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 지내며 마을 평온지키는 곱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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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 지내며 마을 평온지키는 곱냉이
  • 곽주희
  • 승인 2008.06.0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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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마을이야기 133

#문암리 찾아오는 길

지난 96년 4월 문암리를 취재하고 12년 후인 지난 4일 하루 종일 찌푸린 날씨속에 문암리 마을을 다시 찾았다.

보은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가다 산외면으로 가기 위해 575번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면소재지인 구티리 사거리에서 지난 1997년 4월 착공해 59억여원이 투입돼 6년5개월만인 2003년 9월 개통된 8번 군도를 따라 나지막한 야산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바로 문암리다.

#문암리의 유래

마을 동북쪽 백석리와 경계되는 곳에 바위가 문처럼 양쪽에 버티고 있어 문바우, 문암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문암리라 하였다.

다른 지명으로 곱냉이란 말을 쓰는데 그 이유는 땅이 기름지고 비옥하여 곡식을 심으면 다른 마을보다 곱으로 생산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암리는 총 4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윗말이 4반이고 중간말이 2,3반, 아랫말이 1반이다.

문암리는 동쪽으로 내속리면 북암리, 서쪽으로 아시리, 남쪽으로 보은읍 종곡리, 북쪽으로 탁주리와 백석리에 접하고 있다.

경주 김씨가 터를 잡은 문암리는 96년 취재할 때 만해도 37가구 102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으나 현재 34가구 7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중 15가구가 경주 김씨들이다.

문암리는 마을 입구인 구티리 쪽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 논보다는 밭이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담배와 고추, 감자 등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양봉, 표고, 한우와 인삼재배를 함께 하는 등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김장환(55) 이장, 김정구(49) 새마을지도자, 김기희(63) 부녀회장, 박용구(86) 노인회장이 마을 봉사자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랙터 로터리를 손보고 계시는 김장환 이장을 만나 문암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면소재지인 구티리와 문암리 경계지역에 장군석과 동자석을 볼 수 있었다.

장군석과 동자석 두 군데 다 금줄이 쳐져 있었다.

김장환 이장은 예부터 마을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문암리의 전설

약 3백여 년 전 농사를 지으면 곱이 난다하여 '곱냉이'라고 하는 문암리에 터를 닦은 경주 김씨들은 학혈머리라는 명당에 선조의 산소를 쓰고 자손들과 마을의 번성함을 기원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마을은 평온하지 못하였다.

해마다 잡귀가 들어 사람들이 죽어 가는가 하면 도적이 들어와서 약탈과 살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노승이 나타나서 마을 주위에 동자석과 장군석을 세우면 마을이 평온할 것이라고 예언을 하고 떠났다.

그리하여 마을에서는 장군석과 동자석을 세웠더니 마을의 환난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지금도 마을 입구에 있는 장군석과 동자석이다.

#해마다 정월초 산제 지내

해마다 음력 초가 되면 마을에서는 산제당에서 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 중 제관과 축관을 선발해 윗마을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산제당에서 제를 올린다고 한다.

제관과 축관은 건강에 이상이 없어야 하며, 집안이 화목해야 하고 언행이 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게 선출된 제관과 축관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 차사(차례)만이 가능할 뿐 성묘를 포함한 일체의 외출을 삼간다.

또한 외지에 있는 자녀들의 귀성도 허용되지 않으며 술, 담배나 욕설은 절대 금기 사항이다.

제관 및 축관으로 선택된 집에는 금줄을 치고 3일 동안 대문 밖 출입도 못한다고 한다.

초하룻날 밤 자시(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되면 떡과 술 등 제사음식을 만들어 제관과 축관은 산제당을 향한다.

사방은 어둠과 고요함에 싸여 가고 축문을 읽어 내리는 축관의 음성만이 천지의 운을 마을로 끌어들인다.

이렇게 산제당에서부터 시작된 마을 제사는 윗마을 느티나무와 동자석, 장군석 앞까지를 마치면 축시(새벽 1시부터 3시까지)가 된다.

다음날 마을회관에 돼지고기와 동동주 등 제사 때 쓴 음식을 놓고 마을주민들이 모여 음복을 하는 것으로 모든 산제는 끝이 난다.

“우리 마을에 처음 터를 잡은 것은 김씨로 현재도 15가구나 살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성씨들이 섞여서 살고 있지요. 우리 마을은 성씨는 다르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남다른 게 가장 큰 자랑이지요.”

김장환 이장의 말이다.

“올해는 박용구 노인회장 부부가 제관과 축관으로 뽑혀 산제와 거리제를 올렸지요. 올해 처음으로 제관에 여자 분이 뽑힌 겁니다. 노인회장님이 축문을 읊고 사모님이 절을 하는 제관으로 뽑혔지요.”

마을에 사람이 없다 보니 생기복덕을 가리어서 찾다보니 노인회장님 사모님이 올해 제관으로 뽑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관으로 뽑히자 노인회장님 부부는 집에서 손수 떡을 만들어 산제를 올렸다고 한다.

떡을 하기 힘들고 귀찮아 대부분 떡은 떡집에 맞춰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니 노인회장님 부부의 정성을 정말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산제와 거리제는 마을 사람들의 무해, 무병, 무사를 기원하기 위해 예전 조상들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인데 허술하게 지낼 수 있나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온갖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리고 있지요”

#부녀회 마을의 활력소

어느 마을이든 부녀회가 잘되는 곳은 살기좋은 마을이다.

문암리도 부녀회가 잘되는 마을 중 하나다.

부녀회는 삼밭에서의 공동작업과 참깨 재배, 폐비닐 및 농약병을 비롯한 폐품 수집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해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관광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어버이날에는 마을 경로잔치를 벌여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농한기나 겨울철이면 항상 마을회관 겸 경로당에 모여 점심을 먹지요. 그래서 어느 집 장맛이 좋은지 나쁜지 다 알고 있지요”

10년 넘게 문암리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희씨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없다보니 예전처럼 부녀회활동도 왕성하지 못하지요. 그래도 마을 일을 위해선 부녀회가 항상 앞장서고 있지요”

#농로포장, 과속방지턱 설치 필요

문암리도 대부분 농로가 포장돼 농사짓는 데는 불편함이 없으나, 포장이 안 되어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어 다소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산외 문암∼백석간 8번 군도가 개통되고 난 후 주민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백석리서부터 문암리까지 내리막길이라 차들이 쌩쌩 무서운 속도로 다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의 교통편은 편해졌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 선 도로를 횡단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서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등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교통사고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차례 면사무소와 경찰서 등 행정기관에 민원을 얘기했지만 아직도 과속방지턱을 설치를 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윗말과 중간말, 그리고 그 중간에 차량들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과속방지턱 3개만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장환 이장의 바람이자 마을 주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과속방지턱이 차량들의 운행에 지장이 초래해 설치가 힘들다면 운전자들의 시인성 확보와 마을주민들이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상과속방지턱이라도 설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상과속방지턱이라도 설치하면 차량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조그만 바람이 하루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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