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을 군사에게 나눠 주었던 분저실
상태바
군량을 군사에게 나눠 주었던 분저실
  • 곽주희
  • 승인 2008.08.08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쓰는 마을이야기 140 회남면 분저리(分藷里)
▲ 2004년 8월 녹색농촌체험마을 생활관 앞에 세운 마을자랑비.

낮에는 푹푹찌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돼 덥지만 해가 지는 저녁에는 많이 시원해져 창문을 열고 잠을 자던 7월달과 비교해서는 창문을 열고 자면 추워 잠을 못 잘 정도이다.

지난 2002년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회남면 분저리 마을을 찾아간 날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다니지 못할 정도로 더웠다.

대청호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난 6일 분저리 마을을 찾았다.

# 분저리 찾아가는 길

보은읍에서 회남면 분저리를 가기 위해선 25번 국도를 따라 수한면 수리티재를 넘어 회인 IC 부근에서 다시 571번 지방도로 가야한다.

한참을 가다보면 회남면 소재지인 거교리 못미쳐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길이 502번 지방도다.

그 곳에서 분저리까지는 8km라는 분저실 녹색농촌체험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지난해 말 판장리에서 분저리까지 2차선 도로가 개통돼 예전 비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갈림길에서 대청호반을 끼고 한 10여분 달리다 보면 넓은 들과 깨끗한 마을이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회남면 분저리다.

# 분저리 마을의 유래

분저리는 고려말 최영 장군이 군량을 모아서 가루로 만들어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곳이라 하여 분저실 또는 분저곡이라 하였다고 한다.

분저리는 본래 회인군 남면 지역으로 고려말 최영 장군이 군량을 모아서 가루로 만들어 군사에게 나눠 주었던 곳이라하여 분저실 또는 분저곡이라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분저리라 하고 회남면에 편입됐다.

1980년 대청댐 담수로 일부가 수몰됐고, 서탄리와 송포리의 남은 지역을 흡수했다.

면적은 1.28㎢이며, 회남면 소재지에서 8.4㎞ 지점으로 면의 남쪽에 위치해 동은 판장리와 은운리, 서와 북은 용호리, 남은 서탄리와 접하고 있다.

분저리는 분저실 외에 분저실의 아래쪽에 있는 마을인 아랫말, 분저리 서쪽에 있는 마을로 본래 용호리에 딸린 마을이었으나 대청댐 담수로 수몰돼 분저리에 속해 있는 염성골, 분저리 위쪽에 있는 마을인 웃말로 되어 있다.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지명으로는 최영 장군이 기마병을 조련하였다는 말바탕, 군사들을 쉬게 한 마장 등이 남아있다.

또 분저실 동쪽에 있는 골짜기로 임진왜란때 의병들이 군막을 치고 주둔했다는 군막골의 이름도 남아 있으며, 1980년 대청호의 담수에도 불구하고 분저들과 빈정들, 이만평 등 회남 최대의 농경지를 이루고 있다.

분저실 동남쪽에 있는 골짜기로 은운리와 경계가 되는 삼막골로 불리는 골짜기에는 일제가 우리민족의 혈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을봉사자로는 20여년째 이장을 보고 있는 이우열(65) 이장, 송병모(61) 새마을지도자, 송정숙(65)부녀회장, 이해원(74) 노인회장이 2003년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조성사업으로 휴식 및 관광기반이 마련돼 자연친화형 농촌관광 마을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분저리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녹색농촌체험마을 마을의 자랑

분저리 마을은 회남 최대의 농경지로 주요 농작물로는 쌀과 고추, 도라지, 참깨, 콩 등을 많이 재배하고 과수로는 대추와 복숭아 등을 재배하고 있다.

또한 이우열 이장이 한우 70두를 사육하고 있다.

27가구 58명의 주민들이 순박한 농촌 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분저리는 지난 2002년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지난 2004년 1월 국비 1억9천만원, 도·군비 1억9천만원, 자담 100만원 등 총 3억8천여만원을 들여 녹색농촌체험생활관, 주차장, 다목적 광장, 원두막, 등산로 정비, 마을 조경 등을 조성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은 도시민들은 농촌을 체험하고 농촌 사람들은 도시민들에게 농산물도 판매하고 농업, 농촌문화 등을 체험하게 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그야말로 상생을 위한 것이다.

분저리 마을 주민들은 각종 농사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고, 마을의 앞산인 매봉산을 한바퀴 돌 수 있는 등산 코스도 만들었다.

매봉산 능선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에서는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한 집이 살고 있는 섬인 사탄리도 바라볼 수 있고 떨어질 듯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넘실대는 대청호의 물냄새도 맡을 수 있다.

농사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감자는 6월에 체험이 가능하고 6월말부터 7월까지는 옥수수 따기와 고구마 캐기 등을 할 수 있다.

7월 하순이면 복숭아 따기 체험을 할 수 있고 9월이나 10월에는 벼베기, 배 수확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오리농법과 우렁이 농법으로 쌀을 생산, 오리방사 체험도 할 수 있었고 논에서 각종 병해충을 잡아먹고 잡초를 먹고 있는 우렁이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어 체험을 할 수 없다.

