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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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지?”
  • 보은신문
  • 승인 2008.04.0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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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없고, 열기도 없었다. 늦어진 계파 공천과 당적 이적 등으로 정치 불신은 가중되고, 일부 후보의 토론회 불참 등으로 그나마 마련된 정책토론회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쪽에서는 ‘힘있는 여당과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오만한 거대 여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한 후보는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라 지역 발전에는 적임자라 공언하고, 한 후보는 당선되면 국회의장감이라 지역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한 후보는 낡은 지역 정치 세대교체를 해야 지역발전이 될 수 있다고 공언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과 공약은 여전히 난무하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의지를 무장 해제시킨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이는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1,2,3위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 구도이다.  구호만 난무하고, 검증받지 못한 공약은 귀에 윙윙댈 뿐이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고 싶지만, 뽑을 사람이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정책선거가 실종된 이번 선거에서 보은 유권자들은 어떻게 표심을 발휘할까.

지난 1일 보은 장날 시장에 나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표심의 흐름을 살펴봤다.

양강 구도 속에서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지역의 유권자 대다수가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다.

박모(51)씨는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은 많은데 선거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다”며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아직 나도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년의 선거를 보면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막판에 어느 후보자가 될 것 같다는 여론이 돌면 그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며 부동층의 투표성향을 전 했다.

고령층의 유권자도 선거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는데 삼승 원남 정(75)모 할머니는 “이번 선거에 투표를 꼭하고 똑똑한 사람을 뽑겠다”며 “후보자들의 유세를 들어보기 위해 장에 나왔는데 오전에 한 두 명의 유세내용을 듣지 못해서 다음 장날 또 장에 올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표성향을 보였다.

보은읍 이평리 김모(71)씨는 정당은 결정했는데 아직 후보자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2명 중에서 골라 찍겠다고 말했다.

박모(51)씨는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은 많은데 선거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다”며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아직 나도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년의 선거를 보면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막판에 어느 후보자가 될 것 같다는 여론이 돌면 그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며 부동층의 투표성향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선거에 냉담한 일부 유권자들은 보은읍 삼산리 중앙사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집합해 로고송을 틀어놓고 기호를 연발하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모습도 보기 싫다”며 “하루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도 소지역주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영동과 옥천 지역은 소지역주의 안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영동은 지역 출신 한나라당 심규철 후보에 대해 조심스럽게 호감을 내보인 반면, 두 명의 후보가 나온 옥천은 자유선진당 이용희 후보와 김서용 후보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옥천은 소지역주의와 달리 집권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발 표심도 일부 있었다.

식당에서 만난 조아무개(57·옥천읍 삼양리)씨도 “노무현이 5년 동안 보여준 것을 이명박이 몇 개월 동안 다 보여줬다”며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용희 후보도 오랫동안 국회의원 하면서 특별히 한 것이 없는 것 같고, 김서용 후보는 지역에서 생소한 사람이라 낯설어 어느 후보를 찍을 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이용희 후보와 김서용 후보는 ‘힘있는 국회의원’과 ‘낡은 정치 세대교체론’으로 갈렸다.  

자영업을 하는 모(58)씨는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이용희 의원이 되면 (다선)국회의원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않겠느냐”며 “그리고, 심규철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의원을 뽑아야 지역 발전에도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식당을 하는 이아무개(76)씨는 “이용희 후보는 많이 했고, 그래도 젊은 지역 사람을 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나이든 어른이 양보하고, 후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식당 주인인 정아무개(46)씨는 “심규철 후보가 집권여당 후보로서 많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누구를 찍을 지는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불신과 냉소주의에 빠진 주민들이 많았지만, 투표 참여에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남녀노소가 “꼭 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그런가 하면 영동에서도 소지역주의와 선거냉소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동지역의 한 지역신문 기자는 영동지역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소지역주의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60%를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지역 출신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고, 뒤늦은 후보결정과 정책선거 실종에 따른 정치적 무관심으로 부동층이 두터워진 상태다. 하지만 선거날이 임박해지면 다시 소지역주의가 불 것으로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영동대학교 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정책부재를 통한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을 지적했다. “서울이 고향이지만 영동군으로 주소를 이전 한 후 두 번째 총선에 참여하게 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정치 이야기는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알리기 보다는 자기 그릇 찾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투표 참가 여부는 솔직히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 정책토론회, 자주 열려야

부동층이 이렇게 양산된 것은 후보자들을 비교 평가하며 선택할 수 있는 정책토론회가 활성화되지 못했고, 공천 방식이 풀뿌리 상향식 공천이 아닌 계파 공천으로 바뀌며 주민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또한, 국회의원이 누가 되도 마찬가지라는 기저에 깔린 정치 불신은 유권자들의 냉소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선거 시스템과 선거 문화가 바뀌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총선담당자는 “그나마 후보들을 다같이 평가할 수 있는 자리는 정책토론회가 유일한데, 일부 후보들이 정책토론회를 기피 불참하면서 토론회 자체가 김이 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으로 정책토론회를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뽑고나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 유권자 모임이나 시민모임을 만들어 꾸준한 감시를 해야 다음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지역이다보니 ‘대의’보다는 ‘소의’에 자꾸 추가 옮겨가면서 ‘우리’가 아닌 ‘나’에게 이로운 사람을 뽑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선거문화를 바꾸는 것이 지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진선 기자
류영우 기자
옥천신문 황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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