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109)-내속리면 삼가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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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109)-내속리면 삼가2리
  • 송진선
  • 승인 2007.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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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무릉도원
그동안 내린 비로 삼가저수지는 더 이상 물을 담을 여유가 없었다. 물안개가 마을을 감싸안았다. 참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98년 저수지 물이 마을로 역류해 저지대 주택이 침수됐던 기억이 있는 주민들은 그 해 이후 지대를 높여 집을 다시 짓고 배수로도 다시 정비했지만 장대비가 내리는 여름이 되면 불안하다.

외지인들의 눈에는 구병산 자락을 뒤로하고 넘실대는 저수지를 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의 모습을 그냥 아름답게만 보는 것을 속없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옛날 많은 사람들에게 모든 재앙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정감록의 비결에도 나와있는 피난지로도 손꼽히니 살기좋은 마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대밭말(竹田)과 멍어목이(駕項)로 이뤄져 있는 삼가2리는 총 24가구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학교가 있는 마을인 조릿대용인 대나무가 많아 붙여진 대밭말은 10가구, 구병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위치한 멍어목(마을의 생김이 소의 멍어와 닮았다고 한다)에는 14가구가 있다.

삼가저수지 축조로 현재의 위치로 이주한 삼가2리는 70년대까지만 해도 60호에 주민수도 300명이 넘는 큰 마을이었다. 마을 대항 체육대회 및 새마을 경진대회 등에서도 삼가2리는 늘 으뜸을 차지했다.

그러나 십승지를 찾아 삼가2리로 피난을 왔던 외지인들이 거의 떠나고 토착민들도 마을을 떠나 마을 규모는 크게 축소됐지만 대신 회색건물 숲에서 살던 도시민들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고 오염되지 않는 청정환경을 찾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재 5가구이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무릉도원에서 안빈낙도하며 살고 있는 주민들은 김영규(47)이장과 김석기(72) 노인회장, 최길선(40) 부녀회장, 이재은(40) 새마을지도자와 함께 서로 도우며 인정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삼가저수지 축조로 현재의 위치로 이주한 삼가2리도 삼가1리와 마찬가지로 좋은 전답은 모두 저수지에 수몰되고 지금 남아있는 땅은 얼마 되지 않는다. 현재 삼가 5개리 라고 하는 삼가1·2리와 대목리, 만수리, 구병리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곳은 삼가2리 뿐이다. 또 삼가1리는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터와 농사를 짓고 있는 곳 모두 농촌공사 소유이지만 삼가2리는 집터도 내 터요, 농지도 저수지 주변 일부만 빼고 모두 주민소유로 돼 있다. 그래서 삼가1리 주민들보다 운신의 폭이 크다. 워낙 농지가 귀한 이곳은 감자농사와 고추농사를 주로 짓고 김영규 이장이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김석기 노인회장이 비탈진 자갈밭에 취나물 농사를 지어 농업소득을 올 리고 있다.

# 산 뽕으로 누에 쳐
과거 삼가2리는 대밭말 안쪽의 대밭골에는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다. 화전 정리 때 화전이 모두 정리되고 사람들도 모두 떠났지만 이들은 화전을 일궈 주로 감자와 콩, 옥수수를 심어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았다.

특이 한 것은 과거 밭에 뽕나무를 식재해 누에를 쳤던 것과는 달리 이 마을은 농지에는 감자와 옥수수 등 일반 작물을 심고 누에는 산뽕나무로 쳤다고 한다.

누에먹이용 산뽕을 채취하기 위해 아이들도 대밭골을 다니고 구병산도 다녔으며 멀리 대목리와 만수리까지 갔었다고 한다.

누에와 뽕나무, 뽕잎,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효능이 상당히 많고 특히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산뽕나무는 더욱 효과가 높아 요즘도 식당에서는 산뽕나무를 삶아서 버무린 나물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삼가2리 주민들이 아직도 옛날과 같이 산뽕나무로 누에를 친다면 아마도 당뇨병을 앓는 환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 누에를 쳐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남자들은 어깨에 짊어져 오솔길 길을 이용해 멀리 관기장이나 보은장까지 가서 수매를 했다.

누구네 집 할 것 없이 집집마다 누에를 쳤으니 취재하는 동안 누에쳤던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영자(62, 영진상회)씨는 “40년전 청천에서 김진영(67)씨에게 시집을 왔는데 집집마다 봄에 누에쳐서 수매한 돈으로 삼베는 비싸서 못 사고 광목을 끊어다가 가족들 적삼, 중의 적삼, 바지를 해 입었고 가을누에 돈으로는 추석 지낼 제수용품과 광목을 사다 겨울옷을 장만해 입었다”며 가정경제에 크게 보탬이 됐다는 것을 말했다.