지금 오리집에는 오리가 아닌 토끼가 들어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65세이상 노인 인구가 40여명으로 너무 고령화되다 보니 오리농법이나 우렁이농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우열 이장은 “우리 마을 실정에 맞게 알뜰하게 운영을 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오히려 쓰레기만 남기고 갈 뿐 소득에는 별만 차이가 없다” 며 “고령화로 많은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펜션 숙박과 농산물 직거래 등 마을 실정에 맞게 알뜰하게 실시하고 요즘도 주말에는 예약이 다 되어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송병모 지도자는 “올해 펜션 임대 등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1천만원 정도 된다. 연말에 마을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눠 줄 생각이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름값이라도 하시게 말이다”고 말했다.

# 2003년 대청호 보전 우수마을 선정

분저리는 (사)대청호살리기운동본부가 선정한 대청호보전 우수마을로 지난 2003년 선정돼 2004년 2월 웃마을 상패와 시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03년 분저리 마을주민들은 12번의 마을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면서 낚시객을 대상으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홍보활동을 벌여왔으며, 대청호 주변 고사목을 제거하고 자연정화활동을 전개해 30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마을주민들은 대청호살리기 우수마을로 선정돼 받은 시상금 100만원으로 대청호 지킴이 장승 2기를 녹색농촌체험생활관 앞에 세웠다.

앞으로도 분저리 마을주민들은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 전개와 합성세제 및 비회용품 적게 쓰기, 오물 투기 행위 감시 등 장기적으로 자연보호활동을 전개하면서 유기질 비료 사용 등 자연친화적인 영농을 실시할 계획이다.

# 분저분교 마을주민들 품으로

지난 1980년 3월 개교한 분저초등학교는 81년과 82년 2년간 16명이 졸업했으며, 1982년 회남초등학교 분저분교장으로 개편돼 10년간 운영되어 오다가 1992년 3월 1일 폐교돼 회남초등학교로 통합되었다.

2001년 한국나무건축학교가 임대해 사용했지만 지금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임대해 예을원이란 명칭으로 예을교회, 예을공부방, 예을종교사회연구소로 쓰고 있다.

이우열 이장은 “1986년 아시안 게임을 하던 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학교에 학생들이 많았을 때 6학급 정도나 되었다”고 회상했다.

송병모 지도자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체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분저분교를 임대하려고 했으나 안됐다” 며 “학교를 임대해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더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사1촌 유명무실

분저리가 반도스포츠와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5년 5월이다.

2년동안은 군민체육대회 회남면민들의 체육복을 맞추는 등 잘 이뤄졌으나 지금은 전혀 연락도 안되는 등 교류가 없다는 것이다.

이우열 이장은 “우리마을 농산물을 구매해 주라는 것도 아니고 일손을 도와 달라는 것도, 마을기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년에 한 두 번 마을을 찾아주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실적만 올리고 생색내기인 1사1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우열 이장은 마을에 위친계 등 작은 모임을 하나로 통합했다. ‘동계’ 하나로 통합해 마을의 애경사시 모든 일을 권장하고 있다.

# 571번 지방도 가로수 식재 필요

바깥 세계로 나가기 위해 분저리 주민들이 선택하는 수단은 하루 3차례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3차례가 고작이다. 주민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나갔다가 다시 마을로 들어와야 한다.

생활하면서 큰 불편을 겪을 만한대도 주민들은 크게 불편해 하지 않으면서 하루 3번밖에 운행되지 않는 시내버스를 요령껏 이용해 바깥 문명과 접촉한다.

다행히도 지난해 판장리부터 분저리까지 571번 도로가 2차선의 확포장돼 개통되면서 지금은 시간도 절약되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을 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은운리까지는 길이 포장 되지않아 은운리를 가지 위해선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은운리 주민들도 면사무소를 오기 위해선 수한면 노성리로 돌아 수리티재를 넘어서 와야하는 등 불편이 있다.

주민들은 매봉산에 수리부엉이가 살고 오소리, 고라니가 서식하고 난도 자생있다고 한다.

새벽녘에 매봉산을 등산하는 주민들은 노루 울음소리를 듣고 저녁에는 수리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연은 파괴되지 않았다.

특히 서탄리로 가는 길에 있는 일제시대때 비상을 만들었다는 굴에서는 박쥐가 살고 있고 유황성분이 많아 굴 안의 물로 무좀걸린 발을 씻으면 깨끗이 낫는다고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이우열 이장과 송병모 지도자를 따라 굴 근처에 갔는데 유황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으며, 근처에서도 찬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했다.

이우열 이장은 “베틀굴 등 근처에 3∼5개의 동굴이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과 연계해 이곳을 개발하면 역사의 한 현장으로 교육적 가치는 물론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정확한 현장조사를 위해 행정기관의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우열 이장은 “우리 마을은 대형관정이 3곳이나 있어 식수나 농업용수 등 물 걱정은 없다. 마을 농로길도 다 포장돼 농사짓는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 개통된 571번 지방도에 가로수가 없어 녹색농촌체험마을에 걸맞는 가로수를 선정해 심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봄에는 취나물, 고사리, 다래순 등 각종 산나물을 채취하고 가을에는 송이버섯도 채취하는 등 외부와의 단절로 불편은 겪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주민들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자신들의 형편에 맞게 알뜰하게 살아가는 분저리도 요즘 잘나가는 다른 그린투어리즘 지역에 버금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아름답고 정겨운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분저리가 아름다워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