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쥐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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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쥐띠 이야기
  • 송진선
  • 승인 2008.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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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력 뛰어나 12지신 맨 앞 차지
무자년(戊子年). 쥐띠해이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로 돌아가는 십이지(十二支)에서 쥐(子)는 정북(征北)을 가리키는 방위 신이자 오후 11시∼새벽 1시이며, 달로는 음력 11월을 지키는 방위 신이자 시간 신이다.
열두 띠 동물의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쥐가 띠 동물의 으뜸이 됐을까.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려고 했다. 문제는 선발기준, 대왕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각종 동물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부지런한 소가 제일 열심이었다. 하지만 쥐는 힘이 약한 자기는 도저히 남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 없다고 생각해 꾀를 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소의 잔등에 붙어 있다가 소가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뛰어내려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12년마다 맞는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무자년인 올해 보은군은 고속도로 개통 및 대전간 국도인 37호선의 일부 구간 4차로 개통 등 여건 개선으로 인해 새로운 전기임에 틀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풍요와 희망 상징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한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동물이다.

쥐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표상으로 나타난다. 가야지역에서는 지붕 위의 고양이가 곡식창고로 올라오는 쥐 두 마리를 노려보는 집 모양 토기가 출토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곡식창고나 뒤주의 주인은 쥐였나보다.

쥐는 문화적으로 재물·다산·풍요기원의 상징이며, 미래를 예시하는 영물이다. 쥐는 훔치는 행위가 늘 지탄의 대상이 되는 반면, 그 근면성은 칭찬을 받아 왔다.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조그마한 앞니로 구멍을 내어놓은 일에서 근면성과 인내력이 감지된다.

쥐는 부지런히 먹이를 모아 놓기 때문에 숨겨 놓은 재물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우리 설화에 ‘혼 쥐’ 이야기가 있다. 도둑질을 생업으로 하는 사내가 낮잠을 잘 때, 코에서 팥알만 한 생쥐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이를 바느질하던 그의 처가 보았다. 그래서 이 생쥐를 다리미며, 잣대, 다림질 판 등으로 길을 터 주었다. 그러자 그 생쥐는 복장(伏藏)인 황금더미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잘 살았다.

이 이야기에서도 쥐는 도둑과 재물의 연관성을 암시하고 있다.

쥐는 생태학적 특징에서 보듯이 번식력이 왕성하다. 십이지의 자(子)는 玆(자),滋(자)와 동음으로 ‘무성하다’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싹트려고 하는 ‘만물의 종자’라는 다산(多産)의 상징이 된다. 또한 상자일(上子日) 풍속이나 쥐불놀이, 쥐와 관련된 주문이나 풍속에서 이러한 특성으로 풍요기원 대상으로 인식됐다.

◆ 쥐와 관련된 세시풍속
정월에 들어 첫째 자일(子日)을 상자일, 일명 ‘쥐날’이라고 한다.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농부들은 들에 나가서 논과 밭두렁을 태우는 쥐불을 놓는다. 논밭에 낸 거름기를 빨아들여서 잡초가 잘 자란다.  이것이 겨울을 맞아 자연히 마르면 여기에 불을 놓아 해충을 제거하고 동시에 불탄 재는 거름이 되어 땅을 거름지게 한다. 또 마른 잡초들을 태워 버리듯이 쥐도 없어지라는 뜻에서 이날 불은 놓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음해의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다. 쥐불놓기는 보름달의 달맞이 풍속과 겸해서 쥐불놀이와 함께 행해지는 일이 많아졌다.

음력 11월은 자월(子月)이라 하는데, 자월의 자일(子日)이나 자시(子時)에는 무슨 일이든 도모해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헛수고뿐이고 종국에는 구설, 송사, 파산에 이른다고 믿었다. 자일(子日)에 쑥뜸을 뜨면 무슨 병이라도 고친다고 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자일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성격이 수그러진다고 한다.

