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량과 안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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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량과 안목이 필요한 때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09.09.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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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의회의 거부권 행사로 원료매입자금 21억여원의 융자(연리1%)가 차단되자 속리산유통은 출렁이고 농민단체들은 오는 26일 항의 집회를 계획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농연과 대추작목회 등은 ‘유통회사 발목 잡는 군의원은 사퇴하라’, ‘한나라당 군의원은 누굴 위해 존재하나’ 등의 문구가 실린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고 무기명 표결로 보증채무를 부결시킨 군의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군은 한달에 한번 열리는 임시회에 다시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재상정이 된다 해도 통과될 기미는 밋밋해 보인다. 그만큼 의회 입장은 현재로선 단호하다.
다음은 이향래 군수와 박범출 의원 간 보충질의에서 오간 말이다.
박 의원=집행부와 주민, 의회 간 인식의 차가 크다. 속리산유통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고 있나.
이 군수=군에서 속리산유통이란 옥동자를 낳았다. 전국 경쟁을 통해 6개 유통회사로 탄생했다. 옥동자는 내버려두면 죽는다. 당분간 유통회사가 성장될 때까지 보은군에서 보호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박=확연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본다. (군과 유통회사를 두고)
이=보은군과 상하수도계는 별개냐. 보은군 농민이 출자한 법인이다. 별개가 아니다. 보은군에 예속한 사업소와 같이 협력해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 어린애보고 독립하라면 안 된다.
박=그러면 (주)속리산 유통의 (주)자를 빼야한다.
이=그렇지 않다.
박=주식회사는 주주들로 구성된 독립경영체다. 주주와 임원이 있다. 직원들로 구성된 사업소가 아니다. 유통사는 사장이 있고 사업내역과 돈이 있다.
이=다른 농업법인에게도 지원한다. 유통회사는 군과 농민이 출자한 법인이다. 일반농업인도 지원하는 것처럼 신생아 유통회사를 도와줘야 한다.
박=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많이 지원했다. 걸음마 단계를 위해 상당히 많이 투자했다. 얼마인지 아는가.
이=앞으로 후원 더해야 한다.
박=자본금, 경비 등 순수군비 지원만 23억이다. 잘되기 위한 바람으로 인지상정으로 정서상 할 만큼 했다. 나머지 속리산유통은 뭘 하란 말인가.
이=브랜드개발과 전자상거래 구축 등에 다 들어갔다. 올 4월에 발족됐다. 도와줘야 성장한다. 다른 시군도 지원이 원만히 이뤄지고 있다. 유통회사가 잘되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다듬어 보겠다.
박=더 이상 지원은 안 된다.
이=박 의원의 생각과 여러 사람의 중지를 들어보고 방안을 모색하겠다.
박=법인과 지자체는 틀리다. 선을 그어야 한다. 원칙과 기준이 서야 한다.
이=원칙과 기준이 있다.
박=걸음마 단계까지 예산 사용 승인 해줬다.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쟁점은 30여억원이다. 대출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흡한 부분도 있다. 의원님들이 잘 판단해 결정해주기 바란다.
박=보은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30억원 다 찾아갔다. 이유가 뭔가.
이=설명하는 과정이 미흡해 의원들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점 보충해 나가겠다.
박=쉽게 대출조건을 맞추지 못해 그런 것 아닌가. 항간에는 의회가 발목을 잡아서 대출을 못한다고 오인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현금 박치기로 다 찾아갔다. 강남에 32억원 투자해 현금이 없어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강남 담보로는 8억밖에 안된다. 때문에 군에서 보증을 서달란 얘기 아닌가. 남들은 현금박치기 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우리는 새롭게 구성된 유통회사다. 화순을 제외한 다른 시군은 기존 연합사업단이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실무과장이 잘 알고 있다. 첨단산업단지 때문에 지사님께 보고 해야 한다. 담당 과장이 답변 할 것이다.
다음날 18일 채무보증 승인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올랐다. 의원 사이에서도 표결처리 할 것인지 합의돌파를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이재열 의원은 “농협 같은 기관에도 정부보조가 있다. 그렇지만 인건비는 지급 안한다. 반면 유통회사는 정착할 수 있게 인건비를 지급한다. 속리산유통은 규모로 보나 뭐로 보더라도 아직 어린아이다. 그 때문에 정부에서도 3년간 지원하지 않느냐. 운영자금 21억 5300만원에 대한 보증을 해달란 것이다. 넓은 아량으로 생각하고 향후 2년 동안 자생력이 있을 동안 어느 정도 군에서 지원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안대로 승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사전 협의를 위해 정회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한두 번 논의되었던 부분도 아니고 이미 부연 설명했다. 정회를 해 또 다시 논의되어야 될 부분인가.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로 생각해 돌봐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다시 정회 보류를 희망했다.
의회는 그러나 의원들의 동의에 따라 30분가 정회를 선포 된 후 오후 5시 45분 회의를 속개해 무기명 투표로 반대 5표, 찬성 3표로 채무보증안을 부결됐다. 부결되자 본회의장 밖에선 본회의를 참관한 대추작목회와 한농연 임원 및 유통사 주주들은 이유를 들어보자며 의원들을 면담하기 위해 의회 사무처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후 세간에는 ‘군의회가 발목을 잡아 30억원이 날라 갔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등의 목소리가 튀고 있다.
그렇지만 일의 전후 사정을 들어보면 군의회 입장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가령 원료매입자금을 받아야 할 시기를 앞두고 계획 없이 출자금을 탕진한 점(반대로 보면 공격적 투자)이나 그동안 23억 3000만원(출자금 포함)을 군비로 지원했음에도 남은 또는 가용할 수 있는 돈으로의 자금회전(5대 품목의 매취자금 계획서 상)의 유연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공짜돈이 아닌 갚아야할 자금이란 사실, 주식회사로 증자할 수 있다는 점, 또 유통회사로 자구노력이 보여 지지 않는다거나 유사한 영농조합이 군에 보증을 서달라고 할 경우 군이 들어줄지 의회 입장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속리산유통의 주체는 지분 25%를 소유한 군이다. 속리산유통이 강남에 매장을 낼 땐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또 의회도 논쟁도 있었지만 묵과한 사항이다. 이제와 자본이 바닥난 속리산유통의 자금줄을 차단시킨다면 사업을 하지 말란 메시지로 오인을 받을 수도 있다.
포도의 고장 영동군은 와인을 생산하면서 10년째 매년 4~5억원의 군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주를 생산하는 업체의 최대 주주는 약 49%의 지분을 가진 영동군이다. 영동군의 포도 생산량은 전국의 10%, 돈으로 환산하면 보은군 5대 품목을 합친 것보다도 높은 1000억 원대다. 영동군은 한때 운영난으로 난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군에서 더 많이 지원하라는 여론이 형성돼가는 분위기라고 한다. 포도가 영동의 경제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보은군은 희망을 보기 위해선 아직은 좀더 넓은 아량과 안목이 필요한 때다.
/김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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