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명소로 알려진 구병산은 특히 마로면과 속리산면 구병리에 걸쳐있어 해마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국립공원도 아니고 군립공원도 아니지만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우리지역에선 속리산 다음으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얼마 전 구병산에 한 겨울에도 춥지 않고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는 풍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국 방송을 탄 이후로는 더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구병산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속리산면 구병리와 마로면 적암리이지만 이중 마로면 적암리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주민들에 의하면 아마 전보다는 등산객이 3, 4배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한다.
아직 본격적인 행락철이 오지 않았는데도 이같이 등산객이 증가한다고 보면 4, 5월 이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등산객이 마을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참 아쉽다. 국립공원의 공원입장료도 폐지된 마당에 입장료를 징수하지는 못해도 이 많은 등산객이 구병산을 입산해 경치를 즐기고 있지만 아직 구병산은 국립공원은 물론 군립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주차료 조차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영동군의 천태산처럼 구병산을 군립공원으로 지정해 주차료라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든다면 등산로를 유지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다소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적암리는 조영관(61) 이장, 고종성(71) 노인회장, 박손대(54) 부녀회장, 김창섭(44) 지도자 등 70가구 1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 관광 수입 증대가 관건
구병산은 등산코스가 짧아 넉넉잡아 등산한 후 하산까지 3시간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오전 11시에 등산을 시작해도 오후 2시면 하산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여기에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정상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등 경관이 빼어나 짧은 시간에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 등산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그래서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등 영남권 까지 보은과 먼 거리에 위치한 곳에서도 많이 찾고 있지만 마을에서는 이들을 마을 수입원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거의 매일 관광차량이 5, 6대가 찾고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주차 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늘어난 등산객들이 구병산을 등산하고 싸온 도시락 까먹고 마을에는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경지도 많지 않고 연로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적암리는 이같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부 주민들이 등산객들이 주로 다니는 길목에 좌판을 벌여놓고 감식초도 팔고 잡곡도 팔지만 벌이가 많지 않고 일부 휴게소 식으로 간이식당을 만들어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매출이 높지는 않다.
주민소득과 연결할 수 있는 수입원이 매일 마을을 찾고 있지만 마을에서는 이를 수입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등산객들은 동네를 지나다니는 과객에 지나지 않고 있다.
# 구병산 관광지 정비 필요
그래도 주민들은 외지의 많은 사람들이 구병산을 많이 찾아 구병산의 아름다움을 다같이 누리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등산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아 밭둑을 이용하고 있는 마을 맨 위 간이 휴게소 식당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부분까지 등산로를 확보하고 적암 교회를 지나 마을 안 길과 하천 도로와 갈리는 곳에 설치한 구병산 등산로 안내 이정표가 너무 작다며 진입로 표지판을 크게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적암리를 많이 찾지만 휴게소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빼먹지 않으면서 후미진 곳에 쓰레기를 버려 주민들이 몇 차례씩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또 대형 버스는 국도변 주차장에 세워야 하나 마을 위쪽 원두막이 설치된 곳까지 운행해 버스를 돌리지 못하고 후진해서 나오느라 애를 먹는 경우도 봤고 자가용 승용차량 또한 마찬가지여서 “경운기와 버스가 박치기를 할 뻔한 적도 있다”며 관광객들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각종 사업으로 농지 잠식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주민들 눈에는 자판기 커피 하나 사서 마시지 않는 관광객들이 야속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적암리 마을로 보면 농가 호수에 비해 농경지 규모가 적다. 관광수입을 올려야 하는데 자판기 커피 한 잔에 이렇게 마음이 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적암리는 위성지구국이 들어서면서 엄청난 농경지가 없어졌고 군에서 추진하는 구병산 관광지 사업,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에 상당 규모의 농경지가 포함됐다. 마을 주민들 얘기로는 과거에 비해 경지가 50%이상 줄었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보면 생계마저 위협하는 수준이 아닌가.
이같이 농경지가 각종 사업으로 계속 잠식되자 주민들은 경지정리를 한 적암천 인근 농경지를 치고 나가는 것으로 설계됐던 고속도로의 노선까지도 현재의 위치로 변경시켰다.
당시 주민들은 농사지을 땅이 없다고 건의, 결국 건설교통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고가도로로 설치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그래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조영관 이장은 “이장을 본 지 3개월이 채 안돼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지만 잘사는 마을로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주민들과 힘을 합해보겠다고 말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어
이렇게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도 적암 주민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이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는 하는 것이 보통이랄 수 있다.
하지만 적암리 주민들은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과거 자신의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봄이 되면 밭을 갈고 논을 갈고 씨를 뿌려 여름이면 농작물이 가물 타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을이면 수확해 추운 날씨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겨울을 방에서 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 고추농사를 짓지만 농산물의 가치 하락으로 농업소득이 바닥인 지금 마을의 가구당 평균 소득을 따진다면 평균 5, 6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1년 죽게 일을 해서 번 돈이 그것이다. 연봉 5, 600만원이면 최저 생활비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이 돈으로 병원도 가고 부조금도 내고 축의금도 내고 석유도 사고 장날이면 장에도 가서 반찬도 사는 등 1년 생활비로 쓰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도 변하는 걸까. 감나무를 소득원으로 소득도 높이고 또 마을의 특산품으로 만들어 마을의 부가가치도 높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직접 감을 따서 곶감을 깎고 건조하고 저장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아예 10년 이상 된 감나무는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나무 째 상주 상인들에게 팔고 있다. 이렇게 얻는 소득이 많은 집은 250만원이라고 한다.
아마 농가에서 직접 곶감을 생산하면 10배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그래서 신규로 감나무 과원을 조성하는 등 감으로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마을 주민 20가구가 작목반을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부지를 확보해 곶감 건조장과 저온저장고를 건립할 계획이고 선진지 견학도 추진하고 있다.
# 출향인 마을발전에 크게 역할
현재 70호 정도 되는 적암리는 큰 마을이다. 우리지역에서 보면 읍면 소재지를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본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산업화로 인해 도시로 나간 출향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상당수의 출향인들은 그들이 떠난 고향, 아직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고향, 부모님의 산소가 있는 고향을 잊지 않고 뭐 하나라도 해주려고 마음을 쓴다.
이중 고 김재걸씨의 경우 대가없는 선심을 베풀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출향인, 학생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다.
어릴 적 가난 때문에 공부하고 싶어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적어도 공부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어야 하다는 소신으로 장학금을 출연, 재단법인 보은장학회 설립했다.
서울시 을지로 요지에 있는 건물을 비롯해 기금 등 상당액수의 장학금을 출연, 우리지역 인재를 육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폐교된 적암 초등학교 부지도 사유지였던 것을 김재걸씨가 매입해 교육청에 희사해 적암리에 초등학교가 건립되도록 해 마을 어린이들이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김재걸 씨는 이같은 육영사업 외에도 마을 발전을 위해 마을 입구인 국도 변에 9917㎡(3천여평)를 희사해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주유소와 휴게소 식당을 건립, 임대해 마을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재걸씨 외에도 지역 출신 출향인들은 경로당을 짓자 대형 냉장고부터 텔레비전, 노래방 기계, 김치냉장고까지 희사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이같은 출향인들의 마을에 대한 기여로 인해 지역 주민들도 “고향에 있는 우리들이 더 마을을 위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줘 주민 화합을 꾀하는데도 기여했다.
마을에 붉은 바위가 있어 적암(赤岩)이라 칭했고 옛날 청자 도요지가 있어 사기막이라 불렸던 적암리.
관광지로 거듭나 전국에 홍보되고 주민들도 관광수입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