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 섭 어르신, 동광유치원에서 1일 강사로 활동
보은읍 동광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두 분의 할머니와 한 분의 할아버지까지 모두 4명이 일일 강사로 나서는 것이다.각자 자기 손자들이 있는 원 실로 향했고, 나도 쌍둥이 손자가 있는 사슴 반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괜찮아요’라는 노래도 답해주었다.
“할머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할머니 이름이 뭐예요?”, “할머니는 몇 살이세요.”라고 묻는다.
“할머니 이름은 이흥섭이고, 나이는 80이에요.”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지금은 유치원생들이 동화책도 많이 읽고, 엄마들에게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 흥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더 재미있어 한다고.
아이들은 “할머니는 옛날에 어떻게 공부를 했어요?”란 질문에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성도 잃어버리고 살았던 그 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쟁이야기, 농가진 것 모두 공출로 빼앗기고 배급을 타서 먹던 이야기, 놋그릇과 놋수저를 총탄을 만들기 위해 다 빼앗겨 전쟁용품을 만들었던 이야기 등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부터, 옛날 문익점 할아버지가 중국에서 붓 통에 목화씨를 얻어와 우리나라에 씨앗을 뿌려 옷감을 짜서 옷도 만들어 입고, 겨울에는 폭신한 솜바지도 해 입었던 얘기까지.
아이들은 눈길도 돌리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해 주었다.
쌍둥이 손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할머니 얘기를 듣고 어떤 느낌이었냐?”고 묻자 “엄청나게 재미있어 했지만 한 아이는 하나도 재미없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건넨다.
손자들의 얘기에 그냥 웃어 주었다.
이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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