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지만 경상도 억양인 도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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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이지만 경상도 억양인 도계 마을
  • 송진선
  • 승인 2007.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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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면 한중리
한중리는 한자어로 한가할 한(閑)에 가운데 중(中)자를 쓴다. 한가함의 가운데에 있다는 뜻이니까 매우 한가로운 마을이라는 뜻일 게다. 본래 대한중이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백록동을 병합해 한중리라 했다는데 왜 한가할 한 자를 사용했을까. 농사거리가 없어서 주민들이 한가롭게 지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콩밭에 풀 뽑고 여름이면 고추 따고, 잘 여문 참깨 찌고 할게 여간 많은가. 그런데 한가롭다니.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곱씹어 봤다. 한가로운 마을이라 이래서가 아닐까 생각해냈다.

마을 뒤쪽에 있는 산으로 호랑이 굴이 많다고 하는 해발 500비터 정도되는 굴봉산 아래 옹기종기 지붕을 맞대고 사이좋게 마을이 형성돼 있고 여기에 물이 가득 담긴 동네 앞의 저수지까지 있는 모습은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아니 한가로워 보인다.

한중저수지 아래 펼쳐져 있는 넓은 들을 보면 더욱 한가로워 보인다. 그래서 그 옛날에 지금의 이 평화로운 풍경을 예견하고 한가할 한 자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한중리 백록동은 6·25 전쟁 피난지이기도 했다.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는 아니지만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이었던 것이다. 이북에서 피난나온 이들은 70년대 화전정리가 되면서 대전, 부산 등지로 떠났는데 지금도 고향삼아 1년이면 한 두 차례씩 마을을 다녀간다고 한다.

한중리는 본래 한중 1리와 한중 2리로 나눠져 있다가 통합됐는데. 대한중이라고 불렀던 1리는 저수지 마을이고 2리는 백록동 이었다.

현재 대한중마을 21가구, 백록동 20가구 총 41가구 90여명의 주민이 윤태억(54)이장과 윤백용(72) 한중리 노인회장, 양병각(74) 백록동 노인회장, 배양기(62) 새마을 지도자·, 육성임(54) 새마을 부녀회장과 함께 살기좋은 농촌마을을 이루고 있다.

윤씨 집성촌인 이곳에는 임진왜란때 중봉 조헌선생의 의병에 참여해 금산에서 사우다가 700의사와 함께 순철한 윤여익 충신문이 있고 또 97년에 신축한 지금의 마을회관이 건립되기 전 70년대 마을에 땅을 희사해 마을회관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윤종용씨 공덕비도 있다.

# 경상도와 접경지
경상도와 접경지인 한중리는 경상도 중률마을과는 불과 50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마을에서 보면 중률마을이 보인다.
이들 마을 주민들은 행정구역만 경상도지역, 충청도 지역이지 사실은 한마을이나 다름없이 지낸다.

한중리 주민 소유의 농경지 상당량이 중률에 있기 때문에 중률은 거의 매일 갈 수밖에 없다. 중률주민들과는 친목계를 같이 하기도 하는 등 이웃집에 ‘마실’가듯 지낸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경상도 물이 한중리 쪽으로 흘러서인지 한중 주민들의 억양이 경상도 억양이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경계가 모호해 일제시대에는 공출을 안할려고 경상도 쪽으로 많이 넘어갔다.

한중리도 산골이고 마찬가지로 중률마을도 산골이지만 중률이 도청 소재지와 더 멀어 그 때 당시 행정이 물렀다고 마을 어르신들은 표현했다.

한중리에 가구당 공출 10가마가 돌아오면 중률은 2, 3가마에 불과했다는 것. 한중 마을에 살면 공출로 많이 뺏기고 중률에 살면 덜 뺏기기 때문에 농사거리가 많은 주민들이 이같이 머리를 쓴 것이다.

다행히 일제치하에서도 산골로 교통이 크게 불편한 한중리 주민들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오가는 생활을 했는데도 들키지 않고 일제를 속이며 잘 지냈다.

어쨌든 땅의 상당부분이 중률마을에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친환경농업의 메카
한중리는 보은군 친환경 농업의 메카요 선구자적 마을이다. 친환경이란 용어가 나오기 전, 유기농업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했을 당시다.

유기농이란 쉽게 농약안치고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비료 안 뿌리고 짓는 농사법이다. 바로 이 마을 백록동에 사는 이철희(69)씨가 고집스럽게 해온 것이 뿌리가 돼 현재 군내 다른지역에 까지 크게 확대됐고 이젠 행정기관에서도 권장하고 보조금까지 대준다.

과거 퇴비에 의존했던 시대를 지나 화학비료와 농약이 생기고 부터는 농약 뿌려 병균 죽이고 수확량 많으라고 질소, 인산, 칼리 성분의 비료 듬뿍 뿌려 농사를 짓는 것울 정답처럼 여겼다.

