그 아이들의 행복도 있겠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내 자신이 아이들로 인해 불행하기 싫어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가족뿐만 아니라 친지들에게도 내 역할을 충실히 하며 좀 더 친절하고 관대한 내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친구가 올린 글을 보니, 봉사를 열심히 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내 부모에게 난 얼마만큼을 하고 있는지, 내 주변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회의를 갖게 되어 지금은 봉사를 중단했다는 말을 들었다. 사회적인 봉사 이전에, 내 가족 구성원과 주변을 제대로 챙기는지 그것부터 진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봉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비난 받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다음은 내 자신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 지난 한해도 그리 후회스런 일은 많지 않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난 직장을 그만두고도 끊임없이 일을 했다. 이 일은 내 자유로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 그 일을 준비하면서 또 실행하면서 즐기곤 했다. 일이 있으면 좀 더 리듬감이 있어서 좋고, 만약 일이 없으면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일을 막 찾아 하려고도 또 일을 하지 않으려고도 않는다. 새해 역시 내게 일이 주어지면 할 것이고, 일이 없으면 보다 더 내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 투자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한 해는 내게 정적인 쪽보다는 동적으로 생활을 했던 것 같다. 두 가지다 장단점이 있지만 정적인 쪽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하루의 일정을 운동위주로 하다 보니, 신문읽기와 책읽기를 소홀했는데 정적인 일들을 보충하며 운동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새해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특정 종교인들은 소득액의 몇%를 기부하고, 사회적으로 소득액의 1%의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미 동참하고 있지만 좀 더 소외계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는 시간이 겹쳐서 복지관에서 배식하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새해에는 시간배정을 잘하여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도 해야겠다.
새해설계를 내 본연의 위치인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 다음에 나 자신을 위한 좀 더 철저한 시간 관리와 그리고 사회적인 봉사순서로 지켜갈 것을 세워 보았다.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힘찬 한해가 되고, 또 하나 큰 소망은 어려운 사람들이 대폭 줄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웃음을 짓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제 당분간 연도를 쓸때, 2010년을 2009년으로 썼다가 지우는 그런 날들이 될 것이다.
새해! 2010년이 좀 더 익숙할 때 까지는......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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