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글쓰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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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글쓰기 대회
  • 보은신문
  • 승인 2007.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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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젠 글을 안답니다
10월 9일 부산 민주공원에서는 전국 문해·성인 기초교육협의회 주최로 제5회 한글날 기념 글쓰기대회(이하 글쓰기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보은군 아사달 글꼬학교 어머니 학생 14명이 참석했으며,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은 미리 글을 써서 보냄으로써 행사에 동참했다.

글쓰기 대회는 가정형편의 어려움, 남녀차별, 전쟁 등 경제·사회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잃은 전국의 성인 비문해자(非文解者)들과 이주여성들이 그동안 각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마음껏 펼치는 자리이다.

이날 참석한 학생들의 절대 다수가 노인여성들이었으며, 곱은 손, 굽은 허리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지우개로 지워가며 글을 쓰는 등 열정만큼은 청춘이었다.

아사달 글꼬학교에서 참석한 한 어머니 학생은 “눈뜬 봉사가 바로 나였는데... 내가 이렇게 글을 배워서 대회에도 참석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지. 글쓰기 대회가 처음이라 얼마나 가슴이 떨리는지 몰라. 그래도 좋아. 나는 그동안 배우지 못한 것이 창피해서 평생 한으로만 간직하고 살았는데, 전국에 나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 어머니 학생은 “이제는 버스도 혼자 탈 수 있고, 물건도 사고 계산도 직접 해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글을 모를 때는 농협에 갈 때 성한 팔에 붕대를 감고 갔어요. 글 모르는 것이 창피해서... 그러다가 갑자기 남편이 사고가 나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어요. 그때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그 앞에서 어벙하게 서 있는데 의사가 그러대요. 이름도 못 쓰느냐고. 남편은 사경을 헤매고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글도 모르느냐고 면박을 받는 그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더라고요. 글 모르는 한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어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글자를 넘어 세상의 당당한 주인이 되자!”

이제는 남들 타는 버스를 보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손자 앞에서 동화책도 읽어주고, 친구도 사귀고, 세상 앞에 나서도 부끄럽지 않고...

예쁜 모습으로 대회에 참석하고 싶어서 예쁜 구두를 준비했던 한 어머니 학생은 설레는 마음 때문에 허둥거리다가 몰짝(짝짝)으로 구두를 신고 나오셨다며 후일담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공 : 아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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