쥐는 예로부터 농사의 풍흉과 인간의 화복뿐만 아니라 뱃길의 사고를 예시하거나 꿈으로 알려주는 영물로 받아 들여졌다. 쥐에게는 초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진이나 화산, 산불이 나기 전에 그것을 미리 알고 떼를 지어 그곳에서 도망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쥐의 예지력 때문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쥐는 예로부터 농사의 풍흉과 인간의 화복과 뱃길의 사고를 예지하여 꿈으로나 행동으로 알려주는 영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파선이나 난선을 미리 쥐신이 꿈으로 알려주거나 암시해 준다고 믿었다.

선원들에게는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따라서 쥐의 이변은 미래에 일어나게 될 특수한 사건의 상징적 예시로 보고, 아무런 변고가 없도록 제단을 설치하고 당의 주신(主神)과 더불어 제를 올리고 있다. 해안지역의 쥐신 신앙은 농작물의 풍년을 기구(祈求)하는 것보다는 뱃길을 지켜 주는 쥐의 효험을 믿었기 때문에 항해의 안전을 위해 쥐신을 모시고 있다.

◆ 속담
속담의 소재로 사용된 쥐는 약자·왜소함·도둑·재빠름 등으로 표현되었다. 쥐와 고양이의 관계는 먹고 먹히는 천적으로 흔히 약자와 강자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약자로서 쥐는 언제나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자의 마지막 오기로서 강자에게 달려드는 역설도 있다.

쥐가 작거나 하찮음을 비유한 예가 많다. 쥐보다 더 큰 동물과 사물을 대비시켜 왜소함과 하찮음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쥐구멍, 쥐꼬리, 쥐간에 이르면 그 왜소함의 표현은 극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우리 속담에 쥐의 생김새라든지 행동, 습관 등의 생태를 보고 만들어 낸 것도 있다. 여기서도 도적, 왜소함, 약자 등을 표현한다. 특히 재빠르고 약삭빠름에 비김이 많다.

문학 작품에서는 쥐의 모습을 도적이라는 이미지로 많이 묘사했다.
정약용은 이노행(奴行)이라는 시에서 쥐를 간신과 수탈자에 비유했다.
쥐는 구멍 파서 이삭 낟알 숨겨 주고/집쥐는 집을 뒤져 모든 살림 다 훔친다/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기름 마르고 피 말라 뼈마저 말랐다네
들쥐는 백성의 곡식을 수탈하는 지방관리, 집쥐는 궁궐 내에서 국고를 탕진하는 간신배이다. 특히 인의(仁義)에 의한 덕치주의를 표방하는 유교는 국왕의 교화에 의한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한다.

이 시에서는 이같은 군주의 정치가 쥐로 표상되는 간신배에 의해 피폐화됨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옛말에 ‘나라에는 도둑이 있고, 집안에는 쥐가 있다.’는 말과 통한다.

◆ 이젠 질병 치료사
질병의 온상으로 지탄받아온 쥐는 동물 실험실에서 의학발전의 밑거름이 돼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는 동물은 500만 마리로 추산하는데 이중 70% 정도가 쥐라고 한다. 관리비가 적게들고 몸집이 작아 실험을 하기에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한다.

실험 목적에 따라 감택된 쥐들은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기본이다. 또 이 쥐들은 본의 아니게 아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조명을 켜서 밤낮 주기를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곳에서 산다.

쥐 종류에 다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태어난 지 4∼6주된 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리당 적게는 수 천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대의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인류건강을 위해 여러 실험에 이용되며 힘겹게 생을 마감하는 지들에게 인간은 나름대로 예우를 갖춘다. 동물보호법 10조를 보면 동물을 교육, 학술연구, 기타 과학적 목적으로 실험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고통을 주지 아니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 동물을 사용해 실험을 행한 자는 그 실험이 종료된 후에는 지체 없이 당해 동물을 검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실험실마다 위령제를 지내 그동안 실험에 사용한 동물을 추모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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