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작업으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돌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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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작업으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돌꼬지
  • 곽주희
  • 승인 2008.04.1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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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마을 이야기 127 - 탄부면 덕동2리

# 돌꼬지 찾아오는 길

봄볕이 매우 따사롭게 내리쬐는 청명한 날 탄부면 덕동2리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삼승면 원남방향으로 달리다 보은읍 금굴2리 보은 IC에 다다르면 삼거리가 나온다.

금굴 삼거리에서 좌측방향인 탄부면 쪽으로 고승다리를 지나 달리다보면 매화삼거리가 다시 나타난다.

그 곳에서 다시 좌측으로 장고개를 넘어가면 조그만 야산을 병풍 삼아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그만 마을인 덕동2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덕동2리를 다른 말로 석화(石花), 돌꼬지라 부른다.

석화, 돌꼬지는 마을 뒷산 큰 바위에 꽃나무가 있어서 이렇게 불려졌다고 한다.

돌꼬지는 석화(石花)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돌꽃이가 돌꼬지로 경음화(된소리되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돌꼬지 마을을 찾아오려면 3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기자가 갔던 방향으로 가는 방법(이 방법이 제일 빠른 것 같다)과 다른 방법은 상주로 가는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장안면 구인리 마을 앞 외속농공단지 방향으로 꺾어 평각리를 지나 매화리에서 좌측으로 장고개를 넘어가면 된다.

마지막으로는 조금 돌아가는 것으로 매화삼거리에서 장암리 마을 끝자락에서 좌측 콘크리트 포장된 길로 들어서 1㎞ 달리다 보면 돌꼬지에 다다른다.

면소재지로부터 남서쪽으로 2㎞에 위치한 돌꼬지는 동쪽으로 벽지리, 서쪽으로 장암리, 남쪽으로 성지리, 북쪽으로는 매화리와 인접하고 있으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덕동리가 됐다.

돌꼬지는 마을심부름꾼인 심재봉(61) 이장, 이진표(71) 노인회장, 권오선 새마을지도자, 송복례 부녀회장 등 28가구에 70여명이 살고 있다.

# 석화저수지 화려한 날은 가고

장고개(돌꼬지에서 매화리로 넘어가는 고개, 장을 보기 위해 넘어가는 고개)를 넘으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석화저수지다.

돌꼬지 마을에 들어서자 석화저수지 쪽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탈진 밭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작업으로 고구마를 심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으며, 바로 앞쪽으로 비닐하우스에서는 마을공동 모판을 만들기 위해 부녀자들이 바쁜 손을 놀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이 이농현상으로 인구도 줄고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 일손이 크게 모자라 마을 주민들이 공동작업을 하지 않으면 모내기나 고구마 식재 등 농사일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고구마를 심던 밭에서 심재봉(61) 이장을 만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심재봉 이장은 “지금 돌꼬지 마을은 28가구에 7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50가구에 150여명이 살던 큰 마을이었다”고 회상했다.

석화저수지는 돌꼬지의 떡고개들과 못구렁들, 세제들(보들) 등 전답 40ha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석화저수지는 한 때 마을의 자그마한 소득원이었다. 낚시터를 했을 때 말이다.

외지인이 석화저수지에서 낚시터를 했을 때는 일년에 마을기금으로 100만원 정도를 기탁했는데 지금은 농촌공사에서 낚시터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마을의 소득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석화저수지의 화려한 날을 가고 없어진 것일까?

아니다. 다시 마을의 소득원이 될 날을 기다리며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심 이장은 “소득원이 없어졌지만 군에서 석화저수지에 장어 치어를 방류해 장어 치어가 크면 마을에서 장어축제를 열어 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 쌀, 밤고구마 주 소득원

탄부면 지역은 예로부터 곡창지대다. 특히 친환경 쌀 재배단지로 유명, 농가의 주 소득원이 되고 있다.

돌꼬지에서도 친환경 쌀 재배면적이 12만7천69㎡이며, 작년도의 경우 수매가 5만원에서 군 계약재배로 3천000원, 남보은농협에서 1천000원을 보조해 주는 등 4천000원을 더 받아 총 수매가가 5만4천000원으로 농가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또 다른 중요 소득원이 있다. 바로 탄부 밤고구마다.

