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 폭등, 휘청이는 지역경제
상태바
경유가 폭등, 휘청이는 지역경제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8.05.30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빚 쌓이는 화물차, 운행중단 고민하는 버스회사, 농민도 시름시름
▲ ▲기름값 인상으로 운행을 포기하고 보청천변 하상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대형 덤프트럭들. 

폭등하는 경유가격으로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운행하면 할수록 빚만 지는 화물차는 시동을 꺼 버렸고, 버스회사는 운행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던 농기계조차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거리에 멈춰 선 덤프트럭

지난해만 해도 덤프트럭을 움직이면 한 달에 1천만원 벌이는 됐다. 1년이면 1억2천만원. 소위 억대 연봉이다.

그런 사람들이 불과 1년 만에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보청천 하상 주차장에는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한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김덕구씨는 현재 15톤 덤프트럭을 갖고 있다.

보은읍에서 속리산까지 운행을 하면 하루 최고 45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중 기름값으로 3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월 5만5천원의 지입료를 지불해야 하고, 보험료에 자동차 할부금, 유지비, 수리비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적자다.

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운전을 해야 하는 운전자들의 노동에 대한 보상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구조속에서 운전자들은 차를 세워버린 것이다.

◆시내버스, 추가비용만 5억여원

경유가 폭등은 우리고장 대중교통 수단마저 멈춰 세울 태세다. 23대의 버스로 35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신흥운수는 기름값 인상으로 인해 올해 순수하게 기름값만 5억여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운수 송점석 상무는 “지난해 66만 리터를 사용해 7억7천만원을 기름값으로 사용했다”라며 “하지만 지난해 1천180원 하던 기름값이 5월 현재 1천880원으로 오르면서 12억4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비용이 5억여원 이상 넘어선 수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버스를 멈출수도 없다.

28일 시내버스 업계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대안을 마련했지만, 도시의 경우 노선축소 등을 고려하고 있는데 반해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벽지노선이 많아 노선축소도 어렵다는 것이 송 상무의 얘기다.

◆기름값 인상은 농민 부담으로

폭등하는 경유값은 우리고장 농민에게도 심한 중압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못자리에서부터 이양까지 495.87㎡(150평) 규모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지만 올해는 12만원이 소요된다.

쌀값은 그대로지만 농기계 임대료는 이처럼 20% 인상돼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위탁영농 ‘두레’ 박상국 대표는 “면세유 양도 줄고, 인상률도 20% 높아져 자연스럽게 농기계 임대비용도 크게 증가했다”라며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임대료 인상이라는 점을 농민들도 이해하는 상황이지만 갑자기 오르는 인상폭 때문에 현장의 농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달 경유 면세유의 리터 당 가격은 1천1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2005년 가격 496원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지난 달 22일 '2008년 조세특례 및 그 제한에 관한 기본계획'을 만들어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세 등의 혜택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면세유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나 올랐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 대책을 위해 정부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및 경유가격을 알려주는 '주유소 종합정보제공 시스템' 제도를 도입했지만 계속되는 기름값 인상으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름값이 과연 얼마나 올랐을까?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http://www.opinet.co.kr)에 공개된 우리고장 18개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천970원인데 반해 경유 평균 판매가는 1천991원으로 경유가 '21'원 앞질렀다.

이 같은 기름값은 IMF가 시작된 10년 전과 비교해 휘발유는 2.56배, 경유는 무려 6배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1997년 ℓ당 769.2원 하던 휘발유 가격이 2008년 5월28일 현재 1천970원으로 1천200원이 올랐다. 10년 사이에 무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1997년 329.9원 하던 경유 가격도 2008년 5월28일 현재 1천991원으로 6배 이상인 1천661원 상승했다.

지난 3월9일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한 후 다시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알려주는 '주유소 종합정보제공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앞으로의 기름값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인 투자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배럴 당 국제 원유가는 최고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 압박에 이어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차량유지비 압박 등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