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될 일이다
상태바
안 하면 될 일이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09.07.30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도시락 급식소에 왠 사료’란 제하의 보도와 관련해 해당업체로부터 두 번의 전화가 걸려왔다. 취재직후와 기사가 나간 뒤다.
요약하면 “취재를 하면서 분명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기사는 마치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었는데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소 가축 먹이를 쌓아 둔 것이 무슨 위생에 문제가 있겠냐. 제보를 받았다고 다 기사를 실으면 바른 처사냐. 기자의 성향을 엿 볼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보은신문 945호에 실린 기사를 그대로 옮겼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보은점이 급식소 주변에 소 먹이용 사료에 제공되는 원형베일러를 잔뜩 쌓아 위생상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초리 주민 A씨(47)는 “도시락 배달업체가 급식소 주변에 소 사료를 쌓아두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더러 위생상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은읍 중초리 전 중초초등학교 부지에서 보은자활후견센터가 운영하는 131㎡ 규모의 급식센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하루 평균 300여명의 군내 아동에게 행복도시락 배달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센터 관계자는 22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의 계층 등 저소득층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활근로사업의 일환으로 가축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위생관리를 맡은 군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해 보지 않아 꼬집어 위생에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장을 가본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보은자활후견센터는 이 사업 외에도 집수리사업과 영농사업, 자활사업도우미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본 독자의 반응은 다양했다. “소 사료를 축사에서 보관해야지 왜 도시락 급식소가 있는 곳에서 보관하냐”, “위생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관상 좋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기사를 우회적으로 보면 외양간 안에서 도시락을 싸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위생에 별 영향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기사로 나갈 필요가 있었는가”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이 일에 대해 위생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미관상 좋지 않다면 볏짚을 도시락 급식소 주변에서 치우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급식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군내 저소득층 어린이 300명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 때문에 공적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주민의 알 권리가 따른다. 기사에서는 인용을 들었을 뿐 위생에 문제가 있다 없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 판단은 순전히 독자와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위생에 아무 영향이 없는 사안을 갖고 기사가 나가 심기가 불편하다면 항의로 처방할 것이 아니라 애초 안 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어린이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관리자나 실무자들에게 혹 느슨해질 수 있는 경계심을 티끌만큼이라도 자극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김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