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 ④충남 홍성 풀무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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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 ④충남 홍성 풀무생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7.1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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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 가능
▲ 홍성읍에 위치한 '참좋은 풀무매장'. 친환경농산물과 친환경가공식품만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글싣는 순서 
1. 농업협동조합 정체성을 찾아야
2. 지역농협 성공 전략 - 괴산군 불정농협
3. 지역농협 성공 전략 - 청원군 오창농협
4. 농협과 생협의 상생 - 충남 홍성 풀무생협 사례
5.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①
6.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②
7. 지역농협 활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역농협에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환원사업은 커녕 직원들의 인건비 대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원망을 받기도 하지만 의지처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 조합원이 중심이 돼 지역농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타 시·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지역 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풀무생협이 만드는 지역순환농업의 꿈…생산자와 소비자 연대로 지역농업 희망을 그린다

■ 가격 비교

품목

금액(원)

품목

금액(원)

일반미 4kg

9,500

유기농 백미 4kg

17,500

목우촌소시지 400g, 5개

4,250

무항생제 소시지

4,400

라면 1개

750

우리밀 라면

1,450

감자 100g/2kg

120/2,400

유기농감자 2kg

3,400

당근 100g/500g

150/750

유기농당근 500g

1,300

양파 100g/2kg

95/1,900

유기농양파 2kg

2,700

적상추 150g

430

유기농상추 150g

950

최근 식품 사고가 잇따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소비자들의 의식 및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부분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선호뿐만 아니라 우리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우리지역에서는 이같이 친환경 또는 우리농산물 전문 판매장이나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리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없지만, 학교급식에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또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수입 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다.

그만큼 우리지역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우리지역에 이같이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전문매장이나 국내산만 취급하는 매장이 없어 수요가 있어도 이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현재 우리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만 해도 친환경 쌀 등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유통구조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사실상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어쩔 수 없다”라고 포기하고 있지만, 지역농산물의 지역소비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하며 지역농업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 충남 홍성 풀무생협(이사장 박종권)의 사례는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풀무생협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 금평리 223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별 쌀 작목반 33개와 채소 품목별 작목반 23개, 축산 한우, 양돈, 자연 닭 6개 등 총 62개 작목반에 소속된 6백여명의 생산자들이 유기농 농산물과 무항생제 고기 및 유정란, 각종 천연양념 등의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협동조합이다.

약 160만평(528만㎡)의 면적에 국내 최대 규모 유기농 산지를 이루고 있는 풀무생협은 '지역순환농업' 추구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업과 환경의 의의를 함께 지켜나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참좋은 풀무매장'

홍성읍내 소재한 '참좋은 풀무매장'(책임 운영자 손영희, 이하 풀무매장).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유기농산물 생산조합인 풀무생협(홍성군 홍동면 금평리 소재)의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포함해 우리농산물, 친환경농산물과 친환경가공식품만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이곳에는 수입농산물 및 수입농산물을 가공한 제품이 없으며 표백제나 방부제,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으며 유전자 변형 농산물 가공품도 없으며, 화장지는 무형광 재생 용품이고 커피 등은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제품들이다.

풀무매장을 찾은 지난달 27일, '주변에 마트들도 많고 이렇게 찾기도 힘든데다 가격도 싸지 않은 친환경농산물만을 판매하는 매장에 손님이 올까?'란 기자의 섣부른 판단은 매장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표현처럼, 풀무매장은 손님들의 발길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에 하나로 마트가 있었고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만 생협을 신뢰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물건이 비싸도 생협 매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산이거나 친환경 제품이 아닌 수입산, 일반제품은 구색맞추기 용으로라도 매장에 진열해놓을 필요가 없다.

풀무매장을 방문한 6월27일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조옥자(50)씨는 “유기농이고 우리몸에 좋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지만 채소, 과일, 과자도 풀무매장의 물건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원래 풀무매장은 풀무생협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었다. 하지만 경영에 대한 지식과 마인드가 부족한 농민들이 판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한계에 부딪혔고 적자는 누적됐다. 결국 풀무생협은 매장사업을 정리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3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풀무매장의 한계는 곧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계기를 가져다줬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먹을거리를 지역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풀무매장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을 가진 손정희씨와 홍성 YMCA 등 8명의 조합원들이 300만원, 500만원씩 공동으로 출자해 5천500만원으로 풀무매장을 인수했다.

책임 운영자 제도를 시행해 운영의 내실을 기하고 식품의 안전성 보장, 조합제품 유용하고 지역제품의 유통을 촉진시키는 풀무매장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소비자들의 활동으로 활성화에 이른다.

소비의 기반인 YMCA를 중심으로 한바구니 살림 공동체 사업을 실시해 1주일에 한 번씩 지역에서 나는 제철 채소 등을 한 바구니에 1만원에 판매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평상시에는 매장 중심(오프라인)으로 운영을 하지만 1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배달도 실시한다.

이같은 운영으로 현재는 매장을 이용하는 지역회원을 600명까지 확보했고 누적적자를 해소한 것은 물론 월 매출 3천만 원이라는 알짜 매장으로 성장하게 됐다.

◆풀무매장 지역생협으로 재도약

이러한 풀무매장의 노력은 운영정상화를 넘어 지역생활협동조합을 건설하자는 고민으로까지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

대한민국 최대 유기농 단지를 옆에 끼고 살면서도 지역주민이 그것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지역주민들이 '홍성지역생협준비모임'을 꾸리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풀무매장이 구상하고 있는 홍성 지역생협의 틀을 살짝 들여다보면, 우선 현재의 600명 매장회원을 조합원 체계로 개편하고 매장은 오직 조합원이 내는 월 회비 1만원만으로 운영한다.

대신 조합원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품을 원가로 구매하는데 만약, 조합원 '갑'씨가 조합매장에서 한 달에 20만원 어치의 물품을 원가로 구입한다면, 일반매장의 평균 마진이 20%정도라고 봤을 때 갑씨는 4만원을 절약하게 되고, 결국 운영비는 1만원만을 냈지만 3만원의 이득을 보는 구매활동을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즉, 조합원은 조합을 이용하면 할수록 이득을 많이 보게 되고 협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용률이 높아지면 질수록 성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통해 끊임없이 조합원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소비자가 농업과 생산자를 이해하고 자신이 이용하는 물품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풀무매장의 생각이다.

또, 협동조합 속에서 성장한 조합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의 교육문제와 삶의 질 등을 함께 고민하게 되고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읍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700여명의 주민이 나올 수 있었던 힘도 지금까지 풀무생협과 풀무매장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대의식의 구심점으로 끊임없이 활동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풀무생협 박종권 이사장이 남긴 다음의 말은 우리고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천만이 넘는 인구가 일부 도시에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에선 분명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의 농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이상을 놓쳐선 안됩니다.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공생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생활협동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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