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를 써보세요. 그럼 ‘어머니’를 써보세요. 자 다 썼으면 쓴 것 제출해 주세요.
무슨 장면인가 하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받아쓰기를 하는 시간이 아니고 글을 깨우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받아쓰기를 하는 장면이다.
시각장애인보은군연합회(회장 황호태)가 보은읍 장신리에 마련된 쉼터에 점자교실을 개설하고 그동안 갇혀 살았던 문맹 시각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게 해 문맹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교육을 시작한지 1년만의 일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이틀동안 고경호씨가 지도교사로 나서 점자 교육생 10명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60세가 훌쩍 넘었고, 이중에는 80대 할머니 학생도 있다. 지역도 보은읍내 뿐만 아니라 회인면, 마로면 등 군내 각 지역에 산재돼 있다.
점자 틀이 오른쪽은 1, 2, 3이고 왼쪽은 4, 5, 6으로 돼 있어 이 6점을 조합해 글자를 만드는 것인데, 아예 글자를 모르고 살았던 고령의 노인들은 요즘 자기 이름도 쓰고, 달력도 보고, 내가 이 달에 쓴 전기요금이 얼마이고 전화요금이 얼마인지도 공과금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학업성취도가 높아지자 집안에서 두문불출하던 이들은 쉼터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어쩌다 쉼터까지 운행하는 차량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왜 차가 오지 않느냐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한 시각장애인 점자 교육생은 쉼터에 나와 점자 교육도 받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 점심도 해먹고 이 얘기, 저 얘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라고 좋아했다.
황호태 회장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점자교육을 계속 하고 금요일에는 교양강좌 시간으로 운영할 계획인데 풍물지도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