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경제·사회·문화·복지 중심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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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경제·사회·문화·복지 중심이 돼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6.20 0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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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산군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
▲ 괴산군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

남무현 조합장은 2005년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인물.

오랫동안 협동조합 개혁운동을 실천해온 인물로 전농 충북도 연맹 협동조합 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농민들에게 협동조합 개혁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경제사업 위주의 협동조합 운영, 고액임금구조 개선 등을 끊임없이 요구했었다.

지난 17일 취재차 불정농협을 찾았을 때 만난 김수영(51) 농협감사는 “남 조합장은 조합장이 쓸 수 있도록 한 판공비를 쓰지 않는다. 대신 조합장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판공비로 쓴다. 자연히 집에 돈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별종이다”고 할 정도였다.

남 조합장은 이에 대해 “월 34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이를 판공비로 쓰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남무현은 농협 개혁 운동을 했으니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담배 50단을 경작해 넉넉하진 않지만 수입이 있긴 하다. 아내가 혼자 경작하는 형태인데 같이 농민운동을 했던 친구들이 조합장으로서 그 뜻을 부끄럼 없이 펼쳐나가라며 농사일을 적극 도와주고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농협 통폐합에 대해서 남조합장은 개인적으로는 조합원에게 실익을 주지 못하는 농협은 묶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 실익을 줄 수 있다. 농협의 시스템을 살리지 못하는 농협은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농민운동, 농협개혁을 주창해온 농민운동가에서 실제 농협에 들어와서 경영에 참여해보니까 어떤가.

=진작 들어올걸 그랬다는 생각이다. 조합원들이 경영을 할 수 없으니까 조합경영을 직원에게 맡긴 것이다. 직원 생각대로 운영하면 직원편의위주이고 조합원 생각으로 운영하면 조합원의 편의가 증진된다.

농협은 지역농업과 같이 가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협이 필요가 없다.

지역농업을, 지역농협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 조합장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280개 지역농협이 있는데 임직원의 인건비 공개와 사업비 공개가 이슈다. 농협의 경영상황은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농협사업에 농민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있나

=조합원이 알기 쉽게 수준을 낮춰야 한다. 조합원 입장에서 모르는 게 나오면 이슈거리가 된다. 잘못된 점은 고치고 잘된 점은 강화하고 결산서도 조합원 수준으로 풀어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조합원들은 내 농협 같다고 하고 모르면 내 농협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정농협은 결산자료와 함께 조합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붙여 조합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농협정관에는 조합원 3/100의 요구 있어야 농협경영자료를 공개할 수 있으나 이와 관계없이 개인 신상명세만 빼고 경영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짧은 지식을 갖고 개혁을 추진하면 실패한다. 개혁은 대중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조합장이 되기 전부터 매일 스터디(study) 그룹을 만들어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으로 조합원들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결국은 조합원들에게 조합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내 조합이라는 확고한 의식이 형성돼야 조합 전이용도 가능하다. 일례로 면세유는 우리농협 주유소가 98%를 점유할 정도다. 이같이 전이용으로 수익이 생겨야 조합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가 있다.

▲개혁적 조합장이 그동안 보신주의에 만연돼 있는 직원들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계급장(?) 떼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래래서 소통할 수가 있었다. 농업이 망하면 농민이 없으면 농협도 필요없다는 것을 직원들이 너무도 잘 이해하게 됐다. 2011년이면 농업보조가 없어진다. 비교적 싼 이자로 쓸 수 있는 영농자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농협은 자체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등 이에 준비해야 한다. 2011년까지 경영수준에 따라 25억에서 40억이상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어려우니까 지금부터 각종농자재를 1년까지 무이자로 제공하는 등 영농자금이 나오지 않아도 걱정없이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 지급되고 있는 영농자금이 안나와도 우리 농협은 걱정이 없다.
 
▲농산물 최저 가격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인가

=지난해 처음 고추 최저가격 보상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홍고추 수요 급감으로 가락시장 경락값이 낮게 형성돼 팔지 않고 농협에서 태양초로 말려 저장해두었다가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농민들에게는 농협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조합원 수취가격을 보상해줬다.

올해는 감자까지 확대했는데 요즘 출하 물량증가로 가격이 떨어져 농협이 수매해 저온저장하고 1만7천원의 가격을 제시하고 현재 시중가격인 1만3천원에 매입하고 향후 차액 4천원을 보상해줄 계획이다. 농민들은 안전하게 판매를 할 수 있으니까 호응이 높다.

이는 조합원 소득 보장도 있지만 은퇴를 앞둔 고령의 농민들을 고려한 정책이다. 이들은 고소득 작목이 있어도 작목 전환이 어렵다. 소일거리지만 고추농사밖에 모르는 이들의 소득을 보장, 계속 농사지을 수 있게 해 생산성 있는 농촌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농산물 물류센터도 유치했는데 농협의 농산물 판매사업은 어느 정도인가

=농협사업이 경제사업 체질로 바뀌어야 한다. 농협 평균 신용 대 경제사업 비율이 75대 25정도 되는데 우리농협은 65대 35정도 된다. 앞으로는 50대 50으로 가야한다. 경제사업으로 가는데 적자가 나면 안 된다.

특히 판매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확보하고 있는 농산물 물류센터, 태양초 건조장 등이 농산물을 건조 저장, 가공 포장해서 판매하는 센터가 되고 있고 괴산군에서 지원해 서울에 7억원을 들여 친환경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친환경 농산물 판매에 큰 도움이 기대된다.

또 지난해부터 괴산군 내 학교 급식에 무농약 이상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있다.

▲농협에서 복지센터를 건립했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가.

=갈곳 없는 노인들이 많다. 농번기 때는 더 소외를 받는다. 농가 주부모임에서 더 원한 시설이다. 주민들의 기대가 큰 시설이다.

농협중앙회 공모사업에 응모해 따낸 것이다. 2억1천여만원 전액을 농협 문화복지 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존 건물272㎡를 리모델링 해 물리치료, 휴게공간, 식당, 샤워, 찜질방 등 건강관리실을 갖췄다.

농협에서 이같은 시설을 갖춘 것은 외부에서는 농협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는데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복지까지 가야한다고 본다. 그래야 협동조합 정신이 퇴색되지 않고 또 농촌사회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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