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로 인생 승부해온 방희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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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로 인생 승부해온 방희진씨
  • 보은신문
  • 승인 2007.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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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여마리 사육, 매출만으론 중소기업 사장 안부러워
돼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저분하고 악취가 심한 것일 게다. 그러나 그런 돼지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삼겹살이 있다.

애, 어른,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삼겹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삼겹살은 국민 음식이다.

정해년 돼지해 국민 음식을 생산해 매출로 따지면 일개 중소기업 규모의 돼지농장을 경영하는 돼지 아빠를 만났다.

보은읍 신함리에서 연암농장 주인 방희진(49).

“돼지해를 맞아 제가 사육하는 돼지들이 좋은 일을 안겨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육질이 우수한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양관리 등에 힘써 정말 부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돼지 아빠의 꿈을 다졌다.

혹시 농장이름에서 짐작했는지는 몰라도 축산 전문인들을 육성하는 연암축산 전문대를 졸업한 학교의 이름을 따서 연암농장이라 했다.

수한면 후평리 출신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방희진씨는 축산 즉 오로지 돼지 사육을 위해 78년 연암축산전문대학을 들어갔다.

당시 기업형 양돈장에 취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방희진씨는 군대를 갔다와서 82년 동네에서 20마리로 돼지 농장을 시작했다. 지금과 같이 다두 사육일 경우 판로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20마리를 사육하니 물량을 정기적으로 공급해줄 수도 없어 시내 정육점을 대상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90㎏에 출하했던 그때는 90㎏도 엄청난 크기여서 돼지 잘 키웠다는 소리를 들었다. 원래 사양관리 사육에는 자신이 있어 살집 잘 오른 돼지 키워놓고 보면 자신 마음에도 쏙들었다고 한다. 물론 내 자식 안예쁜 부모가 없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한 마리에 7, 8만원 받아도 당시는 사료값이 싸고 또 분뇨도 퇴비로 모두 밭이나 논에 뿌렸기 때문에 별도의 처리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또 질병이 없어 수지를 맞출 수가 있었다.

돼지 사육에 인생을 걸었던 방희진씨는 돼지 팔아 모은 돈은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고 돼지를 사거나 농장을 키우는데 재투자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95년까지 고향 후평리에서 20마리로 시작해 500마리까지 사육을 했으나 축사 주변 여건과 축사 규모를 더 이상 늘릴 수가 없어 돼지를 모두 처분하고 보은읍 신함리 현재의 농장으로 이전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기업형 양돈회사를 생각한 방희진씨는 1000평 규모의 돈사를 짓고 우량의 새끼 돼지를 얻기 위해 방희진씨는 우리나라에서 모돈을 구입하지 않고 미국에서 종돈 30마리를 구입, 연암농장의 문을 열었다.

혈통이 우수한 종돈에서 낳은 새끼들은 크게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사육도 잘돼 금새 농장의 규모는 커졌고 지금 자돈 1600두, 육성 비육돈 1200두, 모돈 300두까지 확대 됐다.

지금은 4000두 규모의 외속리면 서원농장 다음으로 큰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돼지를 사육한 지 올해로 25년째 된다.  약관의 세월이 훨씬 지났다. 주변을 돌아볼 새도 없이 한 우물만 파면서 승부를 걸었는데 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돼지 3100두. 여기서 얻는 매출과 순수익을 보면 사실상 일반 농업소득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익을 얻는 중소기업 규모로 키우기까지 겪은 난관이 왜 없었겠는가.

# 외상값때문에 사료 못산적도
초창기 모든 것이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으로 돼지 사육을 시작한 방희진씨는 나름대로 사양관리는 잘 됐지만 현금이 잘 돌지 않아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시내에서 대놓고 돼지 사료를 외상으로 사다 먹였는데 외상값이 사육하는 돼지 값에 육박할 정도로 누적됐다.

경제논리에 밝은 사료상회 주인은 당연히 사료공급을 중단했다. 먹성좋은 돼지가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아마 제 풀에 지쳐서 죽을 것이다.

큰일 날 일이었는데 다행히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료회사에서 사료도 판매하고 공급도 받을 수 있는 제안을 해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양돈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됐을 때 콜레라가 재발해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육규모를 늘렸는데 수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구제역으로 국내 돼지 사육두수가 자연 감소돼 사육기반이 안정됐다.

# 4년째 양돈협 지부장
돼지사육에 있어서 아킬레스건은 바로 분뇨처리문제다. 현재 다두 사육농가 대부분이 톤당 3만2000원씩에 해양투기를 하고 있는데 2011년이면 이것도 금지된다. 청원군은 톤당 1만원씩 공공처리시설에다 처리를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경영비가 훨씬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양돈농가가 모두 보은군이 건설 중인 공공처리시설 완공을 학수 고대하고 있다.

또한 냄새저감을 위한 생균제제 지원 확대와 함께 농림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퇴비화 사업을 위해 액비 발효시설 및 액비 살포기계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이 모두가 돼지로 인한 악취를 줄여보겠다는 의욕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돼지 냄새를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방희진씨는 500두 이상을 사육(3만355두)하는 22명의 양돈농가들이 돼지를 키워 내 주머니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늘 함께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500두 이상 사육농가 22농가가 동네 대소사에 돼지고기를 내놓고 주민 관광경비 부담은 물론 군민들을 위한 시식회도 하고 매년 불우이웃들에게 돼지고기를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돼지고기 불고기요리, ‘돈까스’, 탕수육을 선보였는데 맛이나 좀 보라고 한 것인데 행사장을 찾은 외지인과 군민들은 끼니를 채울 요량으로 한 접시라도 더 먹기 위해 아우성을 쳤었다.

한 푼의 보조금 지원없이 순수하게 양돈협회 회원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경비 부담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지역사회 환원 사업은 계속 하고 싶다는 방희진씨는 84년 노순정(47)씨와 결혼하여 장성한 아들이 2명 있다.

충대 약대생인 큰아들과 어학연수중인 작은 아들이 방학이면 농장에 와서 축사관리도 하고 예방접종도 하는 등 아버지지가 하는 일을 돕는데 나중에 아들들이 농장을 대물림한다고 하면 말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만큼 돼지사육은 방희진씨 가정에 부를 가져다 주고 일반 월급쟁이 소득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들만큼 끔직하게 돼지들을 사랑하는 돼지 아빠 방희진씨는 “돼지 녀석들이 탈 없이 잘 자라주면 좋겠다”고 기원하며 정해년 새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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