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표가 된 동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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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표가 된 동학제
  • 박상범 인턴기자
  • 승인 2008.05.02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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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의 전환’이란 용어가 있다.

즉 목표가 왜곡되어 수단이 목표가 되고 목표가 수단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목표가 추상적이고 개괄적이라 측정하기 어려우니, 달성하기 쉬운 하위목표에 집중하고 중요한 상위목표를 등한시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제6회 보은동학제를 바라보며 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번 동학제를 준비한 문화원과 동학제추진위원회가 만든 홍보물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보은지역은 동학농민혁명의 최후의 격전지로 2천600여명의 농민군들이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북실마을에 전해져 오는 옛이야기로 진달래가 많이 핀 곳에 가서 놀지 말라는 것이 있다.

진달래가 많이 핀 곳이 바로 당시에 희생된 농민군의 집단 매장지이었고, 실제로 많은 유골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이런 희생을 기려야 할 동학제에서 인기가수의 노래소리가….

“다른 지역의 동학제에서도 인기가수 공연이 있다”는 문화원 관계자의 말에 발끈해 진다.  적어도 문화원관계자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다른 지역의 동학행사가 축제의 분위기로 간다고 해도 우리 지역의 동학행사는 농민군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는 행사로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동학제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관계자는 “인기가수의 공연은 주민들에게 동학을 널리 알리는 홍보 내지 볼거리를 제공측면이 있다”는 설명에 기자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 위원회는 6년이 되도록 보은주민들에게 동학에 대한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전히 인기가수를 동원한 공연으로 홍보를 한단말인가? 또한 홍보의 수단이 인기가수 공연외에는 없단 말인가?

또한 주민에 대한 볼거리 제공을 왜 하필 동학제기간에 해야 하나? 보은에 동학말고는 주민들을 즐겁게 해줄 행사가 전혀 없단말인가? 이러한 생각들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공연을 보았던 보은읍 교사리에 사는 이 모(65)씨는 “차라리 집에서 TV연속극이나 볼걸 괜히 왔다”고 하면서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같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인기가수 공연이 있는 다음날 희생된 농민들을 위한 위령제를 했다. 땅속에서 동학농민들이 통곡을 할일이다.

본말(本末)이 전도되고 목표가 왜곡된 것이다.

그것도 한참.

한편으로 6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지역주민의 호응도 제대로 이끌어 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동학유적지 군민걷기대회에 참가했던 보은읍 교사리 김 모(36)씨는 “동학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기념품 제공과 경품추첨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다”고 말했다.

목표는 상실하고 행사진행을 위한 수단성 행사를 하기보다는 동학의 본질을 말해주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알리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동학에 있어 보은이 전국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보은이 제대로 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행사 자체도 본질을 망각하고 형식과 포장만 중시하고 있다.

제대로 된 동학행사를 위해 보은군민 전체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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