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면 은운리(88)-하늘 아래 첫 동네 오지 마을 은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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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면 은운리(88)-하늘 아래 첫 동네 오지 마을 은운리
  • 송진선
  • 승인 2007.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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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면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 혹은 찾기조차 어렵다 하여 피난골이라 불리는 은운리.

사람들은 이곳을 오지마을이라고 부른다.

회남면사무소가 있는 거교리에서 대청호 길을 따라 조곡리와 용호리를 지나고 분저리에서 고개를 넘으면 된다지만 굽이굽이 좁은 산길과 곳곳이 패인 비포장 길은 지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수한면 노성리 방면으로 2차선 도로를 타고 옥천군 답양리를 지나 은운리로 향했다. 2차선 도로가 끝나면 높은 산들이 주위를 감싼 한적한 곳에 6가구가 모여 사는 은운리의 지경말이 아담하게 다가선다.

몇 채 안 되는 농가는 할머니가 화롯불을 피워놓고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와 할아버지가 군불을 때면서 구워준 군고구마를 생각나게 한다.

지경말 안을 흐르는 개울은 옥천군과 보은군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그래서 개울 건너 옥천군 답양리 쪽에 사는 박동철(73)씨는 옥천 주민이다.  군 경계가 실제 마을을 기준으로 되어 있지 않아 한마을에 살면서도 다른 지역 주민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지경말에서 산밑으로 더 돌아가면 2가구가 사는 진주골이 나온다고 한다.

주로 밭을 경작하며 살아온 주민들은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몇 호 안 돼 대부분 쌀을 사먹고 있다.

2차선 도로는 은운리 마을 앞에서 끝이나 비포장 길과 마주본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어렵게 지나 9시 30분에 해가 뜨고 4시 30분에 해가 진다는 을미기 마을에 도착했다. 분저리에서 을미기 마을 앞까지는 시멘트로 포장이 돼 있었다.

3가구가 사는 을미기에는 주인이 떠나고 없는 폐허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정말 하늘만 덩그러니 보일 뿐이다.  맑은 하늘이 손에 다일 듯 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을미기 3가구는 마을 안에 있는 우물물을 사용하는데 수량이 적어 라면 하나 끓여 먹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논 한쪽에 떡시루를 묻어 놓고 그 안에 고이는 물을 사용하는 주민은 그래도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주민은 물이 부족해 농번기가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옥천으로 나가 지내다가 농사철이 되면 다시 을미기로 돌아온다고 한다.

을미기에 사는 주민이 단 한 명이라 해도 그가 불편을 호소한다면 군은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은운리 4개의 자연마을 중 하나였던 지장골은 1980년 보은 수해로 폐동 되었다.

은운리는 김재득(74)씨가 이장직을 맡고 있으며 노인회장과 부녀회장은 없고 새마을지도자도 칠순이 넘은 마을 주민이 맡고 있다.

