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대추 지역 대표농산물 대접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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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대추 지역 대표농산물 대접 못 받아
  • 송진선
  • 승인 200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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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배, 포도는 군비 세워 도시에서 시식회까지 벌여
보은대추가 과연 지역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가. 그러나 대추고을이라고 부를 만큼 보은이 대추 특산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오히려 사과나 배 등 기타 작물이 더 지역 특산물로 대접받고 있다. 이는 군비까지 보조해 도시 지역 소비자들에게 보은 농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시식회를 개최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각 자치단체마다 그 지역이 내세우고 있는 특산물이 있다. 나주의 배, 음성과 괴산의 고추, 영동의 감, 과 포도, 천안과 안성은 배와 포도, 조치원 복숭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품목은 우수한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국적으로 물량 지배력이 있고 인지도가 높아 결코 농산물 도매시장이나 소비자들로 부터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학술적으로 보은대추라는 학명까지 있는 보은대추의 현황은 어떤가.

보은대추 현황
현재 보은대추는 250농가가 266ha에 21만2700본 가량의 대추나무를 식재해 올해만 해도 700톤 가량을 생산했다. 올해 가뭄등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농가에서 과원 관리를 잘해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늘어났고 품질도 우수해 가격이 지난해보다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상품이 1kg 상자당 전국 시세는 평균 1만원이지만 보은대추는 1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원이 올랐는데도 주문량이 계속 늘고 있다. 보은대추의 평균 값을 1만원으로 가정하면 7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고 가구당 28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쌀이나 고추는 비할 바가 아니고 사과나 배에 비해도 소득이 결코 적지 않다. 당도가 높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과나 배처럼 생으로 먹는 소비자들도 증가해 추석 전 생대추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판매도 농산물 시장이나 약재시장 등에 도매가격으로 출하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거나 우편주문 판매만으로도 생산량을 거의 판매할 정도다. 1950년 빗자루병으로 인해 대부분 고사된 현재의 보은대추를 살려낸 주인공들은 행정기관이 아니다. 82년경 제수용품점을 운영하던 류관형씨는 경산에서 50kg 한가마에 90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했던 당시 대추고을이면서 대추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보은농협 조합장이었던 서병기씨, 농협 군지부장이었던 김연세씨 등과 지역에서 대추를 재배할 만한 인물을 선정해 대추 대규모 생산지인 경산 등지를 견학시켜 보은에 대추의 명성을 이어가게 한 것이다.

분지형태인 보은이 토양에 맞고 품질이 좋은 대추묘목을 구입하기 위해 경쟁 입찰을 통해 해당 도지사가 인정한 묘판을 구입하고 85년 세계은행에서 3억원을 차관, 장기저리의 융자로 대추나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에 동참했던 농가 중 상인말만 듣고 묘목을 구입, 대추나무가 고사하자 앞에서 일을 추진했던 사람들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이후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택해 재배하는 등 대추에 대해 눈을 떠 임금에게진상했던 보은대추의 명성을 조금씩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93년 품질인증을 받은 류관형씨는 단 한해도 품질인증품에서 제외되지 않을 만큼 품질이 우수할 정도로 정평을 얻었다. 이렇게 민에서 보은대추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안 군에서는 대추를 어느 부서에서 관리를 해야하느냐를 놓고 이부서 저 부서로 돌리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정도로 보은대추에 대한 행정기관의 인식은 아주 낮았다.

아직까지 치료제 개발이 안된 상태이지만 한 번 걸리면 나무가 고사되는 빗자루병으로 인해 행정기관에서는 조심스럽게 대추나무에 접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겨우 94년이 되어서야 행정기관에서 대대적으로 대추나무 보급운동을 벌였다. 출향인들도 대추고을 살리기에 동참, 성금을 내 거리에 대추묘목 심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빗자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00만원도 투입했지만 실패해 매년 약제 값으로 400만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사과나 배 과수원처럼 대추 과원에 점적관수 시설을 설치하고 크기별로 선별이 가능하도록 선별기를 지원하는 등 생산 기반 조성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만도 관리기, 선별기, 건조기, 관수시설 지원, 관정설치 등 5000여만원이 지원됐는데 그동안 과수원조성에서부터 대추 가공공장, 저장시설, 전시 판매장, 대추 집하장, 운반차 지원 등 대추 육성사업에 34억8200여만원이 소요됐다.

군의 방침은 재배면적의 확대보다는 현재 재배면적을 관리하면서 품질 향상으로 보다 고가에 판매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현재 생산 물량으로는 연중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추 타 작물에 밀려
보은대추가 지역의 명물이지만 명물 대추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출향인들까지 동참해 조성된 가로수 조성사업은 실패작으로 끝났다. 대추 과수원도 가시권역에 없다. 영동지역이 감나무 가로수를 조성하고 충주가 사과나무 가로수를 조성해 지역 특산물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속리산 은구모퉁이 공원에 몇그루가 있고 피반령 국도변에 몇그루 있으며 내북면 이원리 국도변에 몇 그루 있는 것이 고작이다. 대추가 달리기는 커녕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잎이 누렇게 떴고 키도 자라지 않았다. 이것이 대외적으로 보은군이 대추고을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수준이다. 반면 사과나 배, 포도 등 과수에 대한 관심은 이와 다르다. 회북면 용촌리와 삼승면 송죽리 등에 설치되어 있는 특산물 홍보판도 사과와 배, 쌀이 그려져 있다.