농약 먹고, 화학비료 먹고 자란 농산물을 거둬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농사법이었던 것이다.

그 많던 물방개 하나 찾을 수 없고 흙속 촉촉한 곳에 몸을 숨기고 살았던 지렁이 한 마리 나오지 않으니 땅은 죽었고 죽은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먹는 사람들의 몸도 병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던 1991년 처음 한살림 회원으로 가입해 유기농업을 시작한 이철희씨를 두고 산골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했지만 고집스럽게 이어갔다.

화학비료 뿌리고 농약을 쳐서 거둔 것과 비교하면 소출이 크게 떨어지지만 판로가 확실하고 또 판매단위당 소득이 비교적 높자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유기농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16년 된 이철희씨를 비롯해 새마을지도자인 배양기씨도 13년이 되는 등 상당수가 10년이 넘었고 상당수가 3, 4년이 넘어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을 거쳐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11호가 참여하고 있고 벼는 물론 고추, 참깨, 콩, 감자 등 생산하는 농산물 대부분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들이다.

백록동은 농사를 짓는 가구 중 9집이 참여하고 농경지 80%이상이 유기농재배지이며 한중마을은 1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 하고 싶어도 못해
백록동은 친환경농업지구가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골짜기로 이뤄져 있어 단지로 묶기에 십상이다. 한중 마을 주민들도 참여하고 싶으나 상당량의 논이 경지정리 지구인 갈전, 변둔리에 소재해 단지로 묶기가 어려워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또한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몰라도 경작지가 많은 사람은 또 어렵다고 한다.
올해 논 3천평에 친환경농업을 처음 시작해 한살림 준회원으로 가입한 윤태억이장은 경험 부족 때문인지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풀이 하도 많이 나서 논매는 기계까지 사 풀은 이제 잡았으나 가지가 벌지 않아 소출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백용 노인회장은 전에는 농사 잘 짓는다고 했는데 올해는 논이 훤하다며 지난해 10가마 나오던 곳에서 3가마 나오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할 정도다.

그러면서 농사거리가 많은 사람은 관리가 힘들어 참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 고추가 주소득원
여느 마을처럼 전에는 담배농사 외에도 콩, 보리, 마늘농사로 소득을 올렸는데 지금은 벼농사 외에 고추가 주작이다. 농가당 평균 7, 800평 짓고 육성임 부녀회장은 1천200평이나 짓는다.

특별히 소득작물이 없는 농가는 고추가 그나마 소득이 높은 작물이어서 농가에서는 밭이 있으면 대부분 고추농사를 짓는다.

또 한우 6, 7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좀 있고 조랑우랑 회원으로 마로한우회장을 역임한 윤태억 이장은 한우 130두를 사육하는 다두 사육농가이다.

조사료가 많이 소요돼 볏짚 외에도 벼를 수확하고 나면 논에 호밀을 식재해 거둬들여 소먹이를 확보, 생산비를 그나마 줄이고 있다.

윤태억 이장은 자신의 한우 사육 경험으로 봤을 때 농촌에서 한우만큼 소득을 올릴 작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군이 군유림을 이용해 약초단지를 조성할 계획에 있다.  더덕, 장뇌삼 등을 식재한다는 계획인데 마을에서는 효율적으로 단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참여농가를 선정, 작목반을 구성해 약초단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래야 관리에 일관성도 있고 또 소속감도 있어 능률도 오른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조만간 더덕냄새 진동하는 날이 올 것이다.

# 우리동네 숙원사업은
백록동까지 버스가 들어가는 것이 1차 숙원사업이다. 현재 백록동 주민들은 한중리 버스 승강장까지 2㎞정도를 걸어 나와야 버스를 이용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교통비가 많이 들어 특히 노인들은 병원에 가는 것도 참기 일쑤라는 것.

한중리 상수도를 복구하는 것이 둘째 숙원사업이다. 25년전 주민들이 상수도 관을 연결해 그동안 상수도를 이용했는데 관이 노후돼 상수도를 이용할 수가 없다는 것.

굴봉산에서 나오는 계곡수를 탱크로 유입시켜 상수도를 이용했으나 관이 깨지고 노후돼 집집마다 물이 공급되기 전에 중간에서 다 새 주민 상당수가 지금은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또 예전에는 계곡수를 먹어도 물량이 많아 부족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관을 보수해도 물이 부족하여 전 가구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백록동은 골이 깊어 물이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하천에 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수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다랭이 논이지만 논농사도 짓고 먹는 물도 부족하지 않다.

마을 앞 저수지 관리도 골칫거리다. 낚시를 온 사람들이 저수지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서 마을 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것.

마로면 노인봉사대원들이 와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고 또 주민들도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만 그때 뿐이다.

주민들은 저수지를 이용해 풍요로운 논농사를 지어 좋은데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좀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쓰는 마을이야기(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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