탄부 밤고구마가 대통령에게 진상되는 등 널리 알려지면서 석화리에서도 사직리 다음으로 고구마를 심는 면적이 많아지고 있다.

고구마가 주민들의 소득작목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 삼성혈, 은행나무, 모성재

작은 마을이지만 돌꼬지에는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돌꼬지 북쪽에 있는 삼산골에는 삼성혈(장수굴)이 있다.

삼성혈은 바위가 마치 지붕과 같이 덮여 있고 그 아래 텅 빈 구멍이 있는데 사람사는 집의 온돌과 흡사하게 생겼다.

이 삼성혈은 임진왜란 때 마을에 살고 있는 청송 심씨, 가평 이씨, 김해 김씨 등 세 성씨의 집안 식구가 동시에 이 굴에서 피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바위는 삼성암이라 부른다.

또한 이곳이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역으로 신라장수 3명이 이 굴에서 피난했다고 해서 장수굴이라고도 한다.
돌꼬지의 또 하나 자랑은 바로 마을 앞에 우뚝 서있는 은행나무이다.

수령이 600년 이상된 은행나무로 군 보호수(보은-9호)로 보호를 받고 있다.  600년 이상되었다면 정이품송과도 나이가 비슷한 것이다.

마을 뒤쪽 야산에는 가평인 사직서령 이장보의 재실로 1978년 건립되었던 모성재가 있다.

이곳 돌꼬지에는 청송 심씨, 가평 이씨, 김해 김씨 등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 마을 길 재포장,시내버스 노선 조정 필요

석화저수지를 지나 마을 입구에 오면 남루한 새마을회관이 눈에 띤다. 예전에 사용했던 마을회관이다.

지금은 너무 오래돼 다시 리모델링을 하거나 다시 재건축해야 하지만 엄두도 못내고 있다.

토지주가 50평을 마을에 희사하기로 했으나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나면서 그 땅이 경매로 넘어가 압류가 돼 있는 등 문제가 복잡한 실정이다.

궁여지책으로 경로당이 마을회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마을주민들이 사용하기엔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다.

마을 노인들도 경로당에 젊은 사람들이 있을 때는 장고개 너머 매화리 경로당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 곳에는 인근 5개 마을 노인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흉물로 변해버린 예전 새마을회관을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부지 매입을 통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통해 다시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장암리 마을 끝자락에서 돌꼬지로 오는 길 1㎞가 예전 콘크리트 포장된 길이라 노후되고 비좁아 재포장되었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은 바란다.

그 길을 따라 시내버스와 마을 주민들의 차량이 오가는데 교행이 어려워 도로를 조금 넓히고 다시 포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삼성혈 사진을 찍고 말끔하게 콘크리트로 포장된 오른쪽으로 농로로 가다보니 간이급수시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간이급수시설에는 울타리가 없어 누구나 작동시키거나 만질 수 있는 등 각종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이장은 “지난번에도 약품을 잘못 투입해 주민들이 일주일간 식수를 못 먹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다른 마을에는 다 울타리를 설치했는데 우리 마을만 없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빨리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이에 기자가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면사무소 담당자는 “덕동2리 마을 간이급수시설에 울타리 설치가 안돼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울타리 설치에 필요한 예산을 군에 요청하는 등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설치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특히 돌꼬지에는 고등학생 6명이 있는데 학교에 등교하는데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돌꼬지에는 하루 3번 시내버스가 들어오는데 첫 차가 10시20분, 막차가 4시20분으로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선 아침 7시20분 버스를 타기 위해 1㎞정도 되는 매화리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아침 7시20분 시내버스를 타기 위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매일 일찍 일어나 새벽밥을 지어야 하고 먹어야 하는 등 불편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등교 편의를 위해 잠시 시내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와 다시 나가면 되는데 그 소요시간이 채 10분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심 이장은 “마을회관과 마을 안길 포장은 많은 예산이 드는 사업이고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바쁘게 서두르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을 종종 볼 때면 안쓰럽다”며 “6명의 학생들의 등교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가 잠시 마을에 들어와 학생들을 태우고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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