또 김영규 이장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뽕나무를 하러 가면 어느 순간 머리가 쭈뼛하게 서기도 하는데 소름이 돋으면 산뽕나무를 하다말고 그냥 내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 지명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는 호랑이 굴까지 있고 마을 주민 중에는 호랑이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깊은 산 속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당연할 것이라는 것.

지금은 능이버섯이나 싸리버섯, 밤버섯 등 버섯이나 따러 다니는데 어릴 적 느꼈던 무서움은 전혀 없다고 한다. 호랑이가 없는 것을 알고 또 간이 그만큼 커진 때문일까.

# 걸어서 중학교 다니던 시절
수몰되면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한 삼가초등학교에는 삼가 5개리 학생들이 다녔다. 지금이야 20여명 남짓 되지만 과거에는 재학생이 수백여명에 달해 참새 떼처럼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학교에 가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마을 수애 5개 마을이지만 한 마을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모두가 형제 자매처럼 지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 후 10㎞정도 떨어진 속리중학교까지 걸어서 다녔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침 등교도 같이 하고 하교 때에는 서로 기다려 같이 돌아왔기 때문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또 학용품을 빼앗거나 급식으로 제공했던 빵 등을 빼앗으며 텃세를 부리던 아이들도 학군이 같았던 삼가5개리 학생들의 무리에 놀라 중학교 내내 텃세를 부리는 아이들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었다.

새벽별보고 학교로 향하면 밤이 돼야 돌아오는 동안 걷기도 했지만 가방을 허리춤에 끼고 달리는 것이 일반화 돼 당시 삼가초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은 장거리 달리기를 잘했다고 한다.

김영규 이장은 “체력장 검사 때 오래달리기 종목으로 운동장 1천m를 돌았는데 삼가5개리 학생들이 다 돌았을 때 상판리 등 다른 마을 아이들은 두, 세 바퀴를 더 돌아야 완주를 할 정도로 빨랐다”고 회고했다.

걷는 거리가 길고 워낙 일찍 학교를 가기 때문에 이곳 학생들은 학교에 도착하기 전 고갯마루에서 쉬며 도시락을 까먹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학교 급식을 실시하기 전 1교시나 2교시가 끝나면 도시락을 까먹었던 때와 똑같다.

이렇게 아이들은 거리는 멀었지만 재미있게 학교를 다녔는데 집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비가 오면 아이들이 떠내려 갈까봐 애간장을 태웠다. 버스를 타거나 부모가 학교 앞가지 모셔다(?) 줘 호강하는 지금의 아이들 이해할 수 없는 정겨움이 묻어났다.

학생 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장을 보거나 면 행정을 보기 위해 상판리에 있는 면사무소를 방문하는 일이 부담이었다.

그냥 맨몸으로 가면 그래도 편하겠지만 옛날 여자들은 아기를 등에 업고 머리에는 짐을 이고 갔고 남자들은 등짐을 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철이면 땀띠를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은 집에서 트럭이나 자가용 차량을 갖고 있고 또 하루 운행횟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시내버스가 다녀 주민의 발이 돼주니 참 편해졌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 80세이상 할머니들 많은 장수촌
50명 남짓한 주민 중 70세 넘는 어르신이 15명 정도 되고 80세 이상 어르신이 8명이나 된다. 80세 이상 어르신 중 할아버지는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할머니다. 여자의 평균 수명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현재 삼가2리에서 최고령자는 최차현씨의 어머니로 88세이다. 주민들은 이렇게 고령자가 많은 것은 아마도 수려한 산세에 물이 좋고 주변 산에서 나는 청정 산나물을 반찬으로 먹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지금도 집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밭에 나가 풀도 뽑고 고추를 따기도 하고 기름 짤 들깨도 씻어 너는 등 적극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소찬이지만 정찬에다 몸을 쉼 없이 움직이고 햇볕이 뜨거울 때는 느티나무 아래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등 일상에서 소외되지 않는 생활을 하니 자연스럽게 무병장수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 국립공원이라 불편
삼가2리는 구병산에서 이어지는 계곡과 또 동관에서 내려오는 물이 좋아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모인다.

찾는 사람 숫자를 만수계곡 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갈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텐트를 치기도 좋고 물도 좋은데 비해 찾는 사람은 적어 가족끼리 조용하게 피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래서 여름철 아는 사람들이 찾는데 올해는 국립공원내 계곡에 대한 규제가 심한 것을 아는지 예전에 비해 많이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규제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가해진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의 희망은 국립공원 공원구역에서 제외시켜 주는 것이다.

주민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음식업이나 민박업 등 상행위를 하는 곳도 없고 주민들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기 때문에 국립공원이어서 덕 볼일도 없고 오히려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걸림돌만 된다고 말한다.

안빈낙도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는 삼가2리 주민들의 희망처럼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되는 날이 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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