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대전 보은군민회의 위상정립을 새로이 하고 출향인들의 구심점이 될 회장에 전상문(70, 보은 풍취 출신) 국립한밭대 명예교수가 추대됐다.
군민회 현안 및 향후 추진방향과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추억, 대학교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등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지난 23일 한밭대를 찾았다.
#출향인들이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야
화학공학관 109호실에서 3학년들에게 유체역학 강의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전상문 회장. 70세의 고령(?)임에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는 모습에 기자가 대학시절 저렇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이 몇 분이나 계셨던가를 손꼽아 보게 된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전 회장과 함께 연구실로 자리를 옮겨 첫 질문으로 회장직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당초에는 고문직 정도를 맡기를 원했으나 이왕 군민회에 몸담기로 한 것 제대로 기반을 다져서 후배들에게 넘겨 드린다는 마음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 주어진 일은 반드시 이루어낸다는 의지로 회장직에 임하겠다.”
방금 전 30여분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라 임기 2년동안 회장으로서의 활동에 믿음기 간다.
과거 재대전 보은군민회는 규모가 크고 참여인원도 많았지만, 창립·재창립을 여러 번 거듭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로 인해 많은 출향인들이 군민회 활동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됐다.
이번에 새로이 발족하는 보은군민회는 보은중·보덕중 동문회를 중심으로 각 학교 동문회가 참여해 60여명의 임원으로 탄탄하게 조직을 정비했으며, 지난 2월 28일 속리산에서 임원단합대회를 하면서 다시는 재대전 출향인들이 헤어지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다른 지역에는 다 있는 보은군민회가 고향 보은에서 가장 가까운 대전에 없었던 것이 그동안 너무 안타까웠고 마음에 걸렸다는 전상문 회장은 단합대회 자리에서 임원들에게 희생과 봉사정신을 강조했다.
재대전 보은군민회에서는 고향 농축산물 팔아주기 및 홍보활동, 장학기금으로 고향민의 자녀와 출향인 자녀 중 우수학생 집중육성, 청정 보은군을 위한 나무보내기운동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로이 출발하는 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전 회장은 “아직 사무실을 준비하지 못해 임원의 가족 및 본인들이 전화를 받아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이 열악해 급한대로 임대를 하여 사용하고 향후 보은군에서 대전에 보은농축산물판매전시장을 설치하면 전시장 한 곳에 사무실을 얻어 사용하면서 출향인들을 동원해 보은농축산물 판매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현재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20리를 뛰어다니며 과학자의 꿈 키워
보은읍 풍취리가 고향인 전 회장은 종곡초(4회), 보은중(7회)를 졸업하고 인하대로 진학해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종곡초 6년동안 매일 20여리를 뛰어 다녔고 전기가 없던 당시에 호롱불을 켜놓고 밤을 세워가며 아버지가 그만 공부 좀 하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어릴 적부터 꿈꿨던 과학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전 회장은 인하대에서 10년을 재직하다가 1980년에 고향과 가까운 대전 국립한밭대(총장 설동호) 화학공학과 부교수로 부임해 학과장, 한밭대 인사위원·건설위원, 한밭대 공학부 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지금의 한밭대가 있기까지 많은 기여를 했다.
취재를 마칠 무렵 길에서 만난 설동호 한밭대 총장은 전 회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찾아와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전상문 회장의 대학 내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전 회장은 대학내에서만 유명인사가 아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썼던 많은 논문들이 학자들로부터 연구대상이 되고 있으며, 특히 특허청에 등록되어있는 열화학반응을 이용한 하이브리드카, 양변기시트 세척기, 공기청정기 및 가습기 등은 많은 회사로부터 기술사용 요청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중 자동차회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열화학반응을 이용한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으로부터 배출되는 배기열의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황산, 요오드 및 물에서 수소와 요오드화수소산을 발생시키는 요오드-황 열화학반응 시스템으로부터 발생된 수소를 보조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특허는 대기오염발생물질을 줄임으로써 대기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을 분해하여 생성된 수소를 보조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소비율을 줄일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미래 대체에너지로 활용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청정에너지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상문 회장의 논문과 특허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 40년, 고향발전에 쓰겠다
성공한 출향인사들은 대부분 고향의 발전을 위해 장학금 기탁 등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향 보은에 대한 전 회장의 애정은 다른 출향인사들과는 다르다.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이 묻힐 자리까지 마련해 두었다는 전 회장은 과학자로 산 40년을 고스란히 고향의 발전을 위해 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전상문 회장은 “물 맑고 공기좋은 지역의 특성상 보은은 청정 휴양·관광도시로 개발되어야 하며, 또한 현재 조성중인 산업단지에는 공해가 적은 바이오에너지·대체에너지 관련 연구소나 회사를 유치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유리할 것이다”며 “산업단지가 마무리되면 보은과 대학에 있는 교수나 우수한 인재들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면서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밝혔다.
형제 중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고 있는 큰 형님인 전상철(85, 보은읍 풍취리)씨를 찾아뵙기 위해 종종 보은을 찾는다는 전상문 회장. 그의 바람대로 보은이 청정 휴양관광의 도시, 첨단 바이오에너지 산업단지로 탈바꿈해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