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산 아래 모여 평화롭게 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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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산 아래 모여 평화롭게 사는 마을
  • 곽주희
  • 승인 2008.08.0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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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마을이야기 - (139) 수한면 노성리

한동안 비가 내리더니 또 다시 불볕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도계의 수은주도 30도를 넘어 내려 올 줄 모르고 거기에다가 습기마져 많아 끈적끈적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마저 높아 실제 온도보다 더욱 더 더운 것같다.

군내에서 회남면 은운리와 마찬가지로 옥천군 지역 전화번호를 쓰고 있는 마을.

지난 7월 28일 수한면 노성리 마을을 찾아 나섰다.

# 노성리 찾아가는 길

보은읍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수한면 방향으로 보청저수지를 지나면 수리티재가 나온다.

그 곳에서 21번 군도를 따라 차정리를 지나 한 참을 가다 도로 옆으로 길게 늘어선 마을이 나타난다.

바로 수한면 노성리다.

# 노성리 지명의 유래

노성이란 지명이 유래된 것은 점볼 마을 뒤로 우뚝 솟은 노성산(老城山)에서 유래되어진 듯 싶다.

노성리는 원래 회인군 동면 지역으로서 노성산 밑이 되므로 노성골, 노성동 또는 노성리아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 일부를 병합하여 노성리라 하고 회남면에 편입되었다가 1987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금의 수한면에 편입된 곳이다.

노성리는 면적이 4.34㎢로 수한면의 동쪽에 위치하며, 동은 수한면 장선리와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 서는 회남면 조곡리, 남은 회남면 은운리, 북은 수한면 차정리와 회인면 송평리에 접하고 있다.

자연 마을로는 4개 마을이 있으며,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이에 봄과 가을에는 각종 산나물과 버섯, 장뢰산삼을 캐기 위해 외지인들의 발검을 빈번하다고 한다.

노성리의 자연 마을로는 제일 큰 마을인 점볼과 송정, 모개울, 새말 등이 있다.

노성리에 접어들어 제일 먼저 만나는 '점볼'은 옛날에 이곳에 옹기를 굽던 옹기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솟점이 있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들 모두 마을 지명의 유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점볼 마을이 바로 노성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송정과 함께 노성리의 중심 마을인 셈이다. 현재로도 가장 큰 13가구가 살고 있다.

점볼을 지나 나지막한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모개울'이 보인다.

모개울에는 현재 7집이 살고 있는데 이곳의 지명 유래는 옛날에 이곳에 큰 모과나무가 있었다고 하여 모과동이라 불렀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모개울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곳이 송정 동북쪽에 있는 마을로 옥천으로 나가는 길목이라 하여 모개울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는 주거용 개인복지시설인 효도원이 자리하고 있다.

계속해서 옥천쪽으로 향하다 보면 '송정(松亭)' 마을과 만난다.

송정은 점볼과 함께 노성리의 중심 마을로 9가구가 살고 있으며, 옛날 이곳에 소나무로 만든 정자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노송 숲이 우거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새말'은 옥천군 안내면 용천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으로 현재는 4가구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장 김종덕씨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성리에는 마을봉사자로 이장 김종덕(53)씨와 새마을지도자 김상진(48)씨, 부녀회장 김금숙(48)씨, 노인회장 윤익수(75)씨가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노성리에는 33가구에 50여명이 살고 있다.

주요 농작물로는 고추, 벼, 오이, 가지, 호박, 포도, 배 등을 재배하고 있다.

노성리에는 점볼 마을과 모개울 사이에 갈고산성(葛枯山城)이 있는데 정상에 샘이 있으며, 최영장군이 말을 달리며 군사들을 훈련시켰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나 현재 공동묘지로 변했다.

지금도 산성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 피난민이 모여 살던 노성리

노성리의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이곳이 피난민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라는 점이다.

