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83)-보은읍 장신2리(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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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83)-보은읍 장신2리(비룡소)
  • 보은신문
  • 승인 2007.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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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승천한 마을 비룡소
장신1리 국유림 관리소가 있는 산은 멧돼지 형상이라 하여 저산(猪山) 또는 돼지산이라고 부른다. 이 돼지산이 원래는 장신2리 청소산과 연결돼 있었으나 도로가 생기면서 산이 끊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번 호에는 돼지산이 연결돼 있을 때처럼 한 마을이었던 장신1리와는 다른 성격의 독립된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장신2리를 찾았다.

날씨가 많이 포근해진 탓에 요 며칠 목도리나 장갑 없이도 외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날이 갑자기 추워져 겨울 잠바를 챙겨 입던 초겨울 문턱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장날이면 장에 나가 두툼한 겨울옷 장만도 하고, 비싼 기름 값 걱정에 기름 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는가하면 난방용 난로나 전기 매트를 구입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머니가 고생해서 담근 김장 김치는 아직도 끼니 때 마다 밥상 위에 올려진다.

따뜻한 봄보다는 춥게, 바쁜 여름보다는 한가하게, 볼거리 많은 가을보다는 심심하게 겨울을 나는 사람들. 조금 있으면 이 겨울도 마침표를 찍고 움츠리고 있던 땅이며 나무들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다가올 것이다.

하루하루 더해지는 날짜들이 곧 봄이 다가올 거라며 속삭인다.

한 장 두 장 달력을 넘기다 어느새 봄을 맞이하기 전에 "그 해 겨울엔 그랬었지" 하며 꼭 기억에 남을만한 것 한 가지쯤은 해볼 생각이다.

62가구 120여 명이 생활하는 보은읍 장신2리. 그곳에는 마을 앞 냇가를 가로지르는 놓인 지 오래된 듯한 다리가 하나 있다.

시멘트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손수 만든 외나무다리를 건너다녔고 그것마저도 없던 시절에는 돌다리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냇가를 건너다녔다.  외나무다리가 놓였을 때는 사람들만 다리로 다니고 구루마 같은 것은 냇가로 직접 건넜다고 한다.

작은 다리 하나도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르다. 중요한 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없어졌다 해도 시대마다 충분한 가치가 있어 존재했던 것들이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오래도록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가치 있게 한다.

대표 주거지역인 장신1리와는 달리 장신2리는 농업 위주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1914년 행정구역 페합으로 보은면 신촌리와 수한면 운천리 일부를 병합하여 장신리라 하여 동은 삼산리, 서는 수한면, 후평리, 남은 죽전리, 북은 봉평리에 접하고 있다.

예전에는 김해김씨, 인천이씨, 밀양박씨, 개성방씨, 파평윤씨 다섯 성씨를 중심으로 마을이 이뤄졌으나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1971년 1,2구로 분구하였다.

마을봉사자로는 김종덕(43) 이장과 이동준(67) 노인회장, 박장호(44) 새마을 지도자, 유영숙(52) 부녀회장이 있다. 올해 새로 선출된 신임이장으로는 박계흠(58)씨가 있다.


# 많은 인물을 배출한 비룡소
마을 입구의 냇가 한편에 있는 청소산은 푸른 소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청송'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장신2리는 지금도 맑은 물이 흐르는 청소산 절벽 아래 냇가에 옛날에 넓고 깊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용이 이곳에서 놀다가 승천하였다 하여 비룡소라 불리고 있다.

푸른 소나무가 정갈하게 심어져 있는 청소산과 절벽, 냇가가 운치를 더하며 마을로 들어서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나 좀 봐달라며 자꾸만 자꾸만 옷깃을 잡아당긴다.

청소산에는 4㎞정도 되는 등산로가 닦여져 있어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산에 쉼터 마련 등 공원화 사업을 통해 마을을 대표하는 명소로 가꾸고자 계획하고 있다.

현재 청소산 절벽 위에는 비룡소 출신인 박영권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고 박기종씨가 1967년 세운 성미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수해지구로 오랜 세월 동안 몸 고생 마음 고생 다해왔던 장신 1리 주민들처럼 비룡소 주민들도 집중호우 시 피해를 비켜갈 순 없었다.

다행히 하천 폭을 넓히고 제방을 높이는 복구 작업으로 냇가가 범람하는 위험을 해소해 이제는 예전보다 맘 편히 장마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비룡소는 사회에 진출한 자손들 중 주요 요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 면장, 교장 등 많은 인물을 배출했으며 경찰청, 행정자치부 등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다.

# 부모님을 모시는 젊은이들 많아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생활하며 자부심을 갖고 고향을 지킨다. 2대 이상이 모여 사는 집이 10여 가구정도로 젊은이들은 단합이 잘 돼 친형제처럼 서로 도우며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있다.

옛날에야 3대가 사는 집이 흔했고 부모님 모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그러니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이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룡소는 부녀회 주관으로 해마다 여행을 가고, 노인회원들은 해마다 마을 진입로에 꽃길을 조성한다.

여행을 다녀온 주민들은 두고두고 여행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 등을 얘기할 것이다.

꽃을 심고 가꾸는 노인회원들 덕분에 길을 지나는 주민들이 즐거울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젊은이들이 효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집안에 웃음꽃을 피울 것이다.

장신2리에 가면 웃음꽃이 피는 집들이 많다고 한다.


# 마을 발전 이룩하고자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 인심 훈훈한 마을, 먹고살기 넉넉한 마을이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0여 가구의 농촌 마을, 비룡소라 불리는 마을, 많은 인재를 배출한 마을, 젊은이들이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 장신2리는 이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자 꿈틀댄다.
그 변화는 발전이다.
청소산의 소나무 숲 공원화 사업, 생각만 해도 솔내음이 물씬 풍기며 심신이 편안해진다.

민선 4기 보은군에서 추진하는 보은 대추 육성 사업의 하나인 대추건조시설이 장신2리 마을 앞에 세워져 있다. 지금은 한 동뿐이지만 앞으로 더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보은군이 대추사업에 주력하고 마을에 대추 건조장이 들어서다 보니 노인회에서 제방에 대추나무를 심어 관리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대추 건조 시설이 단순히 제 기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이나 이미지 면에서 마을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된다면 더 많은 효과를 낳을 것이다.

마을에 넓은 공간이 없어 그동안 불편했는데 300평정도 마을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오면 다리 옆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원래는 몇 백년 된 고목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나무가 고사돼 다시 심었다고 한다.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에 광장을 조성해 주민들의 편의를 도울 생각이다.
비룡소 장신2리가 변화되고 발전하는 모습 속에서 마을의 명성을 더 드높이게 되길 바란다.

옛날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들.
냇가에 놓인 돌다리가 사라지고 외나무다리도 사라졌다.
그동안 마을 이곳저곳이 변했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청년 시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어른이 되어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도 비룡소의 역사는 끊이지 않고 전해지고 있다.

김춘미 프리랜서

▲보은에서 옥천으로 이어지는 국도변에 자리한 마을 모습. 포장길을 쭉 따라 돌아가면 소나무가 빼곡한 청소산 너머에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앞 냇가. 앞에 보이는 청소산 절벽 아래에 깊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용이 이곳에서 놀다가 승천하였다 하여 장신2리는 비룡소라 불리고 있다.
▲비룡소 출신인 박영권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고 박기종씨가 청소산 절벽 위에 1967년 세운 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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