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이 낳은 천재시인 오장환의 마지막 시집인 『붉은 기』가 발굴돼 학계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붉은 기』를 발굴한 원광대 국문과 김재용 교수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한국전쟁 관련문서 상자에서 이 시집을 발견하고 그 복사본을 공개하게 됐다. 이번에 발굴된 『붉은 기』는 1947년 말에 임화와 함께 월북한 오장환이 지병인 심장병 치료차 1948년 말에서 이듬해 여름까지 소련을 방문한 경험의 소산이며 `쏘련기행시집'이라는 부제를 단 이 시집은 평론가 안함광이 발행인으로 있던 문화전선사에서 1950년 5월 출간되었다고 한다.

또 시인 김광균등 지인들의 회고에 따르면 오장환은 한국전쟁 당시 이 시집을 들고 서울에 내려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제목만 알려졌을 뿐 그 동안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집이다. 이 시집은 서시격으로 `붉은 기' `씨비리 시편' `모스크바 시편'의 세 모듬으로 크게 나눠져 있었던 사회주의 혁명의 종주국인 소련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격과 이념적 각오를 담고 있다. 오장환의 소련행이 이루어진 1948∼9년은 소련이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공산혁명이 무르익어 갔으며, 한반도 북쪽에서도 인민공화국이 세워질 무렵이었다.

이번 시집은 보은에서 서울과 평양을 거쳐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생의 항로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피우고 있으며 `어머니가 계신 곳'한반도 남쪽에 대한 그리움과 이념에 따른 분단과 대립의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지역의 한 문인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월북작가인 보은 출신인 오장환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심도있게 진행될 것” 이라며 “이러한 오장환 시집의 발굴은 지역 문학계 뿐만 아니라 학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보은 출신인 시인 오장환은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하고 <시인부락> <자오선>등의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서정성과 현실성을 결합한 『성벽』과 『헌사』등 시집을 통해 1930년대 조선시단의 왕으로까지 떠받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