# 방송에 소개된 이름난 오지 마을
11가구 중 한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한다.
남자들은 60대가 세 명이고 나머지 7명은 모두 칠순을 넘겼다. 독거 노인이 늘고 있는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서 부부가 해로하고 주민들과도 더불어 해로해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취재 당일 8명의 마을 주민이 김재득 이장네 안방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적은 수지만 주민들 모두가 허물없이 재밌게 살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집안에 있는 것 이것저것 아끼지 않고 대접하는 김재득 이장 부인의 인심 덕에 주민들과 함께 마른 목도 축이고 맛있는 한과로 지난 설날을 추억하기도 했다.
은운리는 몇 번이나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자랑인 오지마을 은운리. 그곳을 찾아가는 굽이굽이 산길과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 오순도순 살아가는 21명의 가족 같은 주민은 은운리를 특별하게 만드나 보다.
마을의 경치가 매력으로 다가오고 오지 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김재득 이장의 말로는 은운리가 방송에 나간 후로 문의 전화가 그렇게 많이 온다고 한다.
방송을 보고 마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나이가 들면 꼭 살고 싶다며 혹은 은운리처럼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살고 싶었다며 집을 지을만한 땅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문의 전화는 많은데 아직은 땅을 파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 불편한 점도 있는 오지 생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하루 세 번 왕래하는 옥천 시내버스가 유일하다.
옥천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22번 버스는 은운리가 종점이다. 인근에 있는 옥천군 안내면 마을인 용천리와 답양리를 통행하는 버스가 은운리까지 들어오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마저 운행되지 않았다면 보은 군내에서 버스가 한 대도 운행되지 않는 처지에 주민들이 어떻게 외부와 왕래하며 살 수 있었겠는가.
수한면 노성리까지 운행되는 보은 버스를 은운리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노선을 연장해 주면 좋을 텐데, 수년간 불편을 호소해 온 은운리 주민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렸을 리는 없을 것이다.
주민들이 보은을 오기 위해서는 마을로 들어오는 옥천 버스를 타고 안내로 나가 그곳에서 보은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또 회남면사무소에 갈 일이 생기면 안내에서 갈아탄 버스를 타고 보은에 도착해 다시 회남행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보은군 주민인 은운리 주민들은 보은읍이나 회남 면소재지를 가기 위해 버스를 4번씩. 6번씩 환승하는 불편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생활권은 거의 대부분 옥천이라고 한다. 장을 보는 일 뿐만 아니라 은행 업무도 안내 농협을 이용하고 있다.
2차선 도로가 마을 앞에서 끝이 나고 분저리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 길과 좁은 시멘트 길이다. 거기다 길이 험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저리에서 2차선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언젠가는 은운리 앞까지 통행이 원활한 편한 길이 닦길 것이다. 밥은 적당히 뜸을 들여야 맛이 더 좋지만 도로가 완공될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마음은 뜸을 들이면 들일수록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길포장이 시급한 주민들은 은운리 쪽을 먼저 공사하거나 아니면 은운리 쪽에서도 같이 공사를 해나가면 완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좋을 텐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득 이장이 할 말이 있는 듯 하더니 핸드폰이 통화가 되는지 한번 해보라고 한다. 핸드폰 액정에는 이미 통화권 이탈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은운리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마을에서는 핸드폰이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텔레비전의 경우 은운리가 난시청 지역이라 기본료가 청구되지 않고 있다. 텔레비전과 달리 핸드폰은 이동성이 있는 물건이긴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기본료를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으니 부당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마을에 통신 안테나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한 주민들의 요구를 통신회사 측은 예산상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인근 마을인 옥천군 답양리에는 주민수가 은운리보다 많아서 인지 통신 안테나가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1명이 전 주민인 은운리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동안 어딘가 은운리 마을보다 더 큰 마을에는 통신 안테나가 세워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핸드폰이 필요해도 문제가 이렇다 보니 구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민들이 통신 안테나를 꼭 필요로 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차나 오토바이가 마을을 지나다 몇 번이나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들에서 일하던 주민들이 발견하고 사람들을 구해줬다고 한다. 핸드폰이 안 되니 집에까지 달려가 119에 신고를 해야 했다. 집을 떠나 있을 경우 위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주민들은 걱정하는 것이다.

은운리는 행정 구역상 보은군에 속해 있지만 옥천 전화번호를 따서 국번이 733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옥천 버스 22번을 이용한다.
생활의 불편을 가져오는 군 경계지역의 고충을 아무리 털어놓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차라리 행정구역을 옥천으로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오지 마을 은운리. 그곳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건 바로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들에 나와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고, 사람들이 마을을 지나다닌다. 주민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은운리도 없었을 것이다.
은운리에 사는 11가구 21명의 주민이 보은군민으로 생활하는데 불편 없이 살도록 해주는 것도 그들이 살고 있는 보은군이 담당해야 할 몫은 아닐까.

김춘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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