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땀을 선물로
상태바
농민의 땀을 선물로
  • 송진선
  • 승인 2000.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농민들이 수확기에 접어들어 계속되는 비와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알이 꽉찼던 포도는 빗물에 터지고 고추는 빠졌다. 사과와 배는 떨어져 땅에 나뒹굴었다. 잘 여물어 가던 벼는 힘없이 논바닥에 누워버렸다.

공산품에 비하면 큰 돈 되지 않는 이런 농산물을 팔아 농협에서 빌린 돈을 갚고 학자금에, 장가갈 아들 전셋집 얻을 돈을 꿰어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농민들의 한숨이 하늘로 차올랐다. 밤낮없이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병충해 방제를 하고 허리 펼날 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도 추석을 보내기 위해 그나마 품질이 나은 상품을 골라 시장에 내오고 있다.

추석 차례 상에 오를 사과와 배는 물론 포도, 고구마, 햇밤까지 연일 공판을 기다리는 농산물이 줄을 서고 있다. 가격이 좋게 형성되기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마음과는 달리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헐값에 팔 때 속이 쓰리지만 농민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내 부모 내 형제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일은 농산물 사먹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친정 가는 길에, 아니면 아는 사람 집에 인사하러 갈 때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선물하는 것이다. 삼승면에서 생산되는 황토 사과는 품질인증까지 획득한 일등품이고 보은대추는 말할 것도 없다.

알이 굵고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은 배, 향이 짙고 단 포도도 일등 선물용이다. 맛이 밤같은 탄부 밤고구마 한상자, 찰지고 윤기가 흐르는 황금곳간 쌀도 으뜸 선물감으로 친다. 군내 곳곳에 원두막이 설치돼 있어 밤 늦은 시간에도 농산물을 구입할 수가 있다.

농협, 시내 곳곳의 과일판매점 등 농산물 취급점에서는 얼마든지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가 있다. 대도시가 아닌 인구 4만5000명 밖에 안되는 우리 지역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농민을 살리는 길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살리는 길이 되기도 한다. 비록 도시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포장은 아니더라도 신문지에 둘둘 말아주고 시커먼 비닐봉투에 사과를 담아주고 덤으로 몇개 더 넣어 주면서 “이거 아들에게 주쇼”하는 인심도 함께 선물받을 수 있는 기쁨이 여기에는 있다.

들녘을 휩쓸고 간 태풍과 폭우로 인한 농민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마음으로 고향에서 이들의 땀을 선물로 사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