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117)-회남면 법수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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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117)-회남면 법수1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1.1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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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연꽃단지 조성에 마을의 미래를 담았다

겨울 대청호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 빈 배 만이 나루터에 닿아있다.
할 일이 없다면 마냥 4, 50㎞이 저속으로 드라이브나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법수리를 찾았다.
현재 법수리는 행정구역이 1리와 2리로 나뉘었는데 원 법수리는 법수1리를 말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자랑비에 원조 법수리라는 말로 자긍심을 나타내고 있다.

법수리는 원래 회인군 강외면 지역으로 뒷산에 법수사가 있으므로 법수골 또는 법수리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충남 회덕군 주안면의 하창리 일부를 병합해 법수리라 해서 보은군 회남면에 편압됐다. 1980년 대청댐 담수로 일부 수몰되었고 산수리 지역을 병합했다.

농경지라고 해봐야 2, 3천여평에 불과한 것이 고작이다. 모두가 대청호가 삼켜버린 것이다. 대청호에 담수 되기 전에도 마을 앞에는 큰 강이 흘러 배가 운행되기도 했다.
현재 닿은 곳에는 나루터가 있었는데 이곳을 이용해 강 건너편인 청원군 문의면 지역을 오갔다. 바로 가여울 나루이다.

문의면 사람들이 이 나루를 이용해 법수 날망에서 놀다가 다시 이곳 나루를 이용해 문의로 돌아가곤 했다고 한다. 이 나루가 교통요충지였던 셈이다.

당시 나루는 댐이 수장되었으나 마을이 대청호와 닿은 곳에 나루가 있다.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고기잡이배를 정박해놓고 물때가 되면 고기잡이를 나간다. 생계 터전인 셈이다.

현재 법수 1리는 21세대 49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점차 쇠락하는 마을의 발전을 위해 오은택(66) 이장과 김현기(81)노인회장, 전영자(62) 부녀회장, 김진남(40) 새마을지도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 어부동 간판
법수1리는회남대교를 건너 대전 방향에 위치해있다. 법수1리 마을 내에는 횟집과 여관, 민박집 등의 간판이 보인다. 집은 몇 안 돼 보이는데 상가 형성돼 있어 마을 주민들이 상업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논 등 농경지는 그야말로 탄부들에 비하면 코딱지만 해 상업활동이 생계수단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보니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80년대와 90년대 가두리 양식장이 운영됐던 시절에 횟집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가두리 양식장이 없어지고 바다회의 대중화로 민물횟집은 크게 줄어 그나마 남아있던 4가구 중 2가구는 없어지고 1가구는 휴업생태이며 1가구만 영업중이다. 여관도 손님이 없어 최근 수자원공사에 매각했으며 민박집만 운영되고 있으니 실제 상업지구라고 보기도 그렇다.

그렇다면 도로변에 어부동이라는 간판이 서있으니 어업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닐까. 어부동은 자연마을 명으로 원래 사음리를 칭하지만 사음리, 법수1, 2리, 산수리를 통칭해 어부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법수1리에는 어부들이 많지도 않았다.

주민 대부분이 뱃사공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오은택 이장을 비롯해 3가구 정도 됐으나 지금은 오은택 이장만이 거의 매일 물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블루길, 배스 등이 유입된 후 물고기 잡기가 시원치 않아 기름 값 대기도 벅차지자 배를 정박해놓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대청호 하면 쏘가리를 제일로 쳤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겨울별미로 인기를 끌었던 대청호 빙어 또한 씨가 마른 지 오래다.  어업생계를 위해 매년 치어를 방류하고 있으나 방류한 치어 숫자에 비하면 어부들이 잡아 올린 숫자가 턱없이 적다고 한다. 블루길, 배스 등의 먹이 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래도 붕어와 장어, 자라 등을 낚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겨울철에는 특히 물고기가 제일 잡히지 않아 놀고 먹을 때가 더 많은 형편이다.

마을 상황이 이러니 살기가 윤택하지 않다. 이렇게 물고기 잡이도 시원치 않고 음식 장사도 예전만 못해 젊은이들이 이 지역에서 살지 못하고 거의 외지로 나간다. 마을 어르신들은 종국에는 마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반절을 위해 모의(?)를 꾸미고 있다.

# 연꽃단지 조성 계획
법수1리는 대전시와 가깝고 주말과 휴일 등에는 대전시내 사람들이 대청호를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을 관광객으로 유입시켜 마을발전의 원동력을 삼는다는 계획이다.

