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폐교 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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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폐교 후 지금은?
  • 송진선
  • 승인 200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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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폐교 15개교, 내년 3월 3개교 추가
설립당시부터 지역 주민들의 땀과 정성으로 세워졌고 지역주민들에게는 그동안 사회, 문화적 중심체 역할을 해왔으며 수많은 졸업생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 학교, 그 학교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2001년3월까지 군내에 문을 닫은 학교는 지난 82년 외속리면 오창리 장재분교를 시작으로 99년 9월까지 15개학교가 폐교됐다.

군내 학교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산업구조의 변천에 따라 주민이 도시로 진출, 농촌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취학 아동이 감소하면서 소규모 학교가 늘어났다. 이에따라 82년 1개(장재), 91년 1개(법수), 92년 2개(분저, 산대, 회룡), 94년 2개(기대, 회동), 95년 2개(소여, 적암) 96년 1개(이원), 99년 4개(보덕, 이식, 중초, 동정), 2000년 1개(북암)가 문을 닫았다. 이밖에 내년 3월1일자로 사직분교와 아곡분교, 장갑분교가 문을 닫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읍을 제외한 면지역에는 점차 1개교만 남는 상태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본보에서는 군내 문닫은 15개 학교가 폐교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모됐으며 또한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 활용실태 및 폐교의 활용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지금까지 폐교된 학교의 경우 교육청에서 학교부지를 돈을 주고 매입하기 보다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희사한 것이어서 폐교 후 임대 또는 매각 시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 일쑤다.
더욱이 폐교를 교육목적의 시설로 활용하지 않고 일반 공장으로 전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10월30일 내속리면 북암1리(이장 이종석) 주민들이 폐교돼 방치되고 있는 구 북암분교 부지와 건물을 마을에 무상 대여해 달라는 탄원서를 10월30일 보은 교육청에 제출, 주목을 끌고 있다.

마을 주민 36명은 탄원서를 통해 “지난 53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주민들이 소유한 농토를 기부해 학교를 건립했으나 현재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만큼 마땅히 기부하기 전의 토지 소유자나 상속자에게 환원하거나 주민들의 문화공간이나 공동시설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무상 임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 공간이 마을에 무상 대여가 되면 노인들이 민속 공예품, 짚 공작품 등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어린이들에게 예의범절과 한자 등을 가르치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고 농산물 집하장, 농약과 비료 저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작은 학교는 교육여건 변화로 폐교된 이후 다시 마을에 돌아오기 보다는 사실상 지역 주민들과는 관계없이 교육청에 의해 매각 또는 임대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폐교재산이 사실상 교육청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을이나 독지가가 학교 부지를 희사했더라도 원 주인에게 돌아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폐교를 정말 지역 주민들에게 유익한 공공의 장소로 이용될 수 있도록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은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 교육청에서는 폐교를 관리하는데 어쨌든 비용이 소요되므로 우선 당장 임대나 매각을 해서 관리비용만이라도 절감해보자는 인상이 짙다. 또한 교육청도 학교수련시설로 자체 활용하는데 인색하며 자치단체에서도 이는 교육청의 몫으로만 떠넘겨놓고 폐교임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폐교는 교육을 목적으로 자체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하며 매각이나 임대공고시 교육적 또는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매각 또는 임대를 승낙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단다고 한다.

군내 폐교 현황
▲ 매각 : 군내 폐교 중 매각된 곳은 82년 3월 폐교된 외속리면 오창리 장재분교와 92년 3월 폐교된 회북면 용곡리 회룡분교 두 곳이다.
이중 장재분교는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업체에 매각, 주민과 업체간 마찰이 계속되었다. 특히 상식적으로 주민들이 생각하는 유기질 비료공장이 아닌 피혁공장에서 나온 가죽 폐기물 등을 이용한 유기질 비료공장이어서 폐수 및 냄새 등으로 인한 해충이 들끓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돼 왔다.

업체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으며 지금은 다른 사람이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당초 교육청에서 매각이나 임대시 단서조항으로 달았던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매각 또는 임대를 승낙하지 않는다는 것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그래도 교육청에서는 이에 대한 하등의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있다. 회룡분교는 다행히 한국 보이스카우트 연맹에서 매입, 스카우트 대원들의 수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임대 : 탄부면 하장리 보덕초와 내북초 이식분교, 삼산초 중초분교, 수한초 동정분교, 수정초 북암분교, 회남초 법수분교와 분저분교, 산외초 산대분교, 관기초 기대분교, 회인초 회동분교, 관기초 소여분교와 적암분교, 내북초 이원분교이다.

