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괴로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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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괴로운 아이들
  • 보은신문
  • 승인 200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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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면 신나게 놀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학은 내마음데로 놀 수 있다는 해방의 기대감속에서 방학을 맞는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외갓집 개울가에서 고기도 잡고 푸른 녹음이 울창한 들녘을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노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보다 더욱 철저히 짜여진 계획으로 하루마저도 편한 시간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니지만 부족한 교과를 보충하기 위해 학원으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실시하는 캠프, 단체 활동에 소속된 아이들 역시 별도의 캠프 준비에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지친다. 아이들에게 캠프는 또다른 생활, 또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 이러한 캠프 역시 틀에 짜여진 프로그램과 지나친 교육 일변도로 진행돼 아이들이 느끼는 신비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학교에서 채우지 못하는 체험 학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방학 기간의 교육 활동은 학교생활 동안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의 시간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연장선에서 아이들을 또다시 계획된 시간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일부 아이들은 방학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고 뒤쳐진 학습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학원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요즘 아이들 방학때가 더 바쁘다”는 한 교사의 말속에 과연 아이들이 느끼는 진정한 방학을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요즘 아이들에게 방학이 바쁜 것은 사실이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처럼 바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시대에 부흥해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되고 뒤떨어지는 듯한 사회현상에 아이들의 계획을 맞추어야 하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바라는 진정한 방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방학이 되면 외갓집이나 삼촌집에 놀러 가 동네 아이들과 뛰어 놀던 그 시절의 방학이 진정한 아이들이 바라는 방학이 아닐까.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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