또 사과와 배, 포도는 군에서 군비까지 지원해가며 청주, 서울, 부산 등지를 다니며 판매행사도 갖고 시식회도 가졌다. 지난 21일 속리산에서 개최된 단풍가요제 부대행사로 농특산물 판매행사에서 대추와 사과, 밤고구마 작목반에서 각기 대추와 사과, 밤고구마 시식회를 개최했는데 이중 사과시식회에만 군비가 지원됐다.

대추 시식회장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어 관광객들에게 보은 대추 맛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 결국 군에서 지역의 특산물로 인정하면서 특히 장려를 하는 것은 사과라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것이다.

그래도 보은하면 대추
쌀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또 수매가도 떨어져 농민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에도 경기미 만큼은 경기지역 농협에서 정부 1등가격보다 높은 6만4000원에 수매를 했다고 한다. 경기미가 그렇게 대접을 받는 이유는 미질이 물론 좋기는 하지만 옛날 최고로 좋은 것만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목 중에 여주, 이천쌀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경기미는 먹어보지도 않고 누구나가 국내 최고의 쌀로 인정을 한다. 보은대추도 국내 대추 중에는 최고로 칠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보은에서 대추가 처음 재배된 것은 문헌상으로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역사적으로 대추 주산지가 내속리면 삼가리, 구병리, 대목리 등 일대로 알려져 왔고 이곳의 대추는 알이 굵어 통일신라시대 때에는 조세의 일종인 조(租)의 큰 몫을 담당했던 어용물품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계속 임금님에게 진상했던 품목이기도 하다. 이는 맛이 좋고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품질이 우수하다는 명성을 현재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타 지역의 대추와 비교할 때 가격이 같거나 1000원 정도 비싸다. 경기미가 유명해 전국의 쌀이 경기미로 둔갑하고 정부 수매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농협에서 매입을 해 더 비싸게 판매를 해도 물량이 모자라는 경기미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미와 같이 보은대추도 타 지역의 대추와 특별나게 구별되게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왜 보은대추가 학명으로 보은대추인가, 언제 임금에게 진상했는가 하는 문헌상에 나오는 자료를 근거로 해서 소비자들이 인지, 고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경산이나 밀양 등지에서는 집단적으로 재배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품질면에서는 보은대추에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충남 연산 대추는 재배지 보다는 전국의 대추들이 모이는 집산지이고 일부 대추를 재배하지만 품질은 떨어진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보은대추가 푸대접을 받아도 전국적으로는 달고 살이 많고 껍질이 얇은 우수한 대추라고 인정을 받는다.

명성 이어가야
보은대추는 북한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이 내용은 공무로 금강산을 견학한 군청 모 공무원에 의해 전해들은 것인데 이 공무원이 금강산 안내원과 얘기할 기회가 있어 충북 보은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대추고을이라고 답하고 보은대추는 부서지지 않는 대추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교과서에 명기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대추고을에 대한 자긍심을 더욱 갖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보은대추의 품위 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보은대추를 더욱 알릴 수 있도록 이용법 개발이 요구된다. 현재는 이용법이 매우 한정돼 있다. 최근에 와서 생대추를 시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제사상에 놀리는 제수나 약제, 삼계탕 등에 첨가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추를 이용한 음식 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 선인장 열매를 이용해 김치까지 담그는 등 다른 지역의 경우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보급하고있는 것과는 달리 대추는 고작 대추떡이 고작이다. 따라서 대추 떡 외에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보은 음식점에서는 대추 요리를 어느 한 가지라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5, 6년전 대추를 달여 대추 살이 뭉그러질 정도로 으깨진 대추차가 유행이었다. 어느 다방에서건 진하게 달인 대추차를 맛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식당에서도 후식으로 커피 등 음료를 줄 때 대추차를 권하는 등의 대추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보은이 대추고을인 것을 외지인들이 알 수 있도록 거리에 대추나무 가로수로 심는 일도 고려해야 한다.

구간을 정해 사회단체나 기업체 등에 관리를 맡기고 수확도 관리를 맡은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대추는 건대추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저온저장고에서 보관 연중 생대추를 먹을 수 있도록 해 가정에서 사과나 배를 먹을 때 생대추도 먹을 수 있도록 하면 대추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 커진다.

이것이 일반화 되면 당도가 높고 살이 많고 껍질이 얇은 보은대추의 명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 대추 재배농가들은 다른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보다 더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빗자루 방제법도 스스로 터득해 방제효과를 높이고 있고 제초제를 덜 쓰기 위해 고랑에 짚을 깔거나 키가 큰 풀을 키워 다른 잡초가 자라지 않게 해 제초제를 쓰지 않는 등 거름을 많이 해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량이 다른 작물에 비해 1/10 정도에 불과하다.

판매도 농가가 스스로 알아서 직거래로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행정기관에 기대는 일이 거의 없다. 3년째 보은대추를 구입해 먹고 있다는 서울에서 온 한 소비자는 김해, 영동, 밀양, 경산에서 생산된 대추를 서울 도매시장에서 구입해서 먹었는데 당도가 낮았는데 우연히 속리산에 왔다가 보은대추를 구입해 먹었는데 달고 맛이 있었다며 이후부터 계속 보은대추를 주문해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 신라시대에는 조세로 받치고 고려시대때부터 임금에게 진상하고 전국 농산물 품평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보은대추를 농산물 쇼핑관광 품목으로, 도시민 체험 관광 프로그램으로, 대도시 시식회 개최 등으로 어느 지역 대추도 넘보지 못하는 제일의 위치를 굳건히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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