임대용도는 보덕초는 청소년 수련원, 이식분교는 자연학습 수련원, 중초분교는 자판기 조립공장, 동정분교는 향토 미술 박물관, 북암분교는 토종 약용식물 연구 및 교육장, 법수분교는 청소년 상담 및 수련장, 분저분교는 건축학교, 산대분교는 교회 수련원, 기대분교는 양어장, 소여분교는 버섯 재배, 적암분교는 평생교육 및 요가 수련원, 이원분교는 교회 수련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중 실제로 폐교를 임대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목적에 맞게 수리를 하거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또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아 학교 운동장은 풀이 무성한 채 방치된 곳이 많다. 폐교된 곳은 모두 매각 또는 임대가 되었지만 관리자 이름만 임대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폐교는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우리지역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타지역 폐교 활용의 에
▲ 자치단체가 활용한 경우 : 우리 지역의 사례가 선진 사례가 되면 좋겠지만 우리 지역은 우선 떠넘기기식 임대 또는 매각하기 위해 안달인 것이 정말 안타깝다. 인성시는 폐교된 후 방치돼 민원의 대상이 되었던 금광면 대문 초등학교를 시에서 매입해 예술 창작 스튜디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안성 스튜디오 마을은 창작실, 공동 작업실, 가마시설, 정보 자료실 등을 갖추고 있는데 안성지역 예술가 19명이 입주할 것이라고 한다.

남해군의 경우 94년 폐교된 남명 초등학교를 남해군에서 매입해 청소년 수련의 집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현장체험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수련시설로, 각종 단체 모임 장소로, 그리고 학술 세미나가 열리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또 남해군 대서분교도 남해군에서 매입해 당초 민속 박물관과 토산품 전시장, 삼베촌을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공공 편익시설, 운동 오락시설로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게이트볼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교육청이 활용한 경우 : 남해군 송남초는 도교육청에서 학생 야영 훈련장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하면 성남초는 교육 기자재와 교육용 물품 등을 일괄 관리하는 물품 재활용 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재활용 센터에는 전자제품류, 급식비품류, 사무용품류, 과학자료, 음악자료 등의 물품이 보관, 각급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 즉시 관리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량분교는 교육청이 직원연수를 위한 수련장으로 활용할 예정에 있다.

그런가 하면 울산시 교육청은 울주군 서사분교를 보수공사를 실시해 들꽃 학습원을 조성, 지난 5월 문을 열었다고 한다. 우리 꽃과 나무, 농작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인데 우리나라 지형을 본뜬 통일 꽃동산, 시청각 교육실, 온실, 실험관찰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나오는 식물과 울산지역에 자생하는 식물, 희귀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식물 등을 중심으로 자연학습장을 꾸몄는데 반응이 대단히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울산시 교육청은 울주군 두남분교를 개조해 공립 대안학교로 만들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 마을에서 무상임대한 경우 :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의 이반성 중학교는 이 지역에 사는 황인철이라는 사람이 무상으로 임대해 사이버 타운으로 조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반성면은 전체 8개 마을로 상주인구가 2500명 정도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주민 자치형 사이버 공동체라고 한다.

황인철씨는 지난해 교육청으로부터 무상으로 폐교를 임대받아 지역문화 사회교육 센터인 ‘푸른 문화의 집’을 세웠고 농한기 할 일 없이 지내는 농민들과 함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컴퓨터 동호회를 결성, 사이버 타운의 기초가 되었다. 이 센터를 이용해 교육을 받은 주민이 전체 500여명이 넘어 지금 이반성면 주민들에게 인터넷으로 농산물 출하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시세를 검색하고 컴퓨터 농사일지를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 되었을 정도다.

더욱이 진주시의 도움으로 인근 연암공대와 자매결연을 맺어 본격적인 전자 상거래 구축에 나섰다. 그런가하면 남해군 노도분교는 노도마을이 무상으로 임대, 마을에서는 학교를 마을회관으로 활용하고 있고 호도분교도 마을 주민이 무상 임대해 농번기 때에는 10여가구의 농작물 보관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개인이 임대한 경우도 많은데 경북 청송군의 월외 초등학교는 이화실 박미선 부부가 임대해 허브농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허브 재배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청송군의 특화작목으로도 선정돼 55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고 한다.

폐교 활용방안
타 지역은 이렇게 마을이나 개인에게 폐교를 무상으로 임대하는데 우리 지역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동안 주민들이 폐교를 마을에 돌려줘야 한다는 탄원이나 민원이 제기돼 왔던 것을 보면 교육청에서 꼭 유료를 고집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에서도 건물을 새로 신축해 활용하는 것만 생각하고 기본의 폐교를 활용하는데에는 인색하다. 정보화 시범마을도 그렇다. 몇 개 마을을 묶어 운영하는 것으로 하고 폐교를 이용한다면 경제적인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전당 외에도 지역공동체를 엮어주는 구심체 역할을 맡았던 중요한 곳이다. 학구민들이 부지를 희사해 땀을 쏟으면서 돌을 나르고 운동장을 고르고 나무를 심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한 학교가 작은 학교로 전락, 점차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동네 학교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고 학교는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신적 문화적 공간이었다.

따라서 폐교를 임대하거나 매각할 경우 경제적 가치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 학교가 지역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자치단체나 교육청, 개인이라도 청소년 수련시설, 자연 학습장, 소규모 농업 전문 박물관, 주민 공동 이용시설 등 교육용으로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임대나 매각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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