해방이 되고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곳곳에서 피난민들이 모여들어 한때는 60여가구가 넘게 모여 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피난을 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시 마을을 떠나고 70년대 새마을운동과 경제 개발로 인해 이농현상의 바람이 이곳까지 불어오면서 인구는 점차 줄어들어 현재의 작은 마을로 남게 되었다.

지명중에 강터골이라는 곳이 있는데 송정 남쪽에 있는 골짜기인 강터골은 6.25전쟁 후 피난민들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이주해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 화합하며 살기좋은 마을 일궈

노성리에는 노인회와 부녀회가 없던 곳이었으나 지난 2001년 11월 점볼 마을에 경로당이 생기면서 노인회가 조직됐다.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부녀회도 결성돼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65세이상 노인회원이 22명이나 된다고 한다.

노성리에는 청년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마을 40∼50대가 주축이 돼 조직한 것이다.

마을의 애사시 상여를 매는 등 노성리에서는 부녀회와 청년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노성리는 매년 봄 노인들과 부녀회원 청년회원들이 선진지견학을 다녀온다.

또한 매년 1월 5일 새마을대회를 개최하고 정월대보름 윷놀이 행사를 통해 마을 주민 화합과 결속을 다진다.

물론 대회 경비와 음식장만은 청년회와 부녀회의 몫이다.

그리고 2∼3년에 한번씩은 마을어르신들을 위해 효도관광을 보내드리고 있다.

청년회와 부녀회는 애사시 상여를 매는 등 그 사례비로 받는 돈과 폐비닐, 빈병수집, 일손돕기 등으로 기금을 마련, 현재 1천만원을 모아 일부는 정기예금을 해놓고 나머지인 3∼400만원은 일년 마을 행사를 위해 쓴다고 한다.

점볼마을 입구에 들어서다보면 트로이카시계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

괘종시계와 벽시계를 만들고 있다.

점볼 마을이 고향인 신권호(50)씨가 세운 공장으로 규모는 150평 정도 된다.

신권호씨도 윷놀이 등 마을행사가 있을 때에는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점볼 마을이 고령 신씨 집성촌이라고 한다.

# 통신시설, 농로포장 등 바람

인구가 얼마 되지 않으며, 점볼에서 새말까지의 거리가 2㎞가 넘을 정도로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에게 긴급한 상황에 대해 전달하려면 무척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성리의 모든 일은 이장인 김종덕씨와 새마을지도자인 김상진씨가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덕 이장은 “마을과 마을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앰프 시설은 설치해도 무용지물이다. 무선으로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며 “지금은 직접 다니거나 전화로 이야기해 드린다. 홍보물이 있을 경우 복사해서 가가호호를 방문, 전해 드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으로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바로 인접한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는 이장집과 마을이 한 500여m 떨어져 무선으로 통신시설을 설치해 잘 활용하고 있다고 김종덕 이장은 말한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노성리 마을은 아직도 예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노성리 마을 주민들의 또 다른 바람은 마을 안길 등은 잘 포장 되어 있으나 마을 뒤편으로 농로가 포장이 안된 곳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마을 세천 정비가 안된 곳이 많아 농사짓는데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성리의 가장 큰 현안은 상수도 설치이다.

현재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모개울 등은 수원이 부족해 갈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을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간이 상수도의 설치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도 마을과 마을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인 모개울 마을에 간이상수도 관정을 파 저수조 탱크를 설치하고 점볼과 송정마을까지 배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 어려운 실정이다.

마을주민들에게 ‘아아 마을이장입니다. 마을주민여러분들께서는 오늘 저녁 7시에 반상회가 있사오니 마을경로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은 할 수 없지만, 자연마을간 거리가 멀어 간이상수도 설치가 어렵지만, 농로 포장과 세천 정비가 안돼 농사짓는데 다소 불편하지만 서로 상경하애하며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노성리를 보고 있으면 때론 편한 최첨단 디지털 시대보다는 그 반대로 조금은 불편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아날로그 시대를 살고 있는 노성리가 그리운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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