오은택 이장은 볼거리는 이미 대청호가 잘 조성돼 있으니 특별히 뱃놀이를 하지 않아도 드라이브 코스로는 제격이기 때문에 일단 유인책으로는 충분하다 것. 이들이 법수1리에서 머물다 가게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연꽃단지 조성을 생각해낸 것이다.

마을에서는 폐교된 법수초교 쪽으로 농경지 6천611㎠(2천여평)을 임대했으며 올해 봄 연을 식재할 계획이다.

연꽃이 차의 재료로는 일품이고 연뿌리도 대중적이며 연잎도 연잎 쌈, 연잎고기 쌈 등 음식 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주민 공동 수익사업으로 제격이라는 것.

특히 연꽃단지를 조성해놓으면 도시민들에게 볼거리도 충족시킬 수 있고 연을 이용한 각종 가공제품으로 주민들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마을에서는 도로변에 연 제품 전시, 판매장, 연잎 차 시음장 등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국사봉 등 주변 산야에서 자라는 산채를 채취해 현재도 대전 중앙시장 앞 노상에서 팔고 상점에 넘기는 등 주민들의 수입원이 되고 있는데 대전에 내다 팔기 어려운 주민들은 전시 판매장에서 팔 수 있게 돼 그 효용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1사1촌 결연 사업도 추진해 도시민들이 법수 1리에서 머물며 지내게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야말로 마을이 다시 부흥할 수 있다는 꿈을 갖기에 충분하다.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설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 사업을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 공부방은 미래를 위한 저축
대전과 경계에 위치해 있고 또 회남대교 건너편으로는 초등학교만 회남초등학교 일 뿐 중고등학교 학구는 대전 판암지역이다.

그래도 일부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대전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보낼 정도다. 그러니 자연히 법수1리 주민들은 대전으로 뜰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부 아이들은 아직 회남초등학교를 다니고는 있으나 더 이상 마을에 젊은이가 없어 이들이 학교를 마치면 아이들이 없는 지역이 되고 말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젊은이들이 법수리로 들어와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것이 연꽃단지 조성 사업이고 다른 하나가 공부방 운영이다. 보은읍내만 해도 도서관에 사설 학원 등 과외 수업을 할 수 있으나 법수리는 대전과 경계지역이지만 이 같은 시설이 없다.

현재 어부동 교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으나 열악하기 그지없다. 아이들 공부는 교회 전도사가 봐주고 간식도 교회 신도들이 갖다주기도 하지만 후원자가 없으니 이 또한 열악하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법수1리에 제대로 된 공부방을 만들어 보자 해서 각 가정마다 200만원씩 갹출했다.
어업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상업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인 어르신들도 선뜻 200만원씩을 내놓아 종자돈을 만들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다른 마을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대 사건인 것이다.

현재 동네에는 부지가 없어 굴다리 안쪽인 사음리에 땅 1685.9㎡(510평)를 구입하고 측량 비와 임야를 대지로 바꾸는 행정절차 수행비용으로 지불했다.

그리고 이영복 충북도의회 의원에게 요구해 올해 당초 예산에 도비 5천만 원까지 확보했다. 아직 군비 5천만 원은 확보하지 않아 첫 삽을 뜨지는 않았으나 주민들은 꿈에 부풀어 있다.

마을에서는 이곳에 공부방과 도서관 그리고 아이들이 놀며 운동도 할 수 있는 놀이시설도 갖춰놓는다는 계획이다.

자녀교육 때문에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마나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이 같은 기반을 갖춰놓으면 지역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 안착해 살 수 있는 조건은 되는 셈이다.
 
# 대전 판암동과 지척거리
어디 이뿐인가. 법수1리는 대전시와 경계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인구를 충분히 유입시킬 수 있는 지역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교육문제만 해결되면 젊은이들도 충분히 들어와 살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은 대청호 맑은 바람과 깨끗한 공기 수려한 자연경관을 정원으로 삼는다면 이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을 없을 것이다.

지금도 회남면과 연결된 지방도 대전권역은 별장형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주말 휴양을 위한 별장용도 있지만 거주형 주택도 많다. 앞으로 대전 세촌권역이 더 커지면 회남권까지 영향을 미쳐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마을 주민들이 공부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청댐이 조성된 지 28년. 논밭 등 주민들의 생계 기반을 호수에 수장시킨 지 28년 됐다. 그동안 마을은 줄어들 대로 줄어들었지만 지금 법수1리는 다시 웅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다.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10년 후 아니 2, 3년 후의 법수1리는 새로운 마을로 변해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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