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으로 팽개쳐진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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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으로 팽개쳐진 백년대계
  • 보은신문
  • 승인 2008.03.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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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절감·성적 향상 가능할까

▶ 4회: 무한도전하는 교육...행복은 성적순이다?

OECD PISA(오이시디 피사.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약자)라는 것이 있다. PISA는 국제학습능력성취도조사라고 해석한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세계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평가해서 발표하는 제도라고 한다.
기준은 15세, 우리 중학교 2학년생이 기준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매 3년 마다 발표되는 이 조사의 2006년 결과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우리나라가 읽기와 수학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지만 과학의 학습 성취도는 후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교육도 이제 세계경쟁력'
어느 정부인들 마찬가지겠지만 새 정부도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향상해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총장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내고 한나라 비례대표로 국회의원까지 되겠다고 나선 사람 입에서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라는 문제제기가 튀어나오고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겠다는 영어몰입교육까지 대한민국의 교육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으로 언급됐다.

그러면서 농어촌과 중소도시에 기숙형 공립고, 자립형 사립고를 수백 개씩 짓겠다는 정책도 제시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공부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10년 전 폐지된 일제고사도 부활시켰다. 이런 일련의 정책들은 공교육의 고품질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20조원이 넘는 대한민국사교육시장에 학부모들이 바쳐온 사교육비는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
그러나 사교육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행복해야 할 (서민)부모들은 오히려 공항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권이 부풀려 놓은 사교육시장도 견디기 힘든 판에 이제는 한 술 더 떠 일제고사 부활에 초등학생들까지 토익, 토플시험을 보며 '경쟁력'을 갖춰야할 상황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학원들은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물론 지난 20일 '영어몰입교육은 불가능하다'는 대통령의 언급에 약간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서점에는 학습서를 사려는, 학원에는 '어륀지'를 배우려는 아이들이 '참여정부' 때보다 더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성적향상을 위한 학력진단 불가피”
기사의 머리 부분에 국제학습능력성취도조사(OECD PISA)라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한국이 읽기와 수학 등 두 분야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는 조사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전 분야 1위의 나라,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핀란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핀란드에는 우리 정부가 외치고 또, 대부분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박수를 보내는 '경쟁'은 없다.

태어난 곳이 시골이든, 도시든, 농부의 자식이든, 기업인의 자식이든 무료로,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시험이나 서열로 평가받지 않는다. 모두 평등한 교육을 받으면 '내 아이'처럼 비범한 영재는 어찌해야할까. 모든 학교가 영재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고 있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나 특출한 아이나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도서관과 각종 체험 실습 도구가 넘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협력'하는 것을 배우지 않고 '경쟁'하는 것을 배운다면 사회 전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철학이 학교와 학부모를 지배하고 있다.

핀란드는 돈이 많아서 그런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핀란드의 4배에 육박하고 교육시장규모 역시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은 엄청난 돈을 교육에 쏟아 붓고 있다. 다 같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무엇에 공감하느냐고? 부활한 일제고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사 기자의 질문에 우리 고장의 한 교육자가 한 대답이다.

“미국은 성적 나쁘면 학교를 폐쇄할 정도다.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진단평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옥천신문 백정현 기자
/보은신문·옥천신문 공동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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