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을 자치단체도 아닌 농협이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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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을 자치단체도 아닌 농협이 책임져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7.0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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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개혁, 지역농협 희망의 시작 … ③ 청원군 오창농협
▲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오창 뿐만 아니라 청원군 및 충북도내 각 시·군에서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을 소비자 맞춤형으로 소포장하고 있다.

글싣는 순서
1. 농업협동조합 정체성을 찾아야
2. 지역농협 성공 전략 - 괴산군 불정농협
3. 지역농협 성공 전략 - 청원군 오창농협
4. 농협과 생협의 상생 - 충남 홍성 풀무생협 사례
5.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①
6. 일본에서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배운다 ②
7. 지역농협 활로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역농협에서 1년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환원사업은 커녕 직원들의 인건비 대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원망을 받기도 하지만 의지처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지역의 농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고 조합원이 중심이 돼 지역농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타 시·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지역 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전국농협 중 유일하게 친환경 농업유통팀 조직, 친환경 농산물 판매액만 100억원대 규모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생산자들의 마인드는 높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가 좋은 예시가 되고 있는데, 지난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5%가 증가한 약 1조9천억원 대였으며, 올해는 24%가량 증가한 2조3천500억원대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에는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 각국과 FTA협정으로 인해 값싼 수입 농산물이 봇물 터지듯 들어오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이 아니면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퉈 친환경의 농업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보은군은 이제야 자치단체 차원으로 친환경농업을 육성하지만 말이다.

이런 경쟁 속에 자치단체가 아닌 농협에서 청원군 전체의 친환경농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창농협(조합장 김창한)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6월 17일 조합원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책임 유통은 물론 전국의 친환경농산물을 유통시키는 물류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오창농협을 찾았다.

◆ 친환경 농산물, 판매액의 절반

전국에 있는 지역농협 중 유일하게 친환경농업팀이 있는 오창농협의 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 내에는 오창농협 조합원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과 함께 청원군내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충북, 나아가 전국의 친환경농산물이 집산되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권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현재 오창에서 공급이 가능한 것은 수요량의 38%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30%는 청원군내에서 나오는 친환경농산물을 공급받고, 나머지 30% 정도는 타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있는 친환경농업팀 신환희팀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오창농협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김창한 조합장의 당선에서 비롯된다.

1993년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토마토 등 친환경 채소를 재배했던 김창한 조합장은 2002년 친환경농업 육성 및 농산물 유통을 공약 1호로 내걸어 조합장에 당선된 뒤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업 유통팀을 조직하고 오창농협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신 팀장에 의하면 오창농협이 친환경 농업을 육성하면서 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 영농 전반에 농협 직원들을 투입했다.

조합원들에게는 영농일지만 제대로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생산, 지도, 친환경 인증 대행, 수매, 보관, 가공, 판매까지 농산물 유통의 전 과정을 농협에서 주도했다.

농협의 지도사업비 중 30%이상을 친환경농업 부분에 배정할 정도다.

지난해만도 3억5천만원이나 된다.

농산물 및 토양에 대한 성분검사와 잔류농약검사를 수시로 실시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판매처를 우선 확보한 뒤 친환경농가 및 재배면적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오창농협의 이같은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 지난해 오창농협의 전체 농산물 판매실적 232억여원 중 절반에 가까운 108억원이 친환경농산물 판매액이다.

현재 오창과학단지 내에 건축중인 100억원 규모의 친환경 농산물 전문 유통센터가 완공되면 오창농협의 친환경 농산물 판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 명실상부한 중부권 전체를 아우르는 친환경 산지 물류센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친환경농산물 품평회에서 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 지역농산물들이 수상을 차지하고 있다.

◆SK, 오창농협을 사업파트너로 선택

2002년 이후 친환경농업에 매진한 오창농협의 준비는 SK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연간 50억원 규모의 친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회를 가져다 줬다.

2005년 SK D&D 웰빙사업본부는 먹을거리를 통한 SK직원들 간의 공동체의식을 강화하고, 사회 환원차원에서 농촌 후원방법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사업파트너를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하던 중 오창농협을 찾아내 사업파트너로 선택하고 친환경농산물 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SK는 '자연이랑'(www.62life.com)을 통해 임직원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회사에서 월 10만원 내로 구입비의 50%를 지원해주면 오창농협은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에게는 수수료 없이 SK측에서만 수수료를 받고 물류센터를 통해 농산물을 배송해주고 있다.

현재 3만여명의 SK 임직원 중 절반정도가 ‘자연이랑’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오창농협에 상품을 주문한다면 그 금액이 360억원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력관리 시스템으로 전 품목에 대한 족보를 갖춰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오창농협은 판로의 다변화를 위해 SK로만 한정하지 않고 청주, 청원농협 직원까지 대상으로 주 1회 공급하고 군청, 도청, 농협 유통, 학교급식은 물론 7월에는 농협중앙회까지 공급한다.

신환희 팀장은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깨닫고 발 빠르게 미래를 준비한 오창농협의 노력이 지금의 안정적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이 전하는 말이다.

“농협 작목반 관리가 실패하는 큰 이유는 인정에 치우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농협 작목반원은 474명 정도 되는데 친환경농산물 기준을 따라오지 못해 도태되는 반원이 해마다 몇 명씩 됩니다. 하지만 농협이 그저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농자재를 일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살포까지 직접 해주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철저히 친환경으로 생산해 출하원칙만 지켜주면 됩니다. 친환경농업은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일부러 젊은 직원을 뽑아 처음부터 친환경농업 전문가로 양성합니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성과 신뢰성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지역농협은 친환경 농업 무시(?)

이렇게 오창은 자치단체 차원이 아닌 농협 차원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를 권장하고 유통, 판매까지 책임지는 동안 보은군은 어떻게 하고 있었는가?

돌이켜보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동안 선각자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일부 선도농가에 의해 권장돼온 정도에 불과했다.

자치단체는 물론 농협도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시대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 청원군 오창농협은 이미 친환경농업지역을 선점해 우리 지역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무슨 수를 써도 보은군은 후발주자이고 청원군 오창농협에서 휩쓸고 간 다음 혹시 그들이 미처 챙기지 않은 것이 뭐 있나, 주울 게 뭐 없나 기웃거려야 할 판이다.

이제야 겨우 보은군에 친환경농업 정책 시도로 쌀이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이제야 무농약 정도 인증을 받고 있는 우리는 이미 유기농으로 전환해 정착된 오창과는 게임이 안된다.

아직 농협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해서는 개념정립조차 안돼 있다.  

남보은농협이 보은군의 시범사업 지구인 상장지구에서 생산된 쌀을 어쩔 수 없이 떠 안아 판매하고 있는 정도이다.

지도자의 역량, 지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오창농협을 취재하